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평

march
- 작성일
- 2018.10.30
동물 미술관
- 글쓴이
- 우석영 저
궁리출판
< 동물 미술관> 이란 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떤 그림들이 실려 있을까? 이 책에는 고대와 현대,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130여장의 미술 작품이 실려 있었다. 동물 백과 사전이 아니면서 이렇게 많은 동물이 등장하는 예술작품들로만 구성된 책이 어디 흔할까? 이렇게 [ 동물 미술관 ]을 저술한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터였다. 저자는 생명철학, 지속가능성 분야 연구자이자 자연문학 작가이면서 푸드 칼럼니스트라는 다양한 타이틀의 소유자였다. 나무를 주제로 문학, 철학,인류학, 생태학을 아우르는 책을 펴냈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동물이 주제다.
38개 동물 문에 속하는 여러 동물들과 자기 자신이 얼마나 다르게, 얼마나 동일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요컨대, 이 책은 나는 누구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관심을 둔 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p 9
동물의 세계에 접근함으로써 결국 인간에 대해 고찰을 해보는 시간이 될거라는 것을 알 수 잇었다. 우리 아파트에는 작은 새끼 고양이들이 있다.조그만 녀석들이 불쌍해서 주사기에 먹을 것을 넣어서 먹이는 여고생이 있는가하면, 새끼를 못 낳게 해야하는데 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고 가는 어르신들도 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여러 생각들이 들었다. 이 지구의 주인은 누구일까? 인간들보다 더 오랫동안 살아왔던 동물들이 인간들의 편의에 의해서 수난을 당하고, 멸종의 위기까지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만난 이 책은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분야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책은 총 4개의 부로 나뉘어져 있었다. 주제에 맞는 그림들을 짧은 소개와 감상을 하고 나면, 각 부의 끝에는 독자에게 하고픈 말, 같이 고민했으면 하는 화두를 던져두었다.
1부에서는 집에 살던, 사는 동물편에서는 개,고양이,소, 말, 닭과 같은 동물들의 그림이 있었다. <피레네산맥의 양치기>라는 그림을 두고, 저자는 인간을 살려주는 구원자로서의 양의 역할, 서열관계에 집착하고 리더를 따르는 성향이 강한 양의 특성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 피레네산맥의 양치기>, 로사 보뇌르, 1888.
많은 동물들이 멸종이 되기도 하지만,소의 생물총량은 포유동물로서는 최고수준이라고 한다. 이러한 소의 번성을 이 동물 자체의 번성이 아니라 삶이 아닌 죽음의 번성이라는 표현을 듣고나니, 기분이 묘했다. 이렇듯 이 장에서는 인간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동물들을 다루다보니, 비인간적이고 비효율적인 방식의 축산과 육식에 대한 비판, 동물 복지론과 동물 노예제에 대한 폐지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2부에서는 아주 작은 녀석들이란 주제로 잠자리, 개미, 벌등 절지동물과 곤충에 대한 그림이 모여있었다. 바탕의 색을 나비의 날개로 표현하면서 투명함이 느껴지는데, 동양화의 멋을 드러내고 있는듯하다.
< 수구화 >, 주리안(1828~ 1904), 19세기. 중국
지구에서 가장 종수가 많고, 총량이 많은 동물이 절지동물인데 그 이유를 찾아간다. 진사회성, 사회적 혐동 본능의 진화를 보여주는 개미, 흰개미등에 대한 이야기,공생에 능한 잎꾼개미의 생태, 곤충 종의 다종화,번성의 역사에 영향을 미치는 속씨식물의 역사, 잠자리의 비행능력등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3부에서는 지능의 존재들이라고 분류된 정말 많은 생물체들이 등장을 한다. 호랑이, 매, 고래, 박쥐 등등. 소개하고픈 그림이 많았지만 이 그림을 선택한 이유는 몇 개의 선으로 비오는 날을 실감나게 표현했고, 낭창거리는 버드나무의 초록빛 색감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비 오는 날, 버드나무 위의 제비>, 이토 소잔. 1919~ 1926.
지능은 다른 생물종과 인간을 구별해주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고 정의한 학자가 있는 반면,삶의 환경 속에서 "복잡한 의사결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지능을 정의하기도 한다. 이렇게 정의를 한다면 동물에 대해서도 우린 지능이란 말을 사용할 수가 있다.
동물의 지능은 먹고 먹히는 푸드 웹의 질서 속에서 생존하고 번영하는 당위와 함게 출현했다. 태양과 수분, 탄소로 양분을 제조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먹이를 찾아 탐색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점, 먹이를 저장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점, 나를 먹잇감으로 알고 다가오는 포식자의 위협에 맞서 스스로와 자손을 보호해야 한다는 냉혹한 삶의 당위는 동물을 지능의 존재들로 만들어놓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p 178
낙타의 혹, 양의 시각,카멜레온의 긴 혀와 변색, 매의 시력과 속력등 생존에 맞춰진 능력들을 예로들면 동물들의 지능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저자는 말했다. 의식과 지능이 있다고 판단되는 생물 앞이라면 연필이나 컵, 놀이용 공 같은 물건을 대할 때와는 다른 태도가 요구된다고.
4부에서는 인간이라 불리는 어느 기이한 동물과 그 선조라는 주제에 어울리는 그림들을 담고있다. 이 그림에 대한 설명을 보면, 화가는 원숭이라는 알레고리로 호모 사피엔스가 어떤 존재인지 명상했다고 한다. 이 장에 이 그림이 있을 수 밖에 없겠다.
<학자들>, 가브리엘 폰 막스. 연대미상.
인간이란 무엇이며, 무엇이 인간의 고유성인가? 라는 화두를 던졌다. 저자는 인간도 동물이고, 단지 얼마나 특수한 유형의 동물인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했다.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인간이 다른 생명체들에 대해 우월감을 가지는 것은 인간의 주장, 인간의 몽상이라는 말에는 수긍이 되기도 했다.
사실, 조금은 가볍게 시작한 책읽기였는데, 의외로 동물들의 생태에 대해서,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서, 더 나아가 인간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많은 생각할 거리가 생겨버렸다. 평소 생각이 미치지 않았던 영역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과 더불어, 미술책을 보면서도 자주 만날 수 없었던 분야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 동물화를 중심으로 이런 담론을 펼쳐나가고자 시도한 저자의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 미술작품 속에서 작은 생명체를 만난다면 헛으로 봐지지 않을것같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나가야하는 나를 포함한 인간에 대해서도 한번은 더 생각하게 될듯하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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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