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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나무의 농사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터트리고 있다

산수유나무가 그늘도 노랗다

마음의 그늘이 옥말려든다고 불편하는 사람들은 보아라

나무는 그늘을 그냥 드리우는 게 아니다

그늘 또한 나무의 한 해 농사

산수유나무가 그늘 농사를 짓고 있다

꽃은 하늘에 피우지만 그늘은 땅에서 넓어진다

산수유나무가 농부처럼 농사를 짓고 있다

끌어 모으면 벌써 노란 좁쌀 다섯 되 무게의 그늘이다

 

 

맨발

문태준 저
창비 | 2004년 08월

 

 


 

 

두 번은 없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더라?

꽃인가 , 아님 돌인가?

 

야속한 시간,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두려움을 자아내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

 

 

끝과 시작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저/최성은 역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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