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한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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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문장
글쓴이
정혜영 저
흐름출판
평균
별점9.8 (45)
일상한땀

이전에 학교에 근무할 때, 아이들과 외부에 나가면 번호대로 두 줄로 서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날인가 1번 아이 옆에 서서 '너는 내 짝꿍이야'하면서 손을 잡고 다닌 적이 있었는데 한 번 그렇게 하고 나니 이 녀석이 이후에 이동할 때도 '나는 샘 짝꿍이야'하면서 계속 옆에서 내 손을 잡고 다녔다. 회장, 부회장에게 맨 뒷줄을 부탁한 터라 나는 맨 앞에서 1번 아이의 손을 잡고 바로 뒤에 선 아이들까지 함께 떠들고 웃으면서 돌아다녔는데 이 책의 표지 글을 읽고 나니 그때 기억이 났다. '작고 말캉한 손', 세상의 때가 한참 덜 묻은 손을 나도 즐겁게 잡고 다닌 기억이 있다. :)



 





때로는 근엄하고 때로는 세상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보이지만 엄마, 아빠는 자신의 아이가 처음이다. 그러니 아이를, 아이의 마음을 다 모른다고 하여 어찌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만 자식은 어린 시절의 자신이 아니니 아이의 마음을 정성껏 들여다보아야 한다. 어제보다 나은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해 오늘 더 노력해야 한다. 먹고사느라 여유가 없었던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잘 해내지 못한 일이더라도 오늘의 나는 과감히 해내야 하는 일이다. 내가 더 나아져야 내 아이도 지금의 나보다 더 나아질 테니까.



- 『어린이의 문장』 中 p.97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이 같은 상황에서 동생과 다른 처우에 항의하며 얼굴을 붉히던 큰 딸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었다. 딸에게 그런 얘기를 들을 줄 몰랐던 데다가 무엇보다 잘못했구나 싶은 마음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서 너무 당황했다고 하셨다. 이야기를 다 들은 상담사 선생님은 딸에게 정식으로 사과하시라고, 엄마가 너 키울 때는 엄마가 처음이라서 그게 잘못인 줄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제대로 말해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었다.



부모는 부모가 처음이고, 아이는 아이가 처음이다. 맏이는 맏이가 처음이고 둘째는 둘째가 처음, 막내는 막내가 처음, 모두가 똑같이 처음이다. 처음인 사람들이 이렇게 떼로 모여서 제대로 하려고 고군분투하는 게 가족이라고 보면 사실 모두가 짠하다. 특히 부모는 첫아이를 키워냈다고 해서 두 번째 아이가 수월한 그런 역할이 아니다. 둘째는 또 처음이니까... ㅎㅎㅎ 그래서 모든 아이들을 정성껏 들여다보아야 하는 거 같다. 그리고 같은 원리로 그런 아이들이 모인 교실의 선생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적 때문에 아이에게 가혹하게 군 일로 전화한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죄책감에 본인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던 친구는 대화 내용이 잔소리처럼 느껴졌는지 '아이 낳아서 키워본 적도 없으면서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 목구멍까지 올라온 '너는 30명이 넘는 남의 자식 키워본 적 있냐'는 말을 가까스로 삼키며 상한 기분을 달랬는데 교사라는 직업은 내 아이뿐 아니라 남의 아이도 그만큼 -어쩌면 더- 공들여 살펴야 하는 일이다. 친구에게 결혼하지 않은 나는 남편도, 아이도 없는 팔자 좋은 사람이었던 거 같은데 학교에 근무하던 매해 아이들로 인해 긴장과 비장함으로 안달복달했던 건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두려움은 몰라서, 어려서 생기는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경험치가 쌓일수록, 비교치가 늘수록, 그렇게 세상을 더 많이 알아갈수록 두려움은 몸짓을 부풀린다. 더 배우고 성장했는데도 왜 두려움은 작아지지 않고 자꾸 커지는 걸까.



- 『어린이의 문장』 中 p.23





 



알아서 두렵고 피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요소들은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일수록 더 그렇게 느껴진다. 아는 게 많다는 이유로 앞선 걱정이 많아지고 그게 두려움을 키우는 거 같다. 아이의 두려움은 단순하다. '바이킹 맨 끝자리 타기', '독감 예방 접종하기' 등 명확하게 실제적인 것들에 대한 게 아이의 두려움이라면 실체가 없는 관계나 불안, 불신 등으로 인한 것들이 어른의 두려움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은 계속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 지금 당장 나를 두렵게 하는 문제를 마주하고 해결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힘에 부칠 때는 흑기사도 구하고, 신나는 다른 일에 한눈팔기도 하면서 두려움과 거리 두기하는 걸로...



 



아이들과 글쓰기 노트로 교류하면서 느낀 감정과 생각들이 빼곡히 들어찬 에세이 『어린이의 문장』.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는 순수하고 솔직한 아이들의 문장을 통해 감탄하기도 하고 깨달음을 얻기도 하면서 어제보다 더 나은 엄마,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한다. 매일 글을 쓰는 아이들도, 이를 꼼꼼히 살피어 매번 세심한 코멘트를 적는 저자도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이런 정성과 진심 어린 교류는 아이의 삶 내내 두고두고 힘이 될 것이다. 원활한 글쓰기가 되지 않는 아이를 위한 배려 가득한 솔루션까지, 이런 저자 덕에 아이들이 성장하고 더불어 저자도 바라던 대로 어린 제자들에게 계속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이를 먹어서 몸이 뻣뻣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마음은 유연하고 말랑하게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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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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