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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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감독
김석윤
제작 / 장르
한국
개봉일
2015년 2월 11일
평균
별점6.7 (0)
크눌프

 

 

 

제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영화가 한국에서 좀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 영화의 경우 에도 막부 시대라든지 그 앞뒤의 시기를 배경으로 다양한 상상력이 바탕이 된 여러가지 작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만 한국에서는 일단 한복을 입혀놓으면 고증과 역사관이라는 문제에 가로막혀 상상력을 제한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려면 고려, 조선이면 조선, 과거사를 너무 비장하고 슬프고 안타깝게 그려내는 것도 약간은 아쉽구요.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동원된 유쾌상쾌한 모험극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제 이런 기대는 하지원, 강예원, 가인 주연의 조선 미녀 삼총사란 작품에서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답니다. 고증에 집착하지 않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은 환영한다고 쳐도 조선 시대에 벽란도가 등장하는 것은 정도를 넘어선 것이었죠. 조선 미녀 삼총사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같은 경우는 나름 만족스럽게 봤던 작품이에요. '산적: 바다로 간 해적'이란 제목으로 속편이 나오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봤었답니다.  

 

속편 얘기가 나왔으니 이번에 리뷰를 할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2편 사라진 놉의 딸 역시도 3편에 해당되는 속편이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한동안 속편 소식이 없었기에 2편을 끝으로 시리즈가 끝나는 것은 아닌가 싶었는데 3편이 만들어진다고 하네요. 조선명탐정 시리즈야말로 제가 생각하던 고증의 무게를 살짝 내려놓고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올려놓은 사극의 모범답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명민, 오달수의 콤비 플레이는 셜록 홈즈와 왓슨의 코믹 버전 같다고나 할까요. 실학자 정약용에 상상력을 가미한 것 같았던 1편의 캐릭터와 김민이란 이름으로 등장하는 2편의 캐릭터 설정이 살짝 바껴버린 것이 아쉽기는 합니다만 영화적 상상력을 좀 더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실존인물 정약용이 아닌 가상인물 김민(김명민)으로 재설정되는 통에 좀 더 다양한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존인물 정약용이 귀양가서 책을 쓰고 있을 시간에 가상인물 김민은 좀 더 많은 활약을 할 수 있겠죠.

 

이 영화에서의 김민(김명민)은 실존인물 정약용이 그러했듯 귀양살이 중입니다. 왓슨 역에 해당하는 서필(오달수)와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는가 하면 감시 중이던 포졸들을 상대로 장난도 쳐가면서 유배 생활을 즐기고(?) 있던 그에게 다해란 소녀가 찾아옵니다. 이 다해(이채은)란 소녀는 김민(김명민)이 놀랄 정도로 대단한 재능을 가진 아이였으나 신분의 한계 때문에 막일이나 하고 있는 상황이였죠. 어린 소녀 다해는 자신의 동생을 찾아달고 김민에게 부탁을 합니다. 간절하게 부탁하는 소녀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김민은 유배 상태인 자신의 상황 때문에 부탁을 거절하려고 했었죠. 그러던 중 다해란 소녀가 사라지게 됩니다. 사라진 놉의 딸이란 제목에 딱 어울리는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바다에 둥둥 떠있는 어린 소녀들의 시체를 발견하게 됩니다. (참고로 다해 역을 맡은 이채은이란 아역배우는 이 영화에 수록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답니다. 1편에도 노비로 출연했던 배우라고 하네요. 전편의 캐스팅과 느슨하게 이어진다는 점에서 90년대 홍콩영화 생각이 나는 캐스팅이라고 할까요.)

 

 

 

 

 

동생을 찾아달라는 소녀의 간절한 부탁을 애써 외면하려고 했던 김민이었지만 바닷가에 떠밀려온 소녀들의 시체를 보니 더 이상 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인상적인 것은 이 바닷가 시체 장면이 불러일으키는 특정 사건입니다. 소녀들의 행방불명과 높으신 분들의 수사의지 상실, 바닷가로 밀려온 시체들 모습에서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만들었으니 이는 아마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몸을 사리던 김민 일행은 바닷가에 떠밀려온 어린 소녀들의 시체들을 보며 각성하게 됩니다. 단순한 교통사고일 뿐이다, 엄청난 세금이 들어가는 인양작업이다 등의 이유로 사건에서 한 발 두 발 빼려고 했던 높으신 분들이 생각나는 상황 속에 김민 일행은 유배지를 몰래 빠져나와 사건의 자초지종을 캐려고 합니다. 세월호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들의 경우, 보고 있기에 너무 가슴이 아프거나 제작자의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이는 경우가 있어서 상업영화로 만들어내기엔 아직 시기가 이르지 않았나 싶습니다만 이 영화의 경우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만드는데 나름 성공을 하면서도 그 사건이 주는 충격 때문에 영화적 재미가 매몰되지 않았다는 점이 상업영화적 미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민 일행은 왜관이 수상하단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귀양지를 벗어나 왜관으로 잠입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수상한 장님 악사(조관우)도 만나게 되고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일본 기생(이연희)도 만나게 되었죠. 가수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출연해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조관우의 경우는 실로 대단한 발견이었죠. (하지만 그 캐릭터를 다루는 연출력은 다소 아쉬움이 있습니다.) 드라마 적도의 남자에서 맹인 연기를 보여줬던 엄태웅이 살을 빼고 출연했나 싶을 정도로 호연을 펼친 조관우의 경우는 자연스런 연기를 선보였었죠. 발연기의 대명사처럼 네티즌들에게 혹평을 받기도 했던 이연희의 경우도 이 영화에선 나름의 연기를 선보입니다. 화승총을 겨냥하는 장면이라든지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 후반부 장면에선 나름 인상적인 비주얼을 선보였죠.

 

탐정이란 것 자체가 지금의 우리 현실에도 존재하지 않는 직업이며 조선시대에는 더더욱 없는 직업이었겠지만 이 영화 속 김민과 서필 두 사람은 그야말로 탐정에 해당하는 일을 해냅니다. 세월호 사건의 아픔이 연상되는 바닷가 시체들의 모습과 일제시대의 민족적 고통이 생각나는 비밀스런 작업장 모습이 이어지며 영화가 전개되는 가운데 주인공 두 사람은 갑작스런 훼방과 예기치 못했던 도움 속에 사건을 또 한 번 해결해나가게 됩니다. 조선시대에는 없었을 물건들을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해서 재기발랄하게 선보인 이 작품은 영화가 끝나갈 무렵에 뱀파이어의 등장을 알려줍니다. 뜬금없이 등장한 조선 시대의 뱀파이어가 3편에 등장하게 될지 아니면 잠깐 등장하고 마는 것인지 궁금해진달까요. 고증으로부터의 자유를 만끽하며 상상력을 맘껏 발휘하는 가운데 시대적 아픔도 드러내고 그 시대적 아픔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않으면서 웃음과 감동 역시 줄 수 있는 명탐정 시리즈의 건승을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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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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