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 리뷰

나날이
- 작성일
- 2024.1.15
아침 그리고 저녁
- 글쓴이
- 욘 포세 저
문학동네
글을 다 읽고 나서 아침과 저녁이란 제목이 상당히 상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삶과 관련지어 생각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아침은 다가오는 것, 저녁은 사라져 가는 것 그런 의미로 제목을 읽을 때 별로 어색하지가 않다. 2023년 노벨 문학상 작가 욘 포세의 작품, 기대를 가지고 읽었는데 죽음 이후의 일들을 그린 내용을 다루고 있어 조금은 낯설고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신비로운 세계를 정물화처럼 보여주는 솜씨는 충분히 흥미로웠다.
한 사람의 탄생과 죽음을 적고 있다. 탄생은 아버지의 시각으로 그려나가고 있고 죽음은 본인의 시각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탄생은 그런대로 우리가 자각하면서 만나는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아이들의 탄생을 통해 더러 보고 느끼는 내용이니까? 하지만 죽음의 장면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언어가 아니다. 비가시적인 세계이니까 그리는 사람도 그 현장을 목격하는 사람도 신비적인 요소가 곁들여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글의 내용은 몸을 떠난 영혼이 일상을 살아가는 듯이 그려나간다. 하루의 일과를 보내고 있는 듯, 스스로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그런 삶에서 인물들의 모습은 역동적이지만 정물화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영상처럼 느껴진다. 그러기에 내용에 아프거나 슬픔 등의 감정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하나의 그림책을 보듯이 인물의 생활을 따라가게 한다.
저자의 성장 과정에서 있었던 공간이 글의 배경이 많이 되고 있다. 노르웨이의 해안 마을, 바람과 파도, 늙은 어부의 삶, 그곳에 머물고 있는 많은 사물들, 그리고 사람들 등이 글의 재료가 되고 있다. 작은 마을이 지니는 이미지도 작품에 그대로 녹아 흐른다. 문체는 구어체를 사용하면서 쉽게 친근해질 수 있게 이끌어나간다. 반복과 열거 등이 글의 많은 부분에 등장하면서 내용의 흐름을 이끌어 나간다. 문장 상으론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글이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내용이 거리감을 느끼게 만들면서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것이 글을 따라가게 하는데 조금 힘들게 만든다.
오늘은 모든 것이 과거 어느 때와는 다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대체 무슨 일일까? 요한네스는 생각해보지만 한마디로 이해할 수 없다. 모든 것이 평소와 다름없으니까. 다른 것은 단지 그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페테르를 만났고 지금은 페테르와 그의 게망을 걷으러 바다로 나가고 있다는 것뿐, 그리고 전에도 그런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럼 그랬지, 무엇보다 연금 수령자가 된 후로 더 이상 생계를 위한 낚시를 할 필요가 없게 되어, 그냥 나가고 싶을 때만 나가게 된 후로는, 그래 물론 페테르와 더 자주 어망을 걷으러 바다로 나갔었지.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 이 흐른 아침 모든 것이 이토록 크고 선명하게 눈앞에 보일까? 이해가 가지 않는군.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p75
사후 세계를 이야기로 구성했다. 영혼이 만나는 일상을 적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게다. 이야기에서 현재 상황을 제거하면 기이한 이야기의 연속이다. 독자들은 등장인물이 선명하게 느끼는 내용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무슨 내용인지 따라가다 보면 혼미한 상황에 처한다. 그것은 이 세상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만나는 일들을 적고 있다. 그것이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기이한 세상이다. 독자들에게 그 세상 속에 몰입하도록 한다. 따라가지 않으려 하면 이야기도 거리를 둔다. 등장인물도 독자들을 만나려 하지 않는다. 오로지 따라오게 하면서 그가 만나는 세계에 동조하게 하고 있다. 그것은 죽음 이후의 일상이다.
그 일상이 독자가 보기엔 비가시적으로 다가온다. 흔히 삶과 죽음에서 얘기되던 실체가 없는 영혼들의 이야긴데, 이야기가 믿음을 요구하고 있다. 믿지 않는다면 언어를 만날 이유도 없다. 믿어 주니 영혼들의 길도 그럴 듯하게 다가온다. 독자들은 또 하나의 길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 이야기의 효용성을 가지면 되리라 생각된다. 그 진위의 내용에는 의문을 달지 않아도 좋다.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세상이고, 삶의 한 영역을 넓혀나간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다.
책이 기이한 세상을 만나게 한다. 저자는 이야기에서 죽음 이후의 길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실감나게 묘사하면서 영혼이 길을 떠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육신은 벗어놓고 기존의 지인들과 사물은 그대로 두고 이미 떠난 지인을 불러와 대화를 나누면서 지난 일상들을 일깨워 보여준다. 그것은 현재의 모습이 변화한 사실을 인지하게 한다. 이미 떠난 사람들을 불러와 함께 생활을 하고 있다든지, 지난 아득한 시간의 일을 재생한다든지 하는 일은 현실속의 인물들에게는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또 다른 세계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생각의 차이요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선택과 판단이 요구되는 사항이다. 이런 생각에서 종교가 탄생하기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한다.
왔다가 가는 것, 이것은 생명의 분명한 길이다. 인간들이 늘 궁구하는 세계이고 아직도 궁구하고 있는 일이다. 이 글도 그런 철학적인 문제를 줄거리가 있는 쉬운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으면서 독자들에게 삶을 궁구하게 한다. 또한 삶의 요소를 생각해 보게 만들면서 스스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인지하게 한다. 긍정적으로, 밝게 채색하면서 주어지는 것들을 수용하는 자세가 삶의 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한다. 쉽지 않은 주제를 통찰과 선험적인 지식으로 풀어내고 있는 멋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퉁해 저자의 다른 책들을 만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된다. 곧 기회가 닿으리라 마음에 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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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