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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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산책
글쓴이
이소영 저
글항아리
평균
별점9.2 (19)
march

아이들이 어렸을때 식물도감을 같이 읽곤 했다. 실물처럼 상세한 그림들을 보면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로도 식물에 관한 책에서 세밀화를 만난 적은 많았지만 '식물세밀화가' 라는 분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림을 배운 사람들이 식물 그리는 작업도 하나보다 하는 정도였다. 그러던 중 만난 이 책에서 '식물세밀화가'라는 직업(?) 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저자인 이소영씨는 원예학을 전공했고, 3학년때 식물 그림 수업에서 처음으로 식물세밀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운 적은 없었지만, 그 시간이 좋았고, 졸업을 하면서 국립수목원에서 식물세밀화가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10년 가까이 일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식물이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책을 통하여 식물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말의 진정성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식물원, 수목원은 식물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고, 사람들로 하여금 식물들을 통해 힐링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었는데, 식물을 연구하기 위한 곳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분류학자, 생태학자, 원예학자, 조경학자, 식물세밀화가 등 식물을 연구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서 '종의 보존'등을 위한 연구를 한다고 하니 식물원이라는 공간도, 그 공간에 있는 식물도 주의깊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식물이란 어떤 존재일까?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기도 하고, 야채나 과일로 먹을 수 있으니 생명 유지에 도움을 주는 존재이며, 키우면 좋다고 하는 식물종들을 골라서 집안에 두기도 하는 정도?  그녀는 식물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될까하고 원예용품점에서 아르바이트 한 경험을 들려주었는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집에서 키우는 식물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는 대목이 있었다.

 

손님들은 식물을 바라보며 고민하다 내게 질문을 던지곤 했다. 질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제가 식물을 잘 죽이는데, 웬만해선 죽지 않는 식물 있나요?"  두 번째는 "물을 자주 안 줘도 되는 식물은 뭔가요? " 마지막으로 " 이 식물은 어디에 좋나요? " (중략) 어쨌든 내가 받은 질문들은 '나는 식물에게 아무 것도 해주고 싶지 않지만, 식물은 내게 많은 걸 해주길 바란다'로 요약된다. - p 226

 

나도 저런 질문들을 해 본적이 있고, 어쨌든 사람들의 이런 요구에 맞는 식물들이 사랑을 받고, 어떤 해의 유행하는 식물이 된다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기에 그녀의 말에 공감이 되기도 했다.

 

그녀는 여러나라의 식물원을 방문한 경험담도 풀어놓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싱가포르식물원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식물원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에서는 생강과 식물과 벌레잡이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독일 베를린의 다렘식물원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온실 중 하나인 주온실, 주온실이란 중앙 온실을 중심으로 여러 기후대의 온실이 가지처럼 연결되어 있어 다양한 기후대의 식물이 존재한다고 한다. 상상만으로도 줄거운 경험이다. 프랑스의 파리식물원에서는 한 장의 그림에 포도의 모든 것이 다 담겨 있고, 겨울에 가서 본다고 해도 이 자리에는 저런 탱탱한 포도가 열리는거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이름표가 멋지게 그려져 있는 것을 구경할 수 있었다.

 

 

 가장 식물 문화가 발달한 나라는 영국이라고 한다. 홍차나 커피를 위해서 아시아, 아프리카까지 진출해서 자원을 확보해갔던 영국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당연하게 생각된다. 영국의 큐왕립식물원은 플랜터헌터가 수집하고 기록한 기록물을 이용해 식물의 자원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큐가든은 직접 기록하거나 수집한 기록물을 소장및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그림들을 오래도록 좋은 상태로 보존하기 위한 기술을 활발히 연구중이다. 영국 안팎의 식물학 그림 작가들과의 혐업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곳곳의 식물을 영국 국민에게 전시및 출판으로 소개하고, 그것들을 상품으로 제작해 판매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로써 식물에 관심을 갖고, 식물 종 보존에 대해서도 책임의식을 느낀다. -p 189

 

 우리의 생태와 비슷하고 거리상 가까운 잇점이 있어서인지 일본의 식물원 소개가 많았다. 저자는 일본 고문서에 기록된 식물 그림, 오래된 식물도감,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오래된 원예서 전시가 이루어지고, 식물원의 관리 방식에서  일본 식물 문화의 전통이 깊고, 일상 깊숙히 침투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식물의 중요성을 알았기에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의 나무를 베어냈던 것 아닐까?  일제 강점기 이전에 식재된 무궁화나무는 거의 몰살당했다고 하니, 식물에 있는 어떤 힘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듯하다. 우리나라 식물원으로는 국립수목원, 허브 천문공원, 제이드가든, 평강식물원. 한국도로공사 수도원등이 소개되고 있는데, 한번씩 방문해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가만히 있는 식물이 무에 그리 특별할까 싶지만, 한 개체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 직접 채집을 하고, 식물원에 보관되어 있는 표본도 참고하고, 사람으로 치면 아주 어린 시기부터 시작하여 커가는 과정을 담고, 암술, 수술, 씨방등 세세한 부분까지 그리다 보면 어찌 특별해보이지 않을까? 보통 힘든 작업이 아니었다. 깊이 들여다봄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식물학자들이 수집한 그림을 그렇게 기록하여 새로운 종이거나 기록이 없는 종으로서 학술 벌표에 게재되기도, 식물도감을 엮는데 쓰이기도 했다. 국제 비엔날레의 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식량자원이 되는 생물들을 세밀화로 그리는 작업도 하고, 블루베리를 주제로 과일도감도 만들어냈다. 의외로 식물세밀화가의 역할이 컸다.그렇게 애정을 쏟는 작업을 하는 저자의 눈을 통해 식물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식물학자들의 연구와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 서울비엔날레 노르웨이 전시, '도시식량도감' 포스터에 들어간 그림 >

 

 우리나라는 이제 막 자생식물을 기록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식물의 잠재적 효과를 연구하여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만드는 자원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하는데, 그 연구는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중요한 것이 아닐까? 내 나라의 자원을 충분히 연구해서 좋은 결과를 도출해낸다면 그만큼 국가 경쟁력도 커질것이라고 본다.

 

 지난 10여 년간 찾은 장소에서 만난 식물과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 식물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우리나라에선 아직 생소한 식물학 그림을 그리며 겪은 일들을 글로 기록했다. (중략) 이 책을 읽는 독자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하길 바란다, 책을 덮었을 때, 식물이 있는 곳을 찾아가 그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를, 그냥 지나쳐왔던 주변의 식물을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게 되기를, 식물을 더 사랑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기록들을 책으로 엮는다.-  p 7

 

 사진을 찍으면 간편하고 좋을텐데 왜 이런 힘든 작업을 할까 생각했지만, 사진으로서는 담을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사람도 보고 또 봐야 정이 들듯이 정성을 기울이는만큼 애정도 생기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픈 욕심도 생기는 것일테니까. 식물세밀화란 생소한 분야의 책읽기가 뜻하지 않게 내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요즘 밖에 나가면 만나는 꽃들이 너무나 예뻐보여서 눈을 뗄 수가 없었는데, 이 책을 읽은 지금은 풀한포기도 사랑스러워 보일것 같다. 그녀의 바램이 헛되지는 않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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