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 / 사회

텅빈하늘
- 작성일
- 2024.1.1
제너레이션 : 세대란 무엇인가?
- 글쓴이
- 진 트웬지 저
매일경제신문사
이책은 미국의 세대를 출생년도에 따라 사일런트(1925~1945), 베이비붐(1946~1964), X(1965~1979), 밀레니엄(1980~1994), Z(1995~1012), 알파(2013~2029) 세대로 각각 분류한뒤 각 세대별 특징에 대해서 설명한다. 저자는 세월이 흘러가면서 동반되는 미국 사회와 문화의 변천사를 다양한 사례와 이야기를 통해 들려준다. 이 책은 비록 미국의 이야기지만 시대가 진행되어 가는 과정이 우리 사회의 모습과 비슷한 점이 많아 세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내용도 흥미로워 책을 읽으면서 다큐나 드라마를 한 편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미국은 다인종 사회로 ‘성’적으로나 남녀평등 같은 문제에 있어 처음부터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일런트 세대만 해도 혼전임신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여성의 결혼 적령기도 20대 초반을 넘어가지 않았고 여자는 오로지 가정주부 역할에만 만족해야 했다. 또한 개인주의가 출현하기 이전의 시기여서 집단주의적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가령 외출할때도 지금처럼 편안한 복장이 아닌 격식을 갖춘 모자와 옷을 차려입어야 했다. 이러한 부분들은 우리의 옛 모습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한 세대의 가치관이나 행동 양식이 크게 바뀌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기술의 진보다. 가령 혼전임신을 용납하지 않았던 사일런트 세대의 문화가 바뀌게 된 데는 1960년 먹는 피임약이 출시되면서부터였다. 여성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피임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베이비붐 세대는 ‘성’적으로 좀 더 개방적이 되었고 결혼 연령도 덩달아 높아졌다. 또한 기술의 진보는 개인주의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전 사일런트 시대의 자녀는 부모와 모든 것을 직접 소통했지만 베이비붐 시대가 열리면서 등장한 TV는 혼자서도 여러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TV의 등장은 사람들을 개인적인 성향으로 만들었다. 오늘날 모두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 시대에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기술의 진보는 ‘빠른인생주기’를 ‘느린인생주기’로 변화시켰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빠른인생주기’는 일찍 결혼해서 많은 자녀를 낳는 사회를 말한다. 아이들도 더 이른 나이에 철이 든다. 이러한 ‘빠른인생주기’는 아기와 성인의 수명이 길지 않았던 시대, 그리고 아이들이 농사일을 도와야 했던 시기에 알맞은 전략이다. 하지만 기술과 의학의 발달로 영아 사망률이 극적으로 줄어든 반면 평균수명이 늘어난 오늘날은 ‘느린인생주기’가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즉 아이가 어른으로 인정받는 시기가 점점 더 늦춰진다.
이전 세대보다 늦은 나이에 결혼이나 취업을 하고 노인으로 인정받는 나이도 늦춰진다. 이러한 ‘느린인생주기’에서는 아이도 더 적게 낳게 된다. 저자는 21세기 미국의 상황을 이렇게 말한다. “안정적 환경에서 특정 자원에 대한 경쟁이 치열할 경우 부모들은 더 많이 투자하고 자녀는 적게 갖기를 선호한다”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는 또 다른 이유로 저자는 경제가 힘들어지고 소득격차가 확대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이야기는 인구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오늘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빗댄 이야기처럼 느껴져 기시감마저 느껴졌다.
이 책은 세대를 구분하고 그 특징을 나열하고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기술의 진보에 따라 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책을 읽으며 시대가 변화됨에 따라 인종, 남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어떻게 완화되어 왔는지, 여성의 지위가 어떻게 향상되었는지 역사의 한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인상깊었던 것은 베이비붐 시대인 1960년대에 일어났던 미국의 반문화에 관한 것이다. 기존의 것을 거부하면서 베이비붐세대는 약물에 취했다. 마리화나부터 LSD에 이르기까지 마약등의 약물사용이 개인의 자유로 받아들여지면서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이렇게 약물을 용인하는 태도는 1980년에서야 진정되었는데 이는 베이비붐세대가 30~40대에 접어들어 안정적 직장과 가정에 정착하면서 약물에 대한 매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유증은 그대로 남았다. 유독 베이비붐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스트레스와 우울증 자살율등 정신건강에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중의 하나가 약물 과다 복용 문제라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베이비붐 세대는 치명적 약물 과다복용이 10배, 치명적 간 질환은 42%, 자살율은 60% 높다고 한다. 젊은 시절 무분별하게 먀악등 약물을 남용했고 그 습관이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탓에 정신건강에 커다란 문제를 노출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외에도 기술의 진보에 따른 개인주의 성향, 소득격차에 따른 불평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등 여러 요인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무분별한 약물사용에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기존의 문화에 대해 적극적인 반문화운동을 일으킬 정도로 진보적인 성향을 가졌던 베이비붐세대가 1980년대가 되어서는 하나같이 보수성향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저자는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진보 성향은 약해지는 반면 보수 성향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는 세대가 아닌 연령 효과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한마디로 나이들수록 변화를 싫어하고 안정된 것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경향은 태어나면서부터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미국의 공화당 지지자들의 나이를 근거로 공화당이 없어질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20대의 진보 청년 중 꽤 많은 이들이 50대에는 보수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인간은 환경의 산물인 동시에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세대를 창조해 나간다. 저자는 스티븐 잡스가 베이비붐 시대가 아닌 시대에 청년이었다면 과연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을까 의문을 품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약 잡스가 1950년대에 태어나 개인주의가 팽배한 1970년대에 청년기에 접어든 대신, 1930년대에 태어나 집단주의가 지배한 1950년대에 청년기가 됐어도 똑같이 혁신적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을지는 단언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업무로부터 사회적 교류에 이르는 일상의 모든 요소가 좀 더 개인주의적인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었던 건 잡스와 동료 테크 기업가들이 개발한 기술 덕분이었다.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PC가 탄생하면서 비로소 가족들이 TV 리모콘 때문에 싸우지 않고 오롯이 개인의 취향에 기반한 미디어 소비를 할 수 있게 된 게 안니겠는가?
다시 말해 잡스는 기존 관습을 거부하는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났기에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었고, 그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기술의 진보는 또 다른 세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개인과 기술은 서로 상호 작용하면서 세대의 가치관과 변화를 이끌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 어디쯤엔가 속해 있다. 누구는 베이비붐세대로, 누구는 X세대로, 아니면 아직 어린이인 알파세대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세대는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태어나보니 특정 세대에 강제로 속해져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행동양식이나 가치관은 모두 각자가 처한 시대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는 세대간의 갈등에 주목하기 보다는, 그 세대는 왜 그런 사고방식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인지를 먼저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 지역, 성별, 소득등에 따라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이 시대에 이 책이 주는 교훈은 각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소통과 사회 화합의 첫 걸음이라는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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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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