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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 작성일
- 2021.10.21
생각의 편집
- 글쓴이
- 안도 아키코 저
홍익출판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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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정리하여 드러내는 것은 쉽고도 어렵다. 생각의 정리가 잘 되는 사람들을 능력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의 정리는 언어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사실 언어가 없던 시절에는 생각의 폭을 넓혀나가는 일이 용이하지 않았다. 생각을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것은 인간의 기억력이라는 것이 특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의 축적이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데, 인간의 능력은 지속적인 생각의 연결이 쉽지가 않다. 그것을 보완하는 것이 나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편집공학을 이용해 어떻게 생각을 정리하고 이어나가는가를 보여준다. 편집이라는 말을 사용해 생각의 폭을 넓혀나가는 내용을 그린 것이다. 그 편집을 공학이라고 명명했다. 상호 작용하는 복잡한 것들을 복잡함 그대로 처리하는 기술을 공학이라고 한다. 인간의 사고도 이런 편집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다. 난 그 기저에 언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언어는 공학을 심도 있게 만들어 나간다고 보면 된다. 인간의 사고는 한계가 있고, 그것이 조직적으로 구성되어 가는 것도 언어의 도움을 받는다는 말이다. 언어는 인간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고 인간의 상상력의 폭도 언어의 도움으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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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5단계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편집공학이란 무엇인가?> <세계와 나를 재구성할 접근법> <재능을 열어주는 편집사고의 10가지 방법> <편집공학소가 하는 일> <세계는 이어져 있다>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편집공학이란 무엇인가>에서는 공학의 문제를 거론해 보고 있고 이 세계가 공학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얘기한다. <세계와 나를 재구성할 접근법>에서는 다양한 접근법을 얘기해 준다. 나누면, 알면 바뀐다. 비교한다, 유추적 사고를 한다. 처음부터의 사고가 중요하다 등 9가지 접근법을 제시해 편집공학의 기본적인 양식을 제공한다.
<재능을 열어주는 편집사고의 10가지 방법>에서는 원칙들에 대한 실천 방식을 제공한다. 연습의 장이다. 이곳에서는 연상 네트워크, 시각의 변화, 분류, 원형의 가치, 비유, 이야기 형태 등을 제공한다. 이들을 통해 편집사고를 할 수 있게 한다. 그 기저에는 언어가 있음에는 변함이 없다. 편집은 생각의 정리다. 생각을 정리하는 데는 언어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언어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느끼고 있다. <편집공학소가 하는 일>에서는 저자가 일하고 있는 편집 공학소를 소개하고 있다.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데 힌트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계는 이어져 있다>에서는 상상력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편집공학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만드는데 작용하는 상상력의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고, 그렇게 만들어 보도록 하고 있다.
본분에서 편집과 관련된 몇 개의 구절들을 살펴보면서 편집 공학에 대해 느낌을 가져보는 시간을 가질까 한다. 저자의 편집에 대한 생각은 자신감에 넘친다. 다양한 언어적 기술을 사용해 편집의 능력을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살펴보면 이 책을 만지는 큰 즐거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아무리 복잡하게 얽힌 과제라도 가설이 올바르게 세워지기만 하면 어떤 느낌을 동반하는 이미지의 연쇄작용이 일어납니다. 두근거림이나 기본 좋은 소름, 우와! 하는 감탄, 어라? 하는 놀라움 등이 그것입니다. 이렇게 잘 맞는 가설은 여기저기에서 긍정적인 두근거림이나 아름다운 파문을 일으킵니다. p60
가설은 문제를 돌파하는 가장 기본적인 힘이 된다. 가설이 잘 세워 지면 그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인다. 방법이 보이면 그 길을 따라가면 된다. 안개 속에 있을 때는 앞길이 잘 보이지 않아 길의 방향을 확인할 수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하지만 안개 속에서도 나름의 나침판이 기능을 하면 충분히 앞으로 아나갈 수가 있다. 그러고 안개가 걷힌 세상에 머물 수도 있다. 가설은 사람들의 일에서 나침판의 기능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가설이 어떻게 세워졌는가? 생각을 어떻게 정리했는가의 문제다. 생각의 편집은 가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갑작스러운 번득임이나 사태를 확장시키는 아이디어, 끓어오르는 호기심, 벽을 돌파하는 탐구력, 이 모든 창조성이나 상상력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어진 선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 안에 잠재되어 있고 세계 속에 이미 의미로서 잠재되어 있어서 그것들은 언제든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83
인간의 원시적 상상력이라고 하는 것이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이고 덮개에 덮여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덮개를 어떻게 들어 올리느냐가 창조성을 발현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못할 것인가를 판가름한다. 편집공학은 여기에 기능한다. 가지고 있는 상상력을 어떻게 나오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사회적 문맥 속에 갇혀 있는 그들을 살짝 밖으로 표출될 수 있게 만드는데 편집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이 기능을 하도록 하는 데는 이 편집이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 편집에는 3A가 큰 기능을 한다. 관계 발견의 원동력이 되는 아날로지, 결단력 있는 가설로 비약하는 어브덕션, 세계와 자신의 관계를 유연하게 다시 파악하게 하는 어포던스 등이 그들이다. 이들이 서로 연동함으로써 편집력은 앞으로 나아간다. 편집력은 바로 생각하는 힘의 크기를 말한다고도 할 수 있다.
편집공학은 ‘무엇’보다 ‘어떻게’에 축을 두고 있습니다. ‘답다’와 같은 보이지 않는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것을 복잡한 채로 그냥 놔두고 그 안에 내포하고 있는 술어적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p107
무엇은 서구식 사고방식이다. 주어를 중시하는 사고방식이 사고를 명료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언어의 의미에도 함축적 의미나 내포적 의미 등을 우리는 인지할 수 있다. 인지는 말초적인 것을 뛰어 넘는다. 그 안에 깊은 통찰의 의미를 지니고 있을 수가 있다. ‘답다’ 등의 동양적 술어가 그렇다. 동양은 주어보다는 술어의 의미에 방점을 둔다. 서구의 문장은 결론부터 나 있는데, 한국, 일본의 문장들은 그렇지 않다. 끝까지 들어와야 무슨 뜻인지 안다. 그것은 술어가 가장 끝에 나오기 때문에 그렇다. 술어를 온전히 들을 때까진 의미가 드러난 것이 아니다. 즉 이들은 애매모호한 것 같지만 깊은 통찰의 언어다. 생각의 편집은 이 상상력의 극대화가 이루어질 때, 보다 심오한 경지에 이를 것이라는 생각이 된다. ‘어떻게’에 관심을 가지고 궁구해 나갈 때 생각들이 보다 새로운 지경을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란 말이다.
비유에 기대어 이야기를 전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동양 문화권은 특히 더 비유를 통해서 의사를 전달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대 중국의 시인 묵객들은 강력한 통치자에 저항하기 위해 은유와 풍유의 시를 써서 백성들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이는 고대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권력자를 향한 직접적인 비난이나 조롱 대신 자연의 사물에 빗대어 은근히 비꼬고 헐뜯음으로써 백성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습니다. p183
서양은 직설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 강하고 동양은 간접적으로 전하는 방식이 많다. 동양은 강력한 통치세력들의 잘못을 직접적으로 얘기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은근히 전달하는 방식이 발달했다. 그 언어적 기법에 비유가 많이 사용되었다. 여기에선 책을 쓴 안도 아키코가 일본인이기에 중국과 일본을 명시해 표현했다. 아마 한국인이 작가라면 우리의 언어적 습관을 얘기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우리 선조들의 표현방식도 수사가 많이 발달되어 있다. 그것은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다 보니 그런 것이다. <구름 낀 볕도 쬔 적이 없다.> <그늘에 시든 풀을 다 살려 내겠다.>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 등은 내가 가장 많이 사용했던 고전 속의 구절들이다. 대나무를 통해서 국화를 통해서 다양한 사물들을 통해서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같은 방법이리라. 이 책을 통해 이런 비유가 편집의 좋은 하나의 길이 됨을 보여준다. 수사는 통찰의 언어가 발달한 우리의 언어에서도 요긴하게 쓰이고 있는 방식이다. 우리는 이런 수사를 책을 통해 많이 배울 수 있다. 책은 그러기에 우리의 언어를 튼튼하게 하는 역할도 하고 강하게 하기도 한다. 이런 언어는 그 민족의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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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어떻게 능력 있는 생각을 할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그것을 공학적인 측면으로 파고들며 얘기를 해나간다. 하나씩 뜯어가면서 읽어보면 결국은 편집공학이 언어적 기술에 많이 닿아 있다는 생각이다. 생각하는 능력이 언어가 바탕이 되어 이루어지고, 언어가 그것을 쌓아가는 기능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언어를 바라보는 관점, 그것이 생각의 폭을 넓혀나가는 일이 될 것이고, 언어의 기술 그것이 편집공학의 길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책은 나에게 많은 상상력을 동원해 나가게 하고 그 기저에 언어적 기술을 체득하게 한다. 생각과 언어적 능력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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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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