- 영화 리뷰 코너

크눌프
- 작성일
- 2016.8.3
엽문2
- 감독
- 엽위신
- 제작 / 장르
- 홍콩
- 개봉일
- 2010년 6월 16일

실제로 존재했던 중국 무술인의 이야기에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만든 무술영화가 한동안 유행을 했습니다. 이연걸 주연의 황비홍 시리즈는 물론이요 곽원갑 역시도 이연걸 주연으로 만들어졌었죠. 태극권의 창시자 장삼풍을 다룬 영화 역시도 홍콩 무술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기억할만한 영화였구요. 엽문이라는 무술인을 소재로 일대종사와 엽문 두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제작에 들어가기도 했었는데 왕가위 감독이 연출한 일대종사의 경우 왕가위 특유의 느린 제작 속도 때문에 견자단 주연의 엽문보다 늦게 개봉이 되었습니다. 이소룡의 스승에 해당된다고 하는 엽문의 경우 영춘권의 고수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배우 장혁이 구사하는 무술이 이소룡의 절권도와 이소룡의 스승 엽문이 구사하는 영춘권에 가깝다는 얘기도 있더라구요.
보다 강해진 중국의 등장과 더불어 중화권 영화계들은 보다 웅장하고 보다 강해진 중국의 모습을 영화적으로도 드러내려고 합니다. 이소룡 주연의 정무문이 생각나는 이야기 구조의 엽문 1편은 큰 성공을 거뒀고 견자단은 중화권 최고의 무술배우 자리에 올랐습니다. 황비홍과 곽원갑을 연기했던 당대의 무술배우 이연걸이 병약해진 데다가 젊은 배우들 중에서는 견자단만큼의 인지도를 가진 배우가 없다보니 견자단이 당대 최고의 중화권 무술배우라는 표현에 달리 딴지를 걸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견자단은 이소룡 주연 영화 정무문의 내러티브를 실존고수 엽문이란 소재로 엵어낸 엽문 시리즈를 성공시킴과 동시에 정무문의 주인공 진진을 유럽의 전장을 거쳐 상하이의 밤거리로 옮겨낸 정무문 100:1의 전설(정무풍운: 돌아온 진진)의 주인공이 되어 영화팬들을 만났습니다.
엽문 1편에선 마치 정무문의 진진처럼 일본군과 싸우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견자단은 엽문 2편에선 일본군이 아닌 영국의 복서와 혈투를 펼칩니다. 사실 이 엽문 2편에서 흥미로운 것은 영국인 복서와의 대결보다 영화 전반부에 보여주는 홍사부(홍금보)와의 일대일 대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는 공산주의자들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와 홍콩에 정착한 엽문이었다고는 하지만 영화 엽문 시리즈에서는 일제의 잔인함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오게 되는 것처럼 슬쩍 묘사됩니다. 현재 중국을 지배하고 있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생각하면 엽문의 정치적 성향을 고스란히 그릴 수는 없었겠죠. 이러한 영화적 수정은, 상하이 암흑가의 실력자 두월생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도 일어나서 국민당 장개석과 손을 잡았다가 장개석의 대만이 아닌 홍콩행을 택한 이 암흑가 두목의 이야기는 가상의 인물로 캐릭터가 바껴서 홍콩행의 이유를 슬쩍 바꿔 진행되기도 합니다.
신해혁명을 성공시킨 쑨원(손문)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쑨원의 뜻을 이어받은 것은 (장개석의 국민당 정부가 아닌) 지금의 중국 정부인것처럼 영화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도 몇 편 있었죠. 엽문2: 종사전기란 영화 역시 이러한 영화적 표현법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1편에서 일본군을 때려눕힌 뒤 홍콩에 내려와 무술교습소를 차린 엽문이지만 제자가 없어 말 그대로 파리를 날리는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이런저런 사건사고 속에 몇 명의 제자들을 받게 되지만 혈기왕성한 제자들은 이웃 무술교습소의 제자들과 시비가 붙게 됩니다. 텃세를 부리던 기존 무술도장들은 엽문의 실력을 테스트하려고 합니다.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홍사부(홍금보) 세력과 시비가 붙은 엽문은 기존 무술도장들의 연합회 수장들과 실력으로 맞붙게 됩니다.
커다란 원탁 위에 두 무술고수가 올라가서 격렬한 무술대련을 펼치고 주인공 엽문(견자단)은 두 명의 무술고수를 쓰러뜨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홍사부가 직접 원탁 위에 올라가서 엽문을 상대하는데 홍금보와 견자단이라는 두 실력파 무술배우의 몸놀림은 그 자체로도 굉장한 볼거리가 됩니다. 일견 비둔해보이는 체형이라고 생각되는 홍금보이지만 그러한 선입견이 무색할만큼 파워넘치는 액션으로 견자단에게 주먹을 날리고 당대 최고 중화권 무술배우의 왕좌에 오른 견자단은, 홍금보의 파워풀한 주먹에 지지 않고 빠른 몸놀림으로 홍금보와 멋진 대련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흥미진진한 격투씬은 무승부로 끝이 났고 엽문은 무술도장 연합회의 멤버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 영세한 무술도장을 가진 엽문(견자단)은 회비를 내야된다는 금전적인 조건만큼은 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다혈질적인 홍사부(홍금보)는 또다시 역정을 내고 엽문과 갈등을 빚게 됩니다. 또 한 번의 무술 대결이 이뤄지고 홍사부의 폭발적인 공격이 진행되는 찰나, 엽문은 홍사부의 몸놀림을 피하며 자칫 홍사부의 살기어린 공격에 맞을 수도 있었던 홍사부의 어린 아들을 구해냅니다. 엽문에 대해 삐딱하게 보던 홍사부는 자칫 자신의 실수로 인해 어린 아들이 중상을 입을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엽문의 희생으로 인해 아들이 다치지 않았음을 보고 엽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딸만 가득했던 홍사부에게 어린 아들은 그야말로 금지옥엽이었으니 그런 아들을 자칫 자신의 손으로 죽일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는지라 그 사건 이후 홍사부는 엽문을 친우(親友)로 대하게 되었죠.
아편전쟁 이후 홍콩을 손아귀에 넣은 영국이었기에 중국 정부로서는 영국을 마치 그 무렵의 일본을 그리듯 생각할 것입니다. 영국의 군부는, 마치 정무문 시리즈 및 엽문 1편에서 일본군이 그러했듯이 무술고수를 내세워 중국인들을 조롱하기 시작했죠. 차라리 영국 밑에 있던 시절이 그립다고 시위를 하던 홍콩 시위대의 생각이야 어떻든간에 이 영화 속 영국인들은 악인으로 묘사됩니다. 복싱 고수 트위스터는 강력한 펀치를 내세워 홍콩인들의 자존심을 뭉갰죠. 홍콩의 무술고수들은 중국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트위스터와 대결하려고 하지만 트위스터의 펀치 앞에 뭉개져버립니다. 급기야 무술도장 연합회의 실세 홍사부(홍금보)가 트위스터와 싸우기 위해 링 위에 올라갑니다.
홍사부와 트위스터의 대결은 치열하게 진행되지만 지병(持病)이 있던 홍사부는 격투가 계속되면서 호흡이 흐트려지기 시작하고 결국 트위스터의 펀치 앞에 무너지고 맙니다. 잔인한 트위스터는 연속으로 펀치를 날려 홍사부의 숨을 끊어놓고 말았죠. 그 장면을 지켜보고 말았던 엽문은, 홍사부의 복수, 더 나아가 중국 무술인의 자존심을 위해 트위스터에게 도전장을 내밉니다. 이렇게 시작된 엽문과 트위스터의 맞대결은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되는데, 이런 류의 영화가 으레 그렇듯이 악역은 보다 잔인하고 비열하게 승부에 임하게 되고 주인공은 악당에 의해 위기에 처해 쓰러지게 되나 어디선가 들여오는 목소리에 힘을 내고 다시 일어서 승리를 거두게 되죠. 이 영화 속 엽문은 죽은 홍사부를 떠올리며 다시 일어나 싸웁니다. 그리고 결정타를 날리게 되었죠.
1편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무술대결을 펼치고 2편에서 영국복서와 혈투를 펼친 엽문은 최근에 개봉된 3편에선 미국인 실력자(마이크 타이슨)과 맞붙게 됩니다. 일본, 영국을 거쳐 세계 최강국 미국과 상대를 하게 되는 중국의 현재 기세를 보여주는 영화 속 라이벌 구도라고 생각도 되어진달까요. 홍금보와 견자단이 무술대결을 펼치고, 홍금보가 연기하는 홍사부를 회상하며 투혼을 불태우는 엽문의 모습이 인상깊진 하지만 최근 보여주는 중국의 정치외교적 모습을 생각해보면 일종의 프로파간다 영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투가 끝난 뒤 상대에 대한 존중을 웅변하는 엽문(견자단)의 모습이라든지 피 튀기는 대결 뒤 임신한 아내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서둘러 찾아가는 엽문의 모습 그리고 어린 이소룡과 만난 뒤 슬쩍 웃는 엽문(견자단)의 모습은,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뛰어넘는 진솔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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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