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사회

옥수동
- 작성일
- 2022.8.1
정상은 없다
- 글쓴이
- 로이 리처드 그린커 저
메멘토
글쓴이의 성이 낯이 익어서 보니, 예전에 그의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가 쓴 논문을 여러번 읽었던 듯 하다. 할아버지부터 그린커란 이름으로 정신과 의사를 하는 집안의 3대째, 본인은 인류학자가 되었고, 대신(?) 부인이 정신과 의사인 집안. 묘한 마음일 것이다. 어릴때 할아버지의 무르팍 교육을 질리게 들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생각하는 정신의학, 정상성, 정신질환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게다가 저자의 아이는 자폐증이다. 또, 한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자폐증 역학조사에 참여했던 것으로 나온다. 여러가지로 복잡한 맥락에서 책을 썼을 것이라는 걸 짐작하게 한다.
이 책은 '정신질환', '광인', '정신병자'라는 것이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 쓴 책이다.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이 아니기에 거리를 두고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아주아주 예전에는 정상과 비정상의 구별이 없었기에 굳이 배제할 필요 없었고 같이 지내면서 살았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도입되고 노동력이 필요해지면서 이들을 돌보기보다 나머지 사람들이 일을 하는게 나아짐. 그래서 수용소가 필요해졌고 실제로도 그런 개념이 퍼지면서 정신병원이 증가하고, 환자들의 수가 통계적으로 늘어났다고.
정상성이란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삶을 살아가는 어떤 이상형을 만들고 거기에 맞추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 그러므로 정상이냐 아니냐는 '사회적으로 잘 순응하고 적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낙인찍는 이데올로기의 도구가 되었다는 비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할아버지는 "미국사회에서 정상에 대한 욕망이야말로 신경증의 본질'이라고 글로 썼다는데..그 맥락에서 이해가..어쨌든 정상에 대한 추구는 일종의 이상향을 추구하는 것이 되었고, 그렇지 못한 것은 어느새 수치스러운 것, 배제가 되는 것의 기준이 되니, 자본주의적 사회에서 무척 염려가 되는 일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 책은 PTSD, 자폐증등에 대해서 매우 광범위하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00병을 갖고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되는지, 사회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것등에 대해서. 그러면서 몸과 마음의 이분법이 신체의 문제와 심리의 문제를 나눠서 보게 하는 것이 주는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한다.
보면서 깨알같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
1) 에릭 에릭슨 부부에게 다운 증후군의 아이가 4번째로 태어났는데, 이들은 이 아이를 수치스럽게 여겨서 시설로 바로 보내버렸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절대 알리지 않은 채 살았다. 두 사람은 수치심속에 살았다고. 21세에 닐은 사망
2) DSM을 체계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고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뺀 스피걸이 실은 숨겨진 게이였다. 1981년 스피걸은 70세 생일에 가족들과 모였고, 이날 몇 해전 사망한 아내만 알던 비밀을 공개했는데 휴가 첫날 아침 자신의 연인을 공개하고 이미 그는 이미 결혼식전에 아내에게 자신의 성 지향성을 고백했었다고. 숨기고 살아왔던 것이다.
3) 자폐 역학 연구를 하는데 이들중 상당수 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자폐가 아니라 반응성애착장애로 진단해달라고, 아니면 고쳐달라고 주장했다고. 왜냐면 자폐증으로 진단하고, 유전적이다..라고 알려졌으니, 그게 다른 건강한 형제나 가족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여기게 되어서 차라리 환경적으로 잘 못키운 것, 좋은 환경을 주지 않은게 낫다고 여겼다고.
꽤 방대한 책인데 주말에 아주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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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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