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리뷰

jean217
- 작성일
- 2023.2.1
지극히 사적인 네팔
- 글쓴이
- 수잔 샤키야 외 1명
틈새책방
어떤 나라의 이미지가 어떻게 소비되는 지 궁금했다. 우리는 한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어떻게 한국을 알고 있는지 잘 모를 수 밖에 없다. 그저 방송에 출연한 외국인들이 불고기나 비빔밥을 먹고는 한국 최고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면 좋은 거구나 싶지만 한국에 와본 적 없는 외국인들이라면? 마찬가지로 세계 수많은 나라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알고 있을까?
중학교 사회시간에 세계의 지리에 대해 배우면서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 전세계 나라의 수도를 외워야 했다. 단, 아프리카는 빼고, 왜 아프리카 국가는 제외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나마 부담은 줄었다. 그때부터 사회과부도를 놓고 달달 외워댔고 나중엔 친구들과 내기도 했다. 희한한 이름의 나라도 있었고 희한한 이름의 수도도 있었다. 시간이 멀쩡한 종이를 삭게 만들 정도로 흘렀지만 그때 외워댔던 나라이름과 수도이름은 아직도 뇌리에 각인이 되어 있다. 그런데 다 잊어도 하나 잊을 수 없는 나라와 수도가 있다. 그게 바로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다. 철부지 아이들끼리 팔이 네개 달린 건? 네팔, 만두는 만두인데 먹을 수 없는 만두는? 카트만두. 라며 장난스럽게 질문과 대답을 주고 받았다. 난센스 퀴즈이긴 한데 네팔에 대한 상식은 이 정도였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 끼어있고 히말라야 산기슭에 있고 힌두교와 불교 국가, 그리고 어쩐지 왕이 살 것 같은 나라의 이미지.
인기를 끌고 장시간 방송을 했던 비정상회담에 네팔을 대표해서 종종 나오며 얼굴을 알고 있었던 수잔 사키야의 진술을 엮은 책으로 어찌보면 작은 은둔의 나라에 가까웠던 네팔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을 소상히 전달해 주고 있다. 자신의 모국에 대해 300페이지에 가까운 내용으로 풀어 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평소의 지식의 수준을 엿볼 수 있다. 누군가 나에게 한국을 외국에 소개할 테니 이 정도 분량으로 원고를 써달라고 하면 아마 포기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어디선가 표절을 하던가.
네팔은 이미 왕정이 끝나고 공화정 국가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무려 126개의 민족이 어울려 살고 대부분이 힌두교 아니면 불교도이고 수도 카트만두는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소를 숭배하고 구습의 신분제도가 채 사라지지 않고 있고 여전히 여성인권에 대해 풀어야 한 숙제가 많다. 그렇게 책 안의 내용을 추리다보니 몰랐던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그외에 저자의 성(姓)인 샤키야가 바로 석가모니 부처의 후손이라는 증거, 쿠마리라고 하는, 어린 여성을 신격화 하면서 그들의 인권에 대해 설명한 부분과 네팔의 다양한 축제에 대해 소개한 것, 그리고 한국에 13년 동안 살게 된 배경, 히말라야에 갔다가 지금 자신의 사장님이 된 분과 조우한 이야기들이 인상깊었다.
이 책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유하며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당기는 네팔의 매력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고 있는 네팔 사람들의 매력에 대해서도 소구하고 있다. 예전에 히말라야에 다녀오신 문재인 대통령이 이 책을 추천했는데 그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 보니 그건 네팔 사람들에게서 느꼈던 정이 아직도 체온처럼 남아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추측되었다. 단지 산에 다녀온 인연이었다면, 소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네팔을 아직 민주화 되지 못한 국가라고 한껏 낮춰 소개하고 있지만 우리라고 완벽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늘 사회 구석구석 차별과 맞서 싸우는 중이고 청산되지 못한 정치권력은 여름철 곰팡이처럼 자꾸 되살아난다. 어느 순간부터 경제력이 국가의 국격을 재는 척도처럼 인식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국민 스스로가 얼마나 자기 나라에 자부심을 갖고 사는 지, 또 옆에 있는 공동체 구성원을 향해 진심어린 손길을 내어 줄 수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저자처럼 한국을 잘 이해하는 외국인이 늘듯, 비록 작다고 한 나라지만 그 안에서 사는 네팔 사람들의 열정을 수잔 샤키야를 통해 투영해 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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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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