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을 원하지 않았던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 무장 세력 체트니크가 전쟁을 시작했다. 종교대립이 보스니아 내전의 한 원인이었다. 세르비아인들은 보스니아계 이슬람교도들을 절멸시키려고 학살했고 여성들을 강간해 아기를 낳게 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나타샤였다 .

이토록 잔인할 수 있을까? 학살을 넘어 이슬람의 씨를 말리려고 체트니크의 아이를 낳게 하다니 어느 신이 그런 악행을 원한단 말인가? 전쟁의 고통을 기억하게 하는 끔찍한 흉터가 된 아이를 고통 속에 품으며 끝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어미의 고통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자긴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아이는 자신이 존재가 전쟁의 흉터라니 얼마나 끔찍할 일인가!

이런 전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인간들이 전쟁을 멈출 방법은 없는 것일까? 책을 읽으며 이 생각이 머리를 돌아다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현재 진행형인 전쟁도 종교적인 원인에 있었다. 어느 신도 인간들의 전쟁을 원하지 않을 텐데 인간들은 전쟁을 일으켜 잔혹하고 처참한 죽음으로, 기억으로 살아가게 하는가? 전쟁에 대해, 대를 잊는 전쟁의 피해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몰입감에 하루 만에 읽었다. 

박격포에 맞아 무너져 내린 건물과 구멍이 슝슝 뚫린 집이 더워 녹아내릴 것 같았다. 이게 도심 속 전쟁의 흔적이라면 엄마에게 전쟁의 흉터는 나였다.

아주 비싼 아이스크림 한 개가 4마르크니까 2유로니까 15유로는 아이스크림 7개를 살 수 있는 값어치이다 엄마가 겪은 일이 고작 아이스크림 7개 값이라니 나타샤는 어이가 없었다.

보스니아 전 지역 강제수용소 57군데에서 2만 내지 5만의 여성들이 성폭력과 임신 그리고 출산의 고통을 겪었다. 그들 대다수가 죽거나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체크니크의 아이를 키우며 살아야 했대. 전쟁이 끝난 지 12년이 지난 2007년이 되어서야 정부는 성폭력 피해자도 전쟁 피해자라도 겨우 인정했다. 여성들의 끈질긴 목소리 때문이었다.

알라신은 서로 사랑하라고 했지. 죽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건 하느님도 마찬가지이다. 전쟁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 일으켰다.

체트니크는 살기 위해 따른 상부의 명령이었다고 말했다. 정의 같은 소리 집어치우고 증거나 가져오라고.

전쟁 속의 잔인함 속에서 태어나 보스니아에 사는 열다섯 살 금발의 나타샤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해본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