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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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눈 감고, 도시
글쓴이
최민아 저
효형출판
평균
별점7.8 (12)
march

 

< 후각 청각 촉각 미각, 사감의 도시>라는 부제가 썩 와닿지 않았다. 도시라는 것은 하나의 풍경이기에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 아닐까 생각했는데, 사감의 도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저자의 이 문장을 읽고나니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짐작해볼 수 있었다. 도시를 즐기는 새로운 지도를 제시하고 있었다.

 

 역사 속 도시 공간을 찬찬히 살펴보면 냄새, 소리, 촉감, 맛은 단순히 도시를 풍요롭게 하는 부차적인 조연 배우가 아니라 도시의 형태를 직접 만드는 주연 배우였다. 도시는 시각적인 아름다움만을 위해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냄새를 따라 움직이고, 소리에 의해 지배되고, 새로운 촉감을 찾아 모험을 겪고, 공간에 맛을 담으며 변화했다.-p 6  작가의 글 중에서

 

 파리의 서쪽에는 부유층과 중산층이, 동쪽에는 서민층이 주로 거주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가 국토의 서쪽에 대서양이 있어  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장에서 나는 악취와 연기가 동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공장은 대부분 동쪽에 있고, 그렇다보니 서민들의 주택은 동쪽에, 공기가 맑은 서쪽에는 고급 주거지가 발달했다고 한다. 케이트 맥린은 냄새가 도시 환경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서 도시의 냄새 구성 요소를 원형팔레트로 나타냈다는데, 냄새가 도시에 이렇듯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내가 사는 동네의 외곽으로 나가면 분뇨 처리장이 있다. 그 옆을 지나가면 항상 분뇨의 냄새가 섞여있는데, 이 동네 사람들을 괜찮을까? 하는 정도의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곳이지만 그런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서울시의 분뇨 처리장,음식물 처리 시설, 폐기물 처리장이 모두 고양시로 이전되면서 서울시와 고양시의 갈등을 다룬 예를 보면서 그다지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던 냄새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도시의 냄새가 사라진다는 것은 사람들의 생활이 달라졌음을,그 변화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과 문화까지 보인다고 하니, 냄새를 안다는 것이 도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음 등고선에 따라 건축물이 배치되어 소음의 크기가 도시를 변화시킨다. 과거에는 지형이 도시의 모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지만 오늘날에는 소음이 중요한 영향력을 지닌다. 수많은 개발을 거치며 그동안 도시 발전에서 피할 수 없었던 공장 폐수와 시커먼 연기는 기술 발전을 통해 환경 부하를 줄여가고 있다. 하지만 소음은 점점 복합적으로 존재하면서 건축물과 도시의 형태를 변화시킨다. -p102

 

 도시에 개천이 사라지자 분수를 만들기 시작했다는데, 시원함을 주기도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소리의 중요성이 더 크게 다가왔다. 물 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이 주변의 자동차 소리나 그 외 시끄러운 소음들을 잊게 하는 역할도 하니까. 이렇듯 자연의 소리를 끌어들임으로써 도시의 풍경도 변화해간다. 도시에 공원은 필수적인 것이 아닐까?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쉴 곳을 찾아드는 새소리 등은 많은 소음에 시달린 우리의 귀를 편하게 해줄테니까. 하지만, 바르셀로나 엘 라발 지구의 현대미술관 광장의 예를 보면 커다란 소리가 잘만 이용하면 도시에 순기능을 하는 경우도 보여주고 있었다. 낙후되고 범죄율이 높은 도시에 미술관과 광장이 만들어진후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소란스럽고 벅적한 소리가 우울한 동네를 활기차게 바꿔놓았다고 하니 말이다.

 

 사람과 도시가 접촉을 통해 만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우린 그런 만남 속에 살고 있었다. 촉감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건축가로서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무심코 넘겼던 부분들이었는데 많은 고민의 결과였다.

 

 건축가가 건물을 지을 때는 같은 재료를 써도 표면의 느낌을 어떻게 줄지 깊이 고민한다. 이를 마감이라 부르는데, 마감방법의 선택은 단지 나무를 쓸지, 돌을 쓸지를 고민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가령 화강석을 거칠게 마감해서 돌의 원초적인 느낌을 전할 것인지, 매끄럽게 표면을 다듬어 세련되고 도시적인 느낌을 줄 것인지 고심한다. 전체적인 재료와 촉감을 결정한 후에도 사람들의 손이나 발길이 많이 닫는 하단부, 창호 주변, 지붕에 다른 재료를 사용할지, 같은 재료를 사용할지 세심하게 선택한다. 건물의 각 부분이 주는 촉감과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p 148

 

 도시는 건물로 둘러 쌓여있기에 건물의 촉감이 도시의 촉감을 좌우한다는 말이 와닿았다.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래된 도시들을 보고 걸을 때의 느낌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과 아스팔트의 바닥을 걷는 느낌은 천지 차이니까. 자연 재료는 우리에게 따뜻함을 주기에 전통적인 분위기를 살린 곳에서는 편안함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촉감 중 시각장애인을 안내하기 위한 길인 점자블록에 대한 이야기가 놀라웠다.

 

 특히, 뉴욕은 보도 블록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한다. 건물의 출입구, 안내 표지판, 벤치와 같은 스트리트 퍼니처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도로의 이름과 번지수도 점자 블록에 쓰여있다.이렇게 체계적인 점자 블록은 시각 장애인에게 지도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p 165

 

 서양과 우리나라의 상차림의 특성이 도시로도 연결된다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조선왕조의 법궁인 경복궁의 배치가 한식 밥상 차림과 비슷하다고 보았다. 이와는 다르게 유럽의 성이나 궁은 대부분 하나의 커다란 건물로 지어져 있어 식탁에 메인 디시 하나를 올린 서양 풀코스를 연상시킨다고.

 

 상의 첫 줄에는 음식 중 가장 중요한 육류가, 뒷줄로 갈수록 나물이나 조치같이 부드러운 음식이 놓인다. 궁궐도 겅문과 성루를 지나 들어가면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중요한 외전이, 그 뒤쪽으로 왕이 생활하는 대전과 왕비가 생활하는 중궁전이 있다. 이를 중심으로 양측에는 왕을 보좌하는 신하들이나 세자의 공간이 있다. -p 249

 

 소금이 귀중한 음식이었기에 소금이 있는 곳에 부가 있었고 도시가 번영했던 것을 폴란드의 비엘리치카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설탕으로 발전한 도시가 있는가하면 노예로 살아야했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도 있어 주요한 맛에 얽힌 도시의 이야기에는 양면이 존재함에 대해서도. 설탕은 단맛으로 인해 달콤함이란 긍정적인 이미지였는데 대도시의 노동자 가정에서 굶주림을 달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설탕이었던 시기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환경의 개선을 위해 새로운 도시 개발 계획안도 나왔다고 하니,음식의 맛을 내는 요소가 도시를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 했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현대에는 어떨까? 특정한 지역의 대표 음식들은 한 곳에 모여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하는데, 그런 것도 도시의 한 모습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는듯하다.

 

 어느 곳이든 특히, 이국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외국에 가는 경우에는  다른 감각이 아닌 시각으로서만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다. 솔직히 냄새를 통해, 청각을 통해 또한 촉감으로 그 도시에 관심을 기울였던 적은 없었다. 맛에 대해서는 약간의 신경을 쓰는 경우는 있었을 것이다. 지금 현재 내가 느끼는 것 외에 과거에 그런 감각들로 인해 도시가 형성되고 발전되어 왔다는 것, 그런 감각들이 도시를 이루는 주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을 다양한 예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저자는 파리 8대학 건축학 박사, 프랑스 정부공인 건축사로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의 수석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건축학적인 전문적인 지식들을 이용해서 깊이 있는 설명을 해주고 있었는데, 과거의 도시, 현대의 도시들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점도 상당히 유익한 부분이었다.

 

 며칠 전부터 폰이 이상해서 서비스 센터를 찾았다. 주차장이 어떨지 몰라서 그냥 걷기로 했는데, 20분 정도 하천을 따라서 걸으면서 이 책이 떠올랐다. 요즘은 하천을 매립해서 주차장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하천을 살려 두었다는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물이 많지는 않았지만 어느 구간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가 시원스레 들려오고, 새가 찾아와 노니는 모습을 보면서 걸으니 지겹지 않았다. 어디선가 빵 굽는 냄새라도 날아오면 더 좋았겠지만. 한 도시에 오래 살다보니 도시의 변화를 잘 느낄 수 있다. 의류 산업의 메카였던 곳이 어느새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리고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섰다. 바다였던 곳은 매립을 거듭해 지형지도가 바뀌고 있다. 그러고 보면 도시도 살아있는 생명체같은 느낌이 든다. 식물이 외부의 조건에 따라 변화해나가는 것처럼 도시도 기후, 소음, 냄새등 여러 조건에 따라 변화해 나가고 있으니까. 이 변화가 사람에게도 환경에게도 최상의 조건으로 작용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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