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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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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
글쓴이
김선영 저
문학수첩
평균
별점9.8 (20)
jean217

마트가는 길이면 동네 도서관에도 들린다. 조금 에둘러 가는 길이지만 그곳에서 1시간 정도 새로 들어온 책 코너에서 한눈을 팔다보면 배도 고파지고 하니 걸어서 마트 다녀오는 길이 지루하질 않다. 배고플 때 마트에 가면 이것 저것 산다고 하지만 한 번 다녀오는 길이 녹록치 않아 한꺼번에 며칠 먹을 것을 사야하는데 배부를 때 가면 잘 안사게 되고 집에 와서는 도리어 왜 이렇게 먹을 걸 안샀지 하고 후회를 한다.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와서 집 주변에 뭐가 있나 두리번 거리다가 공원 한자락에 건물이 있길래 보니 평생교육원이 있었다. 엉거주춤 들어가보니 1층에 책을 빌릴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 전까지는 집에서 멀지 않은 모교 도서관에서 책을 한꺼번에 10권씩 빌려왔기에 다른 도서관엔 별 관심도 없었는데 이사를 가고나니 그것도 좀 아쉬운 마당에 잘되었다 싶었다. 한동안 책과 멀어졌는데 작지만 옹골찬 도서관을 알게 되어 기분 좋았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주부터 코로나가 심해져 자료실 이용이 불가능해졌고 택배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눈으로 고르지 않은 책을 무리해서 빌려보고 싶지 않았다. 당시엔 다른 사람의 손을 탄 물건에 거부감이 들 정도로 엄혹했던 시절이니 더더욱이나. 



작년 후반기에 오랫만에 다시 찾아간 도서관, 리모델링을 했다고 하면서 한결 환해지고 책을 찾는 것도 수월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왕래도 잦아지고 새로 들어온 책들도 많이 보였다. 그리고 몰랐던 도서관 이용방법에 대해 알게 되니 요즘엔 이렇게 운영되는 구나 싶은 부분도 많이 있었다. 



마음에 드는 건 희망도서 신청인데 도서관에 없는 책들을 한달에 2권을 신청해서 입고되면 가장 먼저 새책으로 볼 수 있는 우선권이 주어진다. 2주를 보고 시간이 부족하면 1주일을 더 연장할 수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방법은 도서관이 아닌 지정된 서점에서도 책을 빌려볼 수 있다. 이것도 한달에 2권 한도에서 신청하면 새책을 그 서점을 통해 빌려볼 수 있는데 도서관에서 신청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빌릴 수 있는 제도다. 이렇게 되면 서점은 해당 서점을 반납후 도서관에 팔 수 있어 출판사와 서점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다. 도서관 입장에서도 이용자들이 무슨 책을 읽고 싶어하는 지 알 수 있어 도움이 되는 시스템이다. 



도서관에 가면 카운터에 한 두명이 늘 모니터를 들여다 본다. 책을 볼 줄 알았지만 근무자들은 책을 볼 시간이 없어 보였다. 반납된 책을 정리하고 서가에 비치하고 연체 서적을 관리하고 훼손된 책도 수리해야 한다. 만약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별도의 프로그램이 있으면 그것도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힘든 일이 이용자들의 민원이다. 책과 무슨관련이 있나 싶긴 하지만 대개는 이용자들 사이의 알력조정이다. 힘든 일이다. 



도서관 사서하면 조용한 공간에서 책과 씨름하는 직업인 줄 알겠지만 실상은 이렇게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사서가 되었다. 꽤 오랜 세월 사서일을 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들이 주루룩 나오는데 그런 일이 벌어질 법도 싶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만 사서가 되는 건 아닌 듯 싶었다. 도서관의 존재이유는 사람들이 책을 빌리는 것이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가예측한 일들을 어떻게 조정하는 지, 그런 일에 이골이 날 정도로 버틸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 즉, 책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해야 할 수 있는 일이 사서다. 



책을 보면서 도서관을 다니며 궁금했던 일들이 많이 해소되었다. 나 역시 민원을 제기할까? 아니면 제안을 할까 망설인 일이 있었는데 굳이 그렇게 안해도 되겠다 싶었다. 기회가 되면 도서관에서 도움을 주는 일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비롯해 지난 주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거의 다 봤다. 주말에 가서 다시 여러권을 빌려야 겠다. 부디 내가 보고 싶은 책들이 연체된 상태로 있지 않기를, 그리고 내가 보고 싶은 책이 반납되어 나를 기다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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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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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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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an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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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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