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

책읽는베토벤
- 작성일
- 2021.9.12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
- 글쓴이
- 김상욱 외 7명
나무의마음
읽어 보려고 마음에 품고 있던 중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하고는 냉큼 대출을 받았다. 이런 책은 사서 봐야 하는데, 이제 내게는 구입과 대출의 경계선에 서 있는 책이구나 하면서 괜한 미안함을 달랬다. 작가들의 면모를 봐서는 빌려 읽더라도 읽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하리라 내 마음대로 여기면서.
묻는 사람은 김제동, 답을 해 주는 사람은 일곱 분의 전문가들이다. 기획과 편집이 돋보였다. 요즘 같은 시대에, 모든 게 엉망이라고 보이는 시절임에도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에는 불안에 들떴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한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일컬어지는 분들이, 제각기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해 주는데, 문답을 따라가다 보면 이 내용이 모조리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 통한다는 뜻이다. 이쪽에서 출발하고 저쪽에서 출발해도, 서로 완전히 다른 모습처럼 보여도 각자 제대로만 가고 있으면 다들 한 곳에서 우아하게 만나게 된다는 것. 거대한 일을 하는 사람은 거대한 대로, 사소한 일에 몰두하는 사람은 사소한 대로 다 제 몫의 삶을 꾸리면서 전체를 이루게 된다는 것을.
종종, 아니 자주 잊고 산다. 내가, 지극히 하찮은 내가, 지구에서 살고 있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 한 목숨이, 지구 차원에서 우주 차원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내 몫의 기여도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과 없다고 여기는 것 사이에 생기는 삶의 태도는 너무도 다르리라는 것을 알겠다.
나는 태어날 만해서 태어났을 것이고, 그리고 이렇게 살고 있을 것이고, 또 이렇게 사는 것으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어야 할 것이며, 이 모든 일들로 지구와 우주에 속해 있는 한 개체로서의 몫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무엇보다 잘 살아야 한다. 건강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나도 내 가족도 내 이웃도, 우리집 고양이도 식물들도, 아무도 학대받지 않는 세상,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내 몫을 챙겨야 한다. 얻는 것만이 아니라 베푸는 일까지도.
마음이 놓인다. 세상을 제 욕심대로만 만들어 보겠다는 심보를 가진 이들 때문에 더러 속상하고 원통하기도 하지만 이 책의 인터뷰에 참여한 분들처럼 삶의 올바른 방향을 보여 주는 이가 있어 든든하다. 느리고 더디다는 것을 알겠다. 이 때문에 더 성급하게 터지는 분노가 있다는 것도 이해하겠다. 그래도 그릇된 길이 아니라 바른 길로 향해야 하는 이유를 확인하고 그 길 위로 올라서야 한다. 너무 느려서 멈춰 있는 것처럼 보여도, 때로는 뒤로 밀리는 것처럼 보여도, 다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되겠다. 생명과 우주의 섭리가 생각보다 거창한 것이 아님을, 그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더더욱 소중한 태도임을 늘 되새기면서.
하루 한 분씩 일주일만 만나보시기를. 보이는 모든 것들이 예전보다 한층 더 아름답고도 애처롭다는 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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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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