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 서적

나날이
- 작성일
- 2022.11.15
서영동 이야기
- 글쓴이
- 조남주 저
한겨레출판
이 책은 서영동 사람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상을 담고 있다. 서영동은 우리나라 서울의 한강 이북의 한 동네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런 동네를 중심으로 인간들의 이기가 가득히 배어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집값이 오르는 이야기,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조금 더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한 갖은 노력을 하는 이야기, 아이들의 좋은 학습 분위기 조성을 위한 이야기 등이 행해지고 있다. 이들이 모두 살고 있는 공간을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기 위한, 또한 부동산 가격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집단이기주의의 발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늘 사회적인 이슈를 가져와 문제를 던져주는 작품을 많이 쓰는 조남주의 소설이다. 인구에 회자되는 작품 ‘82년생 김지영’을 쓴 작가다. 이 글을 읽으면서 구성적인 측면에서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이 떠올랐다. 서영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작 형태로 그려나가고 있는 게 원미동 사람들과 닮았다. 연결고리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한 명씩 제시해 그가 가진 문제를 드러내면서 인간들의 근본적인 심성을 살펴본다. 그 바탕에는 인간의 욕심이 가득 배태되어 있다. 단편 몇 편으로 읽어도 된다. 더불어 사람들의 연결하면서 입체적으로 읽어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6편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봄날아빠(새싹멤버)>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넷 소통을 통해서 직접적인 삶의 문제를 거론해 보고 있는 글이다. 봄날아빠라는 블로그가 서영동의 현재 이슈가 되는 내용을 블로그를 통해서 올리고 있다. 하지만 봄날아빠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밝혀 지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봄날아빠의 글을 통해서 서영동의 실상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을 따름이다. 봄날아빠는 서영동의 부동산 중계업소가 상당히 문제가 있음을 제시한다. 몰론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의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서영동 학군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서영역 출구에 관해서도 논한다. 이런 것들이 자신의 공간에 대한 가치를 상승시키려는 블로그의 여론 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세훈과 유정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지역이기주의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그들은 봄날아빠의 게시글을 이야기하며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공간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봄날아빠는 서영동이 실제 이하로 부동산 가격이 형성되어 있음을 말하고 그것이 부동산의 담합에 의해 그렇다 한다. 즉 부동산 가격의 후려치기를 고발하는 것이다. 그것은 여론몰이라 할 수도 있겠다. 서영동 주민들이 순진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봄날아빠는 말한다. 그것이 세훈과 유정에게도 솔깃하게 전해진다. 그러면서 봄날아빠는 서영동이 학군이 좋은 곳이라고 한다. 이곳이 결코 다른 지역에 비해 부동산의 가격이 정체될 곳이 아니라는 얘기를 한다. 또한 지역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서영역의 출구 유치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려진다. 글을 읽으면서 집단이기주의를 느낄 수 있었고,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경고맨>
아파트 생활을 경비원을 통해 들려주고 있는 글이다. 요즘 사회적인 문제로 많이 등장하는 아파트 경비원들에 대한 갑질 문제도 제시되고 있다. 유정의 아버지는 유정이 살고 있는 곳의 가까이에서 경비원으로 취직을 한다. 유정이 그것을 듣고 아버지를 찾아가 본다. 그러면서 경비원들이 하는 일들을 유정의 아버지를 통해 드러낸다. 아파트이 모든 문제들을 경비원들이 처리한다. 심지어 하수구가 막힌 것도 처리하고 주차 및 쓰레기도 관리한다. 아파트 주민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배출하는 것을 정리하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그러면서 이상한 입주민들에게 갑질을 당하기도 한다. 아파트 경비원을 통해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점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유정의 아버지(경비원)은 아파트 사람들의 잘못된 점을 시정하기 위해 아파트 곳곳에 경고문을 붙인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경비원에서 쫓겨난다. 이러한 일들을 통해 아파트가 무엇이 문제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정의 아버지(경비원)를 통해 아파트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는 글이다.
<샐리 엄마 은주>
은주는 새봄의 엄마다. 새봄이 다니던 어린이집, 유치원 등이 이야깃거리가 된다. 은주가 하루는 어린이집에 갔다가 새봄의 어린이집 생활을 엿보게 된다. 이제까지 절 적응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새봄이 다른 아이들에게 치여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것을 본다. 그래서 은주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유치원을 생각한다. 그러다 키즈클럽을 생각하고 새봄이를 그곳에 보낸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어떤 아이와 새봄의 갈등을 그려낸다. 어떤 아이가 새봄을 괴롭힌다. 어떤 아이는 일상적인 아이와 조금 다르다. 하지만 변호사라는 어머니가 영향력을 발휘해 그곳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지만 무마하고 같이 생활한다. 이런 가운데 새봄이 그 아이에게 상처를 입는 일이 생긴다. 그런데 아이의 엄마가 키즈클럽에 큰 영향을 주는 인물이기에 유야무야로 넘어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을 은주는 문제 삼는다. 하지만 아이의 엄마를 만나고 사과를 받는 과정에서 아이 엄마가 자신의 동창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현실적인 사실에 많은 거짓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문제를 지닌 아이를 키우고 있는 그 친구와 다투는 것도 과거의 얘기를 꺼내는 것도 부질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부족한 자식을 위해 비굴할 정도로 저자세로 나오는 친구를 보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그곳에서의 새봄이 힘들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고 있다. 작은 권력과 그것이 통용되고 있는 세계의 부조리한 모습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감독 안보미>
보미는 각종 홍보영상을 제작하는 작은 프로덕션에 오래 다녔다. 하지만 간단한 인터뷰나 이벤트 영상을 찍는 일은 내 작품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늘 영상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보미는 공채를 준비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아 기약 없는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잘 아는 피디 언니에게 어떻게 공채에 합격하느냐 물으니 현장, 맨얼굴, 속마음, 진짜 목소리 등을 담으면 좋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눈앞에 아버지가 떠오른다. <서영동에는 임대아파트가 아니라 도서관이 필요합니다.> 플랜카드를 달던 아버지의 모습, 보미는 아버지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보기로 한다. 아버지의 서영동 정착기를 더듬어가다 보니 참 표리부동한 면이 많이 보인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되고, 아버지가 서영동을 위해 한다는 일이 결국 자신을 위해 하는 일임을 만나게 된다. 보미는 결국 아버지를 찍는다는 것이 시청자에게 좋게 보일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다큐에 회의를 느낀다. 속물, 투기꾼 같은 아버지의 모습이 비춰지니 찍고 싶은 생각이 줄어드는 것이다. 겉으론 아버지가 서영동을 위해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싸워야 할 의원 비서관과도 격의 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 야합이라는 단어도 생각한다. 남편을 함부로 대하는 엄마도 무척 서운하게 다가온다. 결국 아버지를 카메라에 담는 일에 회의를 느끼고 거의 다 찍은 것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익을 탐하는 아버지를 이용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본인도 아버지와 다름없는 속물이라는 생각을 한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이기적인 생활 형태를 잘 조각해 보여주고 있다.
<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
백은빌딩은 서영동 학원 집성지이자 사교욱 그 자체다. 15층 건물에 백 곳이 넘는 학원 및 개인 교습소 등이 입주해 있다. 경화도 이곳에 입주해 바른영어수학학원을 열었다. 그리고 백은학원연합회의 회장도 맡았다. 경화의 학원이 잘 되는 것은 아들인 찬이의 도움도 컸다. 찬이는 엄마인 경화의 학원을 따라다녔고, 우수한 성적을 내니 자연적으로 잘 가르친다는 소문도 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찬이가 자라면서 스트레스가 작용해 엄마 학원에 가지 않겠다는 갈등도 일으킨다. 그 빌딩 앞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그곳에 치매 요양원이 들어온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화는 회장의 자격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치매 시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활동을 한다. 하지만 똑똑했던 엄마가 치매 끼가 있고는 그곳에 오히려 치매시설이 들어왔으면 한다. 모든 일을 본인이 유리한 쪽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모든 일이 자신의 욕심에 따라 좌우된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교양 있는 서울 시민 희진>
희진은 평수를 조금씩 늘이어 가면서 어렵게 살아갈 집을 구한다. 그런데 현재 살고 있는 아랫집이 문제다. 층간소음으로 갈등이 일어난다. 아랫집 아저씨가 희진의 집에서 소음이 이는 것도 아닌데 올라와 위협을 한다. 임산부가 있으니 조용히 하라는 것이다. 희진은 자식인 윤슬이 놀랄까봐 전전긍긍한다. 그런데 실상은 아랫집 남자가 거짓말을 한다. 부인이 임산부도 아닌데, 임산부라고 하면서 위협을 한다. 아랫집 부인이 한 번은 남편을 따라 올라와 욕하면서 데리고 간 후 아랫집 항의는 확연히 줄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윤슬이 바닥에서 웅웅 울리는 소리가 긁는 듯 거슬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은데 윤슬은 소리가 난다고 신경질을 부린다. 남편도 요즘 불행하다고 한다. 이 집으로 이사 오고 난 뒤부터 계속 불행하다고 한다. 열심히 살아온 것뿐인데, 이제 조금 그럴 듯한 집을 지니고 살만해졌는데, 가족이 불행하다고 한다. 희진은 삶이 통째로 부정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층간소음일 뿐인데. 층간소음이 얼마나 삶에 디대한 영향을 주는가? 이웃과의 소통이 중요함을 일깨워 주는 글이다.
흥미보다는 뭔가 생각을 많이 하도록 하는 글들이다. 소설 같다는 말은 허구이지만 가장 현실 같은 이야기라는 말이 될 게다.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현실 세계에서 충분히 개연성 있는 이야기들이 표현되어 있다. 내 이야기로 삼아도 좋으리라 여겨진다. 요즘 같은 지역이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인터넷 공간을 같이 활용하면서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이 글도 서사사(서영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통해 동네의 여론과 삶의 자잘한 모습까지 드러낸다. 직접적인 만남이 아니라도 이런 공간을 이용해 여론도 형성되고, 동네의 나아갈 방향도 잡혀지고 개인적인 삶도 계획할 수 있도록 된다. 디지털 세상의 새로운 모습을 감지하며 함께할 수 있는 글이다.
도시의 작은 동네를 통해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의 문제점을 거론해 보고 있다. 한창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써진 모양이다. 지금은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재화라는 것은 돌고 도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물건의 값도 수요공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이 써진다면 부동산 가격 문제에서는 조금 달리 표현되지 않았을까 생각도 된다. 하지만 물가는 많이 오르고 있다. 서민들의 생활이 답답할 정도로 상실감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도 그런 상실감과 어려움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책이다. 의미 있게 읽을 수 있는 오늘의 우리들 삶의 현실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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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