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리뷰

jean217
- 작성일
- 2023.2.28
독립은 여행
- 글쓴이
- 정혜윤 저
북노마드
다리가 긴 어미 포유류로 부터 새끼 한 마리가 갓 태어났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다시피 한 채 세상에 나온 새끼는 양수를 온 몸에 바른 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런 새끼를 자신의 몸도 추스리지 못하면서 연신 입술로 핥아주고 있는 어미를 보고 있으니 모성이 대단하다 싶었다. 얼마 시간이 흐르지도 않았는데 새끼가 움찔 거리면서 뒤뚱뒤뚱 네발로 지탱한다. 그리고는 어미 곁에서 빙빙 맴을 돈다. 잠시 후엔 좀 떨어진 곳까지 걸어갔다 다시 어미 곁으로 돌아왔다.
인간처럼 부모 곁을 늦게 떠나는 동물이 또 있을까? 태어나면 서기는 커녕 누운 채로 칭얼거리면 세상 모든 걸 해줄 것 같은 부모가 상시대기를 하고 있고 수 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기어다니는 걸 보면서 우리 애기 나중에 운동시켜야겠다면서 좋아하는 어른들, 그렇게 다 큰 듯 싶다가도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이야기하면 나가긴 어딜나가냐고 핀잔을 듣게 되면 곧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영원히 곁에 있어줄거라는 생각에 믿어 의심치 않았던 자신의 반쪽을 잃어 버리고 시름겨워하다 평생을 살던 부모님으로부터의 집을 나왔다. 독특하기가 마치 어느 사무실같은 곳을 얻고 그곳을 자신만의 아지트로 만들어 버렸다. 세상에 같은 곳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사명처럼, 개인적인 취향이 물씬 묻어나는 곳이 되었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융지트'라 불렀고 그 안에서 그는 정서적 독립까지 꿈꾸게 되었다.
이 책은 마케터로 살고 있는 저자가 불시에 찾아온 두 가지 이별을 극복하기 위해 공간적 독립을 하고 이어 살아가는 방식을 재설계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앞 부분 절반은 새로 얻은 원룸에 독특한 오브제를 가득채워 놓는 과정을 그렸다면 후반부는 정신적, 심리적, 그리고 일하는 과정에서의 소통과 홀로서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넣고 있다.
혼자 산다는 것이 콘텐츠가 되는 세상인지라 누군가의 일상을 들여다 보는 게 낯설지는 않다. 예쁘게 꾸며놓은 저자의 집을 사진과 함께 보고 있노라니 누구라도 저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들이 형식이라면 저자가 브런치등에서 글을 쓰고 연달아 책을 내고 온라인으로 사람들을 모아 이런 저런 일을 할 수 있는 기획을 하는 건 내용적인 측면이었다. 가보지 않아도 저자의 독립공간에선 늘상 음악이 흘러 나올 것 같았다.
독립은 무한한 자유를 주는 것 같지만 그곳에 책임져야 할 개인의 몫도 늘어나게 되어 있다. 심리적 불안, 경제적 압박, 인간관계의 소원, 통제 받지 않는 환경등을 모두 자신이 풀어야할 숙제들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독립이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독립이 살면서 꼭 해보고 싶은 것이라면 그 또한 꼭 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혼자 있을때 더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많으니까 말이다.
롤모델은 저 사람 처럼 되고 싶다고 동경하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길을 따라간다면 레퍼런스는 저 사람을 참고해서 내가 나로 살면 된다. p217
시간을 아껴서 자기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면 시간은 저절로 따라온다. /로라 밴더캠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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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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