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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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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
글쓴이
윤혜자 외 1명
행성B
평균
별점8 (3)
jean217

오랫동안 갇혀 사는 기분이었다. 



조금 늦을라치면 기분 상하는 저녁이 될 것 같아 해가 지면 귀가를 서둘러야했다. 며칠이라도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올까 싶어 입을 열면 혼자 무슨 재미로 낯선 곳에 가냐며 퉁명스럽게 핀잔을 주는 탓에 입을 닫아 버렸다. 



 



여행을 안 좋아한다. 



예전에 회사로 찾아온 보험회사 아줌마가 보험 하나 들라며 하도 강권을 해서 가장 싼 걸로 하다 들어주었더니 다음에 올때 나의 사주팔자를 컴퓨터로 뽑았다며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아니 내가 태어난 시도 말해주지 않았건만... 암튼 그 종이에서 '역마살'이라는 단어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그때는 그랬다. 툭하면 해외로 나가는 게 일이다 보니 그래도 대충 맞는 모양이네 하고 피식 웃었건만, 나의 역마살은 그 이후 사라졌다. 차단당하듯 강제로 종료되자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에 둔감해졌다. 아니 하기 싫어졌고 그러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이 지독한 귀차니즘이여



 



기왕이면 바닷가 마을에서



어떤 영화를 본 다음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아무런 인연이 없는 곳에 집을 하나 얻어 놓고 1년, 계약기간이 보통 2년이니까 2년만 살아볼까? 그렇게 강원도에서 시작해 다음엔 경상도, 그다음은 제주도, 전라도, 충청도 순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면서 살면 10년을 채울 수 있겠다 하는 망상. 그럼 그 많은 짐은? 평생 살아온 서울을 떠나기 쉽지 않을텐데...그리고 떠돌이 생활을 하면 돈은? 생활비는 어디서 마련하고?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망상은 덜깬 잠 속의 꿈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바다가 보이는 곳이면 좋겠다. 여건이 안되면 걸어서 바다가 보이는 곳 정도도 좋고, 아무래도 어렵겠지.



 



두 사람, 부부가 한 사람은 서울 성북동에서 다른 한 사람은 제주도 조천에서 떨어져 한달을 살면서 글을 쓴다. 일기처럼 하루도 빼지 않고 각자 하루를 산 이야기를, 그리고 나중에 그 일기같은 산문을 묶어서 책을 만들자고, 그렇게 만들어진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남편은 홍보일을, 아내는 출판일을 오래 해서 글을 짓는데는 이골이 난 상황인데, 어느날 아내는 좋은 기회가 생겼으니 남편더러 제주도로 내려가서 그곳에서 글을 써보라고 강권한다. 난데없는 제안에 어리둥절하지만 이내 반색을 한다. 남들은 며칠 혼자 여행을 다녀온다고 해도 도끼눈을 뜰판에 한달이라니? 그것도 제주도에 살 공간이 있다고...



 



남자나 여자나 나이가 들면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동굴이론이라고 하는데 요즘 세상에 동물도 아니고 동굴은 너무 했고 움집이라도 있으면 그 안에서 웅크린 채 혼자 사색하고 싶다는 걸거다. 혼자 고독을 즐기다 보면 스트레스도 좀 줄어들 것 같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정리를 할 계제를 마련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남편의 글이 아내의 글보다 분량적인 측면에선 압도적으로 많다. 아내의 조건대로 집 근처에서만 돌아다니라는 엄명을 받들어 그 흔한 제주도 명승지나 멋진 바닷가에 대한 감상은 없다. 몇 번 지인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집 근처 카페와 국수집 내방이 거의 전부다. 나머지는 글을 쓴 이야기, 그리고 책을 읽은 이야기들이다. 워낙 책 소개가 많아서 그중 몇 권은 골라 읽어봐야겠다.



 



겨우 한달을 따로 떨어져 보냈는데(그것도 보름이 지나서는 한 번 서울로 왔다갔다) 한달이 다되가니 아내의 돌아오라는 성화가 거칠어졌다. 다시 매인 몸이 된 남편의 속마음은 과연 어떠했을까? 사실 이 책은 최근에 부부가 새로 낸 책을 기다리다가 전에 낸 책도 있길래 읽어 보았다. 그 책을 먼저 읽으면 이 책이 어색해질 것 같아 본 셈이다. 다음엔 혹시 아내가 어딘가로 한달 살이를 하러 떠나지 않을까 싶다. 재미나게 사는 듯 해보인다. 중년 부부의 로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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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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