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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쟁까지
글쓴이
카토 요코 저
사계절
평균
별점9.5 (13)
M

 

일본은 왜 전쟁을 선택했을까

1941년 겨울, 일본이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면서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관망하고 있던 미국이 참전하게 되었고 결국 일본은 1945년 8월 15일 패망했지요. 동시에 우리나라는 광복을 맞이했고 한국 현대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한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일본은 미국에게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던 걸까요? 잘못된 판단으로 치른 희생은 너무 컸습니다.

 

일본은 막바지에 제해권, 제공권을 빼앗기고도 항복하지 않아 결국 전쟁은 원자폭탄 투하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일본으로 인해 한국인이 겪은 고통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도대체 왜 일본은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시작했을까요? 2차 대전 중 미국이 일본에게 석유금수조치를 내렸기 때문에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시작한 것이라 배우긴 했습니다만, 전쟁을 일으키던 당시 일본이 구상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자세히 알고 싶었습니다.

 

사계절의 신간 <왜 전쟁까지>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기 전 일본이 다른 나라들과 벌인 정치‧ 외교 교섭 3건을 살펴보고, 일본이 왜 잘못된 선택을 했는지 설명합니다. 저자 가토 요코는 대학에서 30년 가까이 일본 근대사를 가르쳐 온 사학자입니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당시 일본에게 전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교과서도 20세기 초 제국주의 국가들 간 정치경제적 패권다툼 속에서 일본이 어쩔 수 없이 격랑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기록을 다시 살피며 “일본이라는 국가는 전쟁과 무력행사가 필요할 때, 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처럼 보이(p.321)”게 한다고 비판합니다. 일본은 전쟁에 끌려 들어간게 아니라 이런 저런 선택지들 사이에서 전쟁을 선택한 것이라고요. 

 

세 번의 선택 - 리튼보고서, 삼국동맹, 미일교섭

전쟁은 외교 교섭의 실패로 일어납니다. 즉 정치‧외교‧전쟁은 같은 목적을 가진 연장선상의 활동이고, 전쟁 이전의 교섭과정을 살펴보면 전쟁은 분명 일본이 선택한 길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중일전쟁 중, 국제연맹 이사회는 만주국이라는 괴뢰국을 세운 일본에게 중국의 주권 및 영토를 존중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1932년 영국인 리튼을 중심으로 하는 조사단을 일본으로 보내 중일전쟁의 진상을 조사하고,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재고해 보라고 제안한 것이 ‘리튼 보고서’였습니다. 이어 1941년 미일교섭 때도 영국과 미국은 일본에게 태평양의 열린 자유주의 경제 속에서 살자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이들 모두를 거절했습니다.

 

미일교섭 한 해 전, 일본은 독일과 교섭을 시작한지 20일 만에 일본‧독일‧이탈리아 삼국 동맹을 바람같이 진행했습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왜 일본과 삼국동맹을 맺었을까요? 미국이 영국을 원조하지 못하게 하려면, 태평양 쪽 일본이 미국을 견제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일본 천황은 만약 일본이 독일과 이탈리아 편에 설 경우 미국이 경제 제재에 나설 거라 예상했고 미국과의 전쟁을 불안해 했습니다. 그러나 외무상(마쓰오카)이나 총리(고노에)는 당시 일본 군용자원 부족 실태를 잘 몰라서 중일전쟁에 더해 미일전쟁이 일어나더라도 버틸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일본이 승승장구했던 독일이라는 버스에 올라타 승전국의 지위를 누리고자 삼국동맹에 가입했다고 생각합니다. 가토 교수는 이에 덧붙여 일본은 독일을 견제하고 이용하려는 의도가 컸다고 설명합니다. 독일의 승리를 확신한 일본은 어떻게 해서든 독일에게 약속을 받고 싶었던 것이라고요. '삼국동맹을 맺어 강경한 모습을 보이자. 그러면 미국은 전쟁에 불참할 것이다. 그러면 독일과 이탈리아가 승리할 테고 독일에 진 국가가 소유했던 식민지를 나눠가질 것이다. 우리도 여기 붙어서 네덜란드령, 프랑스령 아시아 식민지를 달라고 하자'는 의도로 삼국동맹을 결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개전 초기의 유럽> p.194 

 

저자는 독일이 이길 것이라는 오판에 더해, 일본 해군 내 의견 차이와 육‧해군 간의 갈등도 잘못된 결정의 원인이었다고 지적합니다. 당시 해군은 영‧미와 대립하면 패배할 것이라는 쪽과, 영‧미와 맞붙어도 전력에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나뉘어 충돌했다고 합니다. 싸워 봤자 해군은 승산이 없고 육군까지 개죽음을 당할 것이라는 육군의 주장은 무시되었고요. 일본 해군은 독일이 일본과 소련의 관계를 개선해 주길 바랐고, 그러면 소련 쪽을 방어하는 육군 군비가 줄어들 것이며, 그 돈을 해군이 끌어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삼국동맹을 찬성한 배경에는 육군과 해군의 오랜 대립과 군사 예산을 둘러싼 돈 문제도 있었던 것입니다.

 

일본의 이념을 다시 생각해 볼 때

일본이 패전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일본의 이념이 패배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일본의 이념이 영‧미가 내건 "세계의 길" 이념에 진 것이라고요. 급히 작성된 삼국동맹 조약에는 ‘일본이 대동아의 신질서’를 건설한다고 씌여졌지만 대동아가 어디고 신질서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일본은 자국만의 이익, 즉 일본의 식민제국 건설만을 목표로 했고 원칙도 통찰도 없이 이길 것 같은 쪽에 붙었던 것이죠.

 

당시 영‧미가 추구한 세계질서는 자유항행과 자유무역 권리의 확보였습니다. 만주 사변 이후 대륙 침공을 목표로 하는 일본의 국가체제는 이에 크게 반하는 것이었지요. 영‧미는 일본이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손을 뻗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고, 일본의 패전 이후 그들이 그리는 바람직한 세계질서를 추구하는 쪽으로 일본의 헌법을 바꾸었습니다. 평화헌법에 영국과 미국의 이념에 봉사하는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다른 국가도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배려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일본이 추구했던 국가체제보다는 바람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토 요코는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과 집단자위권에 반대하는 진보적 시각의 사학자입니다. 2014년 아베 내각은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고 2015년에는 안전보장관련법도 통과시켰습니다. 즉 이제 일본은 다른 나라와 동맹을 맺고 경우에 따라 무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저자는 이에 관해 우려를 표하며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과거를 살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대의는 정당하지 않았고, 엄청난 희생을 감수할 만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전후 70년이 지났지만 일본이 제대로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하였는지는 의문입니다. '국민과 세계인에게 '선'을 호소할 수 있는 힘을 지닌 국가가 세계를 이끌어가(p.415)'는 법인데, 지금의 일본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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