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문

책읽는베토벤
- 작성일
- 2023.3.13
진지하면 반칙이다
- 글쓴이
- 류근 저
해냄
시인의 시를 읽어야 하는데 산문을 읽는다. 산문을 읽는데 시가 자꾸 읽힌다. 시와 산문이 겹쳐 보일 때, 작가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나는 다르게 받아들인다. 좋아하는 작가의 경우 두 배 이상으로 좋게. 이 책처럼.
신변잡기.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을 적은 글. 산문의 기본 특징이다. 이 사소한 일이라는 게 내게만 일어나는 것도 특성이 되고, 아무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것도 특성이 된다.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이의 평가는 다르게 될 것이지만. 그래서 남의 산문에서 내 삶을 보며 공감하기도 하고 반대로 굳이 알고 싶지 않는 삶의 이야기에 진절머리를 내기도 한다. 어떻게 쓸 것인가. 작가의 능력이다.
충주에서 몇 년 살았더니 몇몇 대목의 일화와 배경이 익숙하게 와 닿았다. 이것 또한 작가에게서 가까움을 느꼈다는 증거일 테지. 생활도 생각도 불만도 투정도 나와 비슷한 면이 있구나 하는. 그래서 삶이 이러저러하게 고단했구나, 한편으로는 또 다행이었구나 여기면서.
술을 아주 사랑하는 작가다. 술이 작가에게 글을 만들어 내시도록 도움을 주고는 있겠지만 조금만 더 줄이셨으면 좋겠다. 진지할 필요가 없는 구차한 세상을 버티고 진지해도 좋을 세상을 얻기까지 우리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기다려야 하니까 말이다.
욕이 나오는 소설이나 영화는 아예 보려고 하지 않는 편인데, 그래서 우리 영화를 퍽 멀리하는데, 이 책에 나오는 감탄사 같은 욕은 그리 싫지 않았다. 글을 읽는 데에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고. 결국 내게는 누가 욕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모양이다. 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욕을 한다면, 그 또한 내가 얻지 못하는 카타르시스에 가까워지는가 싶어서.
하나 더, 여백을 차지하고 있는 일러스트도 퍽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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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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