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이라라고 하면 이모텝과 아낙수나문이 등장했던 1999년작 할리우드 영화를 떠올리는 분이 많은 상태에서 톰 크루즈 주연작인 새로운 미이라가 개봉을 했습니다.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즉 비디오테이프 대여점의 인기가 사그라들고 DVD 대여점이 생겨났다가 사라질 그 즈음에 이모텝은 주인공 릭 오코넬(브랜든 프레이저)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1편의 흥행에 힘입어 2편이 만들어졌고 2편에서는 프로레슬러 더 락이 스콜피언 킹이란 캐릭터를 연기했으며 그 인기에 힘입어 스콜피온 킹이라는 제목의 스핀오프가 개봉하기도 했었답니다. 2008년에는 중국을 배경으로 3편이 만들어졌고 이연걸이 진시황(?) 역을 맡기도 했었죠. 시황제의 야망이 흥미롭긴 했지만 미이라의 세계관과는 동떨어진 것이 사실이었고 전편에 출연했던 배우들 중 일부가 빠지면서 그 이전보다 관심이 식은 것도 사실이었죠. 더 정확히 얘기하면 이모텝과 아낙수나문의 이야기가 2편을 통해 정리되었기 때문이 99년도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미이라 이야기가 더 이상 계속될 동력(動力)을 잃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해요.

금지된 사랑으로 인해 권력자의 미움을 받아 고통스런 형벌을 받았으나 그 형벌 때문에 불로불사의 생명력을 얻게 되었고 무덤이 발굴되며 현재의 시간에 다시 등장하게 되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는 홍콩영화 진용에도 나왔었죠. 진시황의 궁녀 동아(공리)를 사랑하게 된 몽천방(장예모)은 그 금지된 사랑 때문에 진시황의 미움을 받아 산 채로 병마용의 일부가 되게 됩니다. 형벌을 받기 직전 궁녀 동아(공리)는 몽천방의 입 속에 불로불사의 환약을 넣어주고 갔었고 이 불로불사의 환약 때문에 몽천방은 죽음 대신에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몽천방의 연인 동아(공리)는 불 속에 뛰어들어 죽었으며 이후에 삶과 죽음, 죽음과 삶이 거듭되며 전생의 기억을 잊게 되었죠. 시황제의 무덤 일부가 발굴되면서 현대의 세상에 나타난 몽천방은 영화배우의 꿈을 갖고 촬영장을 기웃거리는 여인(공리)를 보고 그녀가 동아임을 알게 되었죠. 애석하게도 이 여인은 전생의 기억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몽천방의 애정은 그녀를 향한 엉뚱한 집착이 되고 맙니다. 영화 미이라 속 이모텝의 사랑 얘기도 어쩌면 이 몽천방의 애정만큼이나 순수한 것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 순수한 애정과 그로 인해 생겨난 집착이 할리우드 특수효과와 미이라란 영화적 소재를 통해 스펙타클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던 것이구요.

톰 크루즈는 분명 대단한 슈퍼스타에요. 비슷비슷한 시기에 인기를 누렸던 할리우드 영화배우들은 이미 퇴물이 되었거나 건강을 잃은 상태입니다만 톰 크루즈는 미국 현지에서는 이런저런 문제로 예전과 같은 인기는 아니라지만 전세계적으로 따져보면 할리우드 그 자체라고 해도 될 정도로의 스타배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99년작 미이라 속 브랜든 프레이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있는 배우가 톰 크루즈일 것입니다. 문제는, 2017년에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 미이라가 1999년작 브랜든 프레이저 주연 미이라보다 아쉬운 부분이 너무 쉽게 보인다는 점입니다. 흥미로운 소재, 더 많은 자본, 더 뛰어난 기술력, 더 대단한 톱스타가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1999년과 2017년, 두 편의 미이라 중에 한 편 만을 봐야한다면 1999년의 미이라를 보는 쪽을 택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2017년작 미이라에도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새떼가 습격해서 비행기가 추락하는 장면 같은 경우는 무척 잘 찍은 장면입니다. 아마네트 공주가 초능력을 발휘해서 런던을 습격하는 장면 역시도 대단히 스펙타클했었죠. 하지만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병원의 시체안치소까지의 과정에서 감독은 너무 많은 것을 생략해버렸습니다. 아마네트 공주가 초능력을 발휘하는 것 역시도 그 힘의 크기가 들쭉날쭉하게 연출을 하는 실수를 하고 말았죠. 우여곡절 끝에 런던에서 그 힘을 발휘하는 아마네트 공주의 경우 주인공 닉 모튼(톰 크루즈) 일행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갑니다. 그렇게 런던 시내와 근교를 한바탕 뒤집으며 가공한 능력을 발휘하던 아마네트 공주는 너무 쉽게 또다른 세력에 의해 체포(?)되어 버립니다. 사람 한 명의 기를 빨아먹었을 때 힘이 회복되는 것을 단계별로 설정해서 그 단계에 맞는 힘을 점차 선보여야 하는데 인간 형태가 어느 정도 갖춰졌다 싶을 때 갑자기 가공한 힘을 발휘하게 되었죠. 그리고는 허무할 정도로 갑자기 잡혀서 사슬에 묶인 신세가 되었구요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캐릭터 닉 모튼 역시도 아쉬운 부분이 있는 캐릭터에요. 이 캐릭터는 영화상으로는 도굴꾼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여자와 잠자리를 하면서 비밀스런 정보를 슬쩍했다가 힐난을 받기도 하구요. 톰 크루즈의 기존 영화 속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이런 류의 배드가이 이미지는 잘 어울리지 않죠. 게다가 그런 캐릭터가 아마네트의 치명적인 유혹을 뿌리치게 되니 그것 역시도 부합이 되지 않달까요. 여기에 좀 더 결정적인 영화적 결점이 있으니,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닉 모튼이, 일행을 데리고 아마네트가 갇혀 있는 이집트 고대 감옥에 들어갔다가 상황상 급히 나와야할 때 갑자기 총을 쏘게 됩니다. 왜 ㅊ오을 쏘게 되었는지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총을 쏘게 되었고 그 총알 때문에 아마네트를 가둬놓은 봉인이 풀리게 되었죠. 도굴꾼 이미지를, 닉 모튼과 동행하게 되는 베일 캐릭터에 몰아주고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캐릭터 닉 모튼은 고대 문화, 특히 이집트 파라오에 호기심이 많은 모험가 캐릭터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편이 좋았을 것이에요. 베일이 이집트 고대 유물을 훔치려다가 비밀장치를 건드려 수은 속으로 빨려들어가자 그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 닉 모튼(톰 크루즈)이 갑작스럽게 총을 쏘았다고 하면 이야기가 좀 더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았을까요.

톰 크루즈의 몇 년 전 주연작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그러했듯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주인공 닉 모튼은, 고대 이집트 주술 속 강력한 힘에 감염(?)되고 말았습니다. 공주가 아닌 여왕이 되길 원했으나 그 야심 때문에 엄청난 형벌을 받게 된 아마네트() 공주는, 닉 모튼 일행 때문에 영원의 형벌을 끝내고 런던 근교에 추락하는 신세가 됩니다. 영화는, 비행기 추락사고 이후 닉 모튼(톰 크루즈)이 어떻게 몸을 추스려서 시체 안치소에서 벌떡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을 생략하고 이후 런던의 늑대인간 비슷한 장면을 통해 베일과 닉의 재회를 만들어내죠. 베일은 자신에게 총을 세 번이나 쐈던 닉 모튼(톰 크루즈)에게 따집니다. 그러면서도 닉 모튼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알려줍니다. 이집트에 도굴을 하려다가 수은에 빠져 죽을 뻔했던 베일을 살려준 닉 모튼의 모습을 넣었다면, 영화의 마지막 어쩌면 다음 작품에도 같이 출연하게 될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좀 더 친절하게 설명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이런저런 이유로 아쉬운 부분이 있긴 했습니다만 미이라라는 흥미로운 소재, 톰 크루즈와 러셀 크로우라는 걸출한 두 배우의 출연, 이집트에서의 총격전과 런던에서의 추격전 및 비행기 추락장면의 스펙타클함까지 영화적 재미가 분명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운 부분 때문에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지게 된 것이 아쉽네요. 톰 크루즈 때문에 극장에 들어갔다가 극장을 나오면서 아낙수나문(1999년작 미이라)을 찾게 되는 영화랄까요. 마지막으로 한 번 외쳐봅니다. 아.낙.수.나.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