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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e1213
- 작성일
- 2025.6.6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 : 자매 편
- 글쓴이
- 이노우에 마기 저
북스피어

저는 형제편을 먼저보고 자매편을 읽었는데 자매편의 띠지에 적힌 방식에 따르면 저는 오후 3시에 홍차 대신 커피를 마시고, 비가 오면 우산을 사는 대신 맞으며 뛰어가고 운전면허가 있는! 자매편 부터 읽는 게 더 적합한 사람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형제편과 다르게 자매편은 세편의 에피소드의 제목부터가 독특합니다.
벚꽃 유령과 세퍼드 파이, 보석 도둑과 행복한 왕자 처럼 비교적 직관적이었던 형제편의 제목에 비해 자매편은 그러므로 쓰쿠네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쓰쿠네는 떠넘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쓰쿠네는 걱정하지 않는다로 쓰쿠네로 점철된 소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닭꼬치구이와 발음이 같은 쓰쿠네는 놀랍게도 닭꼬치구이집의 세 자매 중 둘째 딸의 이름입니다. 형제 편에서 계속해서 언급되던 닭꼬치구이집의 세자매가 이번 편의 주인공들이네요.
첫번째 사건도 병렬추리방식이 무척 새로웠는데요. 형제편에서 료타가 목격했던 닭꼬치에 찔려 사망한 사건의 동승자로 세 자매중 첫째인 사사미가 의심받으며 자매들의 추리가 시작됩니다. 형제편에서는 이야기의 배경처럼 흘러갔던 사망자의 신원이 자매편에서는 사사미의 직장 악덕 상사로 등장하는 것이 재미있으면서도 이노우에 마기가 추구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미스터리소설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형제와 자매는 서로의 환경이 다른 만큼 같은 단서에서 다른 추리를 이끌어가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직접적으로 언급은 할 수 없지만 운전자의 목에 찔린 닭꼬치를 볼 때도 형제는 남아있는 닭고기의 개수를, 자매는 닭고기의 종류가 소금구이가 아니라 양념구이라는 점에 착안합니다.
특히나 미스터리 요소 외적으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는데 소개하자면
"오노 씨가 농땡이를 부릴 작정이었다는 거야? 그건 아니지. 우리 회사는 스마트폰 GPS로 영업사원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거든. 제법 빡빡하게 굴어."
그런 회사는 싫은데. 쓰쿠네는 그만 우울해졌지만, 요즘 시대에 그런 감시 체제는 보통인 걸까.66p
포켓몬Go를 할 때 사용하는 페이크GPS를 잘 활용하면 아무 문제 없다고 우울해하는 쓰쿠네를 위로해주고 싶었던 장면이었거든요.
사람이 딱 한명 죽어나가는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읽고 있으면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이야기의 전개도 일품입니다. 무엇보다 사용한 닭꼬치를 씻고 있는 사사미를 보고 식자재를 재사용하는 줄 알고 좌절하는 세 자매의 막내 모모를 보면 형제편과 다른 의미로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에 미소가 저절로 떠오릅니다.
하나의 사건에 두개의 추리가 존재 가능한 방식부터가 놀라웠는데요.
추리소설을 설계할 때 공학도의 방식을 사용한다는 이노우에 마기 작가의 인터뷰처럼 정교하게 설계되어 딱 필요한 만큼만 겹치는 추리의 논리가 매우 훌륭했습니다.
사건에 얽힌 사람들을 누구의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밝혀져야 하는 진실이 달라지는 점 역시 매우 흥미로웠구요.
사진을 찍을 때 프레임 안에 넣는 구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이 이 소설의 하나의 사건에 두개의 추리의 방식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형제편에 이어 자매편까지 읽고 나면 괜히 아쉬워지는 팬들을 위한 특전 초단편까지 함께 동봉되어 즐길 수 있구요.
자매편을 다 읽고 나니 이미 앞서 읽은 형제편을 한 번 더 읽고 싶어지게 하는 새로운 방식의 미스터리소설 독서 경험을 선사하는 이노우에마기의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꼭 형제편 - 자매편 순으로 읽길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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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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