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문을 보니 70대 노인이 60대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시비가 붙어 둘 다 불구속 입건이 되었다고 한다. 난 전철을 탈 때 가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서베이를 해보는 거다.

 

지금 경로우대석에 앉아있는 분들의 실제 나이를 물어보고, 자리가 비어서 앉은 것인지, 아니면 누가 양보한 것인지 물어본다. 그리고 중년이상의 나이의 일반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몇살이 되면 경로석에 앉아도 되며, 그 자리에 앉아있는 젊은이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암묵의 요구를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을 해보는 거다.

 

요즘 전철을 타면 사람이 꽤나 붐비는데도 경로석은 비어있는 경우가 있다. 아마 사람들의 시민의식이 좋아져서 그렇다는 면으로 해석하면 우리나라 만만세고 선진국 다되었다고 기뻐하고 털면 그만이겠지만, 속내를 보면 꼭 그런거는 아닌것 같다.

 

어쩌다 위태위태해하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전철을 타면 그 자리가 비어있을 때가 있다. 그래서 아이보고 앉으라고 하면 아이가 같이 앉자고 해 같이 앉아 간다. 그런데 내 아이 옆자리에 만일 애 할머니가 연상될 수준의 중년의 아주머니가 앉는 사태가 벌어졌다. 잠깐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사람들은 꽤 많아졌고 어느새 나는 상당히 따가운 시선이 내게 쏟아지고 있다는 걸 느껴야했다. 마치 내가 파렴치한 놈이 된 것 같은 그런..

 

전철에 타서 자리에 앉으면 사람들은 이기적이 되고 속물이 어느새 된다고 하는데, 그러면서 한편으로 동시에 응징모드도 강력히 작동하는 것 같다. 가끔 술에 취하신 할아버지가 타셔서 중년의 아줌마에게 일어나라고 호통을 치실때가 있다. 황망히 일어선 아줌마에게 할아버지는 큰소리로 중얼거리신다. '이자리는 경로석이야! 노인을 공경해야지!' 등등..오분간 온 객차가 떠나가게 떠들고 그 아줌마는 옆 객차로 가거나 다음역에 내릴 수 밖에 없다. 그런 일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학습효과'는 충분할 것이다. 그런 개망신 봉변을 당하지 않으려면 혹시 널럴해도 그 근처 자리에 가서 서있지도 말자.

 

경로우대석이 권리인가, 사회적 미덕으로서 자발적 양보인가?

 

매우 이기적 관점에서 보면, 이들이 젊을때에는 버스도 변변히 없고 전철도 없었다. 그러므로 양보의 행위를 해본 적 없다. 양보를 한 적 없는 사람이 왜 지금은 권리만 주장하는 거지?

게임이론적으로 보면 양보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향후 자신이 그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먼저 이타적 행동을 하는 것인데, 그 과실을 획득할 확률은 어느정도의 motivation을 줄까.

 

아침부터 헛생각이 머릿속을 떠돈다.

 

노약자석 내놓으라" 70대와 60대 주먹다짐

[YTN 2005-03-10 07:42]

[박소정 기자]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자리 다툼을 하며 몸 싸움을 벌인 혐의로 70살 최 모 씨와 60살 조 모 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최 씨 등은 어제 저녁 7시쯤 서울 지하철 1호선 청량리 행 전동차 안에서 조 씨가 노약자석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젊은 사람이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며 따지다 서로 주먹다짐을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최 씨 일행은 경찰조사에서 조 씨가 자신들 보다 훨씬 어려보이는데 노약자석에 앉아있는 것이 화가 나 다투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박소정 [sojung@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