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VIE

일상한땀
- 작성일
- 2016.8.15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 감독
- 잭 스나이더
- 제작 / 장르
- 미국
- 개봉일
- 2016년 3월 24일
나는 벤 애플렉이 별로다. 영화에서도 별로고, 그가 감독한 영화들도 나는 별로였다. 게다가 사생활도 정말 별로다. 그래서 이 영화가 나왔을 때 그냥 그러려니 했다. 게다가 감독이 잭 스나이더잖아. DC에서는 뭘 믿고 이 큰 프로젝트를 얘한테 맡긴 거지 싶었다. 그런데 개봉하자마자 욕으로 도배된 댓글을 보면서 오히려 궁금해졌다. 대체 어떻길래?
기대치가 없어서인지 영화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잭 스나이더가 좋은 감독은 아닌 거 같지만 비쥬얼리스트로는 괜찮다는 생각을 한번 더 하게 되었고...
1. 왜 그렇게 슈퍼맨이 미운데??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이해가 안 된 거는 배트맨이 왜 슈퍼맨을 죽이려고 할 정도로 미워하는가였다. 사실 제작진도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는지 영화는 상당 부분 배트맨의 감정을 설명하고 고조시키는데 시간을 할애한다. 근데 그럼에도 이해가 안 된다. 지구가 멸망에 이를 법한 큰 사건이 벌어지고 영웅이 활약하는 영화들, 위의 엑스맨이나 캡틴 아메리카 같은 영화 안에서도 어쩔 수 없는 부수적인 희생이 나온다. 그 희생으로 잃은 사람이 내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이나 뭐 이렇게 되면 미움이나 분노가 쌓이겠지. 사람인데 당연하다. 그런데 그 분노나 미움이 그 사람을 죽일 정도로 설명 되기에는 배트맨이 부하 직원을 잃은 상황이 약한 건 사실이다. 물론 렉스 루터의 농간으로 배트맨의 죄책감과 분노에 부채질하는 편지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죽이려고 한다고? 누군가를 죽이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해도 실행에 옮기는 건 전혀 다른 얘기다. 슈퍼맨을 죽이기 위해 렉스 루터의 농간대로 계획적으로 준비해 나가는 배트맨을 보고 있으면 정말 왜 그렇게 미운데?라고 묻고 싶다.
2. 렉스 루터는 왜?
선과 악의 대결로 진행되는 영화에서는 선만큼이나 악의 캐릭터가 중요하다. 물론 왜 악당이 되었는지를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고 얘는 나쁜 놈이야 할 수도 있다. 그런 영화들도 있고... 그런데 그냥 나쁜 놈이라고 하더라도 뭔가에 집착할 때는 조금이라도 납득이 가는 이유가 필요하다. 그래야 선한테 공감하고 응원하는 만큼 악한테도 감정 이입을 할 수가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악인인 렉스 루터가 왜 슈퍼맨과 배트맨, 그리고 원더우먼이나 플래시 같은 메타휴먼에게 집착하는지에 대해 조금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슈퍼맨에게 배트맨의 목을 가져오라며 보내기 전에 나누는 대화에서 아버지한테 학대받았다는 사실이 조금 드러나기는 하지만 아버지랑 배트맨이랑 슈퍼맨이 무슨 상관이냐고 대체!!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울 수 밖에 없도록 만든 머리 좋은 악한테 어떤 감정도 느낄 수가 없다. 동정도 미움도... 그냥 나랑 상관없는 미친 놈인 거다.
3. 대본은 발로 쓴 거지?
다음 편에서 갈아야 할 것은 감독보다는 작가 같다. 상황에 어울리지도 않고, 너무 진부한 대사들이 쏟아지는데 정말 깜짝깜짝 놀랐다. 많은 사람들이 실소를 금치 못한 '우리 엄마 마샤! 너희 엄마도 마샤?'같은 상황도 다른 대사로 풀었으면 그 정도로 욕을 먹지는 않았을 거다. 게다가 좀전까지 죽일려고 했던 슈퍼맨의 엄마를 구하고 하는 말이 '아드님의 친구입니다', 엄마의 대답이 더 웃기다. '망토를 보고 알았어요' 아 놔... 뭐하자는 거임? 같은 영화에 다른 대사를 덧입혀서 재개봉하면 반응이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체 저런 대사들을 무슨 생각으로 넣은 거지라는 생각을 영화 보는 내내 했으니까 말이다.
4. 코믹스를 못 본 사람도 배려해야 하는 법
영화 속에서 원더우먼을 비롯하여 앞으로 저스티스 리그 멤버로 활약할 아쿠아맨, 플래시 등을 보여주는데, 사실 나는 옛날 사람이라 정말 옛날 미드 속에 등장했던 원더우먼을 아는 거고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DC 코믹스나 미드를 전혀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플래시도 모를 거고, 아쿠아맨이나 사이보그 등은 나한테도 생소했다. 캐릭터 자체가 생소한데 그들이 다음 편에 어떻게 등장할지 기대감이 생길 수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는 캐릭터별 솔로 무비를 먼저 보여주고 그들에 대해 코믹스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알 수 있을 만큼 인지도를 키운 후 한데 묶은 마블의 전략이 훨씬 영리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 영화 안에서 오롯이 빛난 사람이 있으니 배트맨의 집사로 등장한 제레미 아이언스다. 이 아저씨 나이를 먹을수록 정말 섹시하신 듯... 게다가 냉소적으로 한 마디씩 뱉어주시는 대사도 웃기고... 무겁고 어두운 영화 안에서 제레미 아이언스가 등장할 때마다 웃은 거 같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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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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