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베토벤
  1.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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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쓰고 바다가 그려주다
글쓴이
함민복 저
시공사
평균
별점9.5 (15)
책읽는베토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겨 있는 글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사는 곳이 아니지만, 내가 장차 살 곳도 아니지만, 있는 곳에서 마음 풍요롭게 살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면 괜히 사는 일에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모르는 당신이 그곳에서 잘 살고 있다니 좋군요, 저도 이곳에서 잘 살고 있을게요, 라며 다정한 말을 건네고 싶어진다. 내가 사는 이유 한 가지가 된다. 



 



이 시인의 시와 산문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작가의 책을 사서 읽고 있는 게 아니라 몹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이 또한 경계다. 이 시인의 글을 통해 알게 된 '경계'라는 낱말, 덕분에 자주 쓰고 있다. 온통 은혜만 입고 있다. 



 



강화도에 살면서 물고기도 잡고 농사도 짓는 시인, 충주시 노은면이 고향이라는 시인, 문학상을 받고서 상품으로 쌀을 받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 시인, 시 한 편의 값과 시집 한 권의 값에 고마움을 드러내는 시인. 돈과 밥과 시의 가치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또 더듬어 헤아려보았다. 나는 스스로 우쭐해서 건방을 떨었던 적은 없었는지, 그래서 혹시 누군가를 업신여기지는 않았는지.  



 



나는 사서 읽지 않았으나 책과 시와 자연을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 책이다. 생각이 났다. 선물을 해야겠다. 



 














37



하늘에 떠 있는 빛의 섬, 수평이 아닌 수직 성향의 섬, 태양. 빛으로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뭍인 태양. 태양이 살구나무 이파리들을 다시 푸르게 펼쳐놓았습니다. 태양에서 떨어져 나와 나무 속으로 들어간 빛들이 태양을 그리워하며 하늘 쪽으로 가지를 뻗어 올립니다. 나무들의 모양, 꽃들의 빛깔들이 다른 것은 태양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 방식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살구나무 가지에서 떨어진 풋살구가 살구나무 가지 쪽으로 튀어 오르고 침묵 위에 떠 있던 말들이 침묵 속으로 다시 녹아드는 것도 그리움의 한 표현 방식일 것입니다. 본체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은 다 섬이며 섬엔 그리움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섬이 쓰고 바다가 그려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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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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