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

march
- 작성일
- 2021.5.6
내가 사랑한 화가들 : 리커버 에디션
- 글쓴이
- 정우철 저
나무의철학
학창시절 미술 수업이 든 날은 배가 아플정도로 미술을 싫어했던 내가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우연히 읽게 된 <미술과의 첫만남>이란 책이었다. 미술이란 무엇인가? 로부터 시작해서 고대미술, 중세미술, 르네상스룰 거쳐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었다. 그 다음으로 만난 책이 이주헌의 <화가와 모델>이었는데, 그 책을 통해 화가의 삶에 대해, 미술에 대한 관심은 확장되었고, 전시회까지 찾아가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역사나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들을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역사, 신화에 대해서도 다양한 것을 알게 되는 즐거움도 있었다. 물론 그러한 것들도 좋지만, 그림이 가지는 의미는 그런 지적인 부분보다는 정서적인 부분이 중요한 것 아닐까? 바라만보고 있어도 즐겁고, 위로가 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그림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림과 가까워지는 것이 필요할텐데 어떻게하면 좀 더 친숙하게 느끼게 될까? 화가들의 삶을 아는 것, 그것이 좋은 방법중의 하나가 아닐까싶다. 그림은 화가들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삶이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도 많으니까. 저자는 독자들이 그림과 친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특별히 좋아하는 화가 11명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다.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처음 봤을때 너무 괴기스럽다고 생각했다. 몸에 철심을 박은 그림이라든지 피투성이의 모습으로 누워있는 그림등은 고개를 돌리게 했다. 하지만, 프리다 칼로의 삶을 알고 나면 그 그림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게된다. 심각한 교통사고의 휴유증은 그녀를 평생 고통 속에 살게했고, 스물한 살 연상인 남편 디에고와의 결혼 생활도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화가로서의 삶을 살아나가며 당당했다. 그림에는 프리다 칼로의 고통, 희망, 강력한 삶의 의지등이 담겨있어 존경하는 마음과 함께 그림이 품고 있는 의미에 공감하게 된다. "나는 아픈 것이 아니라 부서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한, 살아 있음이 행복하다." 는 그녀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고통스러운 일을 만났을때 커다란 힘이 될듯하다.
알폰스 무하를 좋아한다. 가장 큰 이유는 아주 단순하게도 그림이 아름다워서다. 하지만, 그에게는 더 많은 매력이 숨어있다. 체코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성가대로 활동하다가 변성기로 인해 그만두고 미술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다. 빈, 뮌헨을 거쳐 파리에서 장식미술가로 성공하기까지 그의 일생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후원자를 만났던 것, 사라 베르나르를 만났던 것등 많은 운도 따랐다고 할 수 있지만, 멈춰있었다면 절대로 얻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광고 포스터등 상업미술로 명성을 얻었지만 그는 <슬라브 서사시> 라는 20년에 걸쳐서 민족의 역사를 그린 작품으로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다. 최근에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만났던 무하의 이야기와 겹쳐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2016년에 샤갈,달리 뷔페전에서 처음으로 만난 뷔페의 작품은 직선으로 쭉쭉 뻗어 날카로워보이는 선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참 특이한 그림이다 생각했다. 전시회를 다녀온 후 그에 관한 책들을 찾아보았지만 사강의 <독약>이란 책에 삽화가로 들어가 있는 것이 전부였다. <독약>에 들어있는 삽화로 뷔페를 만나고는 아쉬움이 컸었는데 이 책에서 뷔페를 만났을때 많이 반가웠다. 왜 직선으로 뻗은 그림들을 그렸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풀렸다. 1950년대 뷔페 신드롬이라고 불릴 정도의 인기를 누렸던 뷔페의 재능을 발견하고 지원해준 사람은 어머니였다. 제2차 세계 대전중에 폭격으로 인해 많은 죽음을 목격했고, 어머니도 병으로 잃은 후, 뷔페는 살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세상을 직선으로 표현했던 것은 뷔페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었고, 구상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너무 인기가 많아서 따돌림을 당하고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맞서지 않았던 뷔페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그럴 필요가 없었어. 나를 향한 비난이 나를 더 훌륭한 예술가로 성장시켜줬으니까." 이렇게 말하기가 쉬웠을까?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그림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했던 뷔페는 6개월만에 스물 네점의 그림을 완성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뷔페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기때문에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는데, 뷔페의 이야기를 들려준 저자에게 고맙단 인사를 전하고싶다.
이 외에도 마르크 샤갈, 앙리 마티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구스타프 클림트, 툴루즈 로트레크, 케테 콜비츠, 폴 고갱, 에곤 실레를 만날 수 있었다. 저자가 말했듯 이 화가들 중에서 마음에 와닿는 화가가 있다면 그의 그림들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해보면 좋을듯했다. 유명한 화가들인만큼 알려진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화가를 보는 시선은 조금씩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에, 저자의 시각에 따라 그들의 삶을 만나고 그림을 보면서 나도 또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되는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 이런 책의 또 다른 묘미다. 그런데, 또 다시 느낀거지만 난 폴 고갱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알폰스 무하가 그를 도와주었다는데 왜? 라는 생각이 들고, 고흐가 고갱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생각도 들고......왜일까? 곰곰 생각해보면 몇 가지가 있는데, 그런 이유들에 앞서 고갱의 그림이 내 취향이 아니어서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싶다. 하지만, 취향이란 바뀔 수도 있는 것인지라 언젠가 그에 대한 인식이 바뀔 계기가 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 잘 정리가 된다는 것일테다. 그래서인지 도슨트로서 설명하듯이 쓰여진 글은 편안하게 잘 읽혔다. '작품 분석이 주를 이루던 기존의 미술 해설에서 벗어나 화가의 삶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키며, 입문 5년만에 스타 도슨트로 자리매김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시 해설가.특히, EBS 클래스 e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극장>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미알못'들에게 그림 감상하는 재미를 선사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라는 책날개의 설명에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현장에서 그림을 보고,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도슨트로서, 이 책을 통해서도 미술이란 나랑은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술이 딴 세상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하고, 충분히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갔던'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 끌렸기 때문이었는데, 그 끌림은 틀리지 않았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당당하게 예술가의 길을, 그리고 삶을 걸어갔던 그들에게서 나는 위로와 함께 새로운 에너지를 받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림이 어려운가요? 도저히 친해지지 않는다구요? 그럼 화가들의 이야기에 먼저 귀 기울여보세요. 화가들의 삶을 알면 그들이 그린 그림들이 궁금해질거에요. 그리고, 아무런 느낌이 없던 그림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하시게 될거에요. 제가 프리다칼로의 그림을 보고 느꼈던것처럼요. 화가에 대한 관심이 그림으로 이어지고 ,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어느 순간 나에게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굳이 커다란 변화가 아니더라도 그 순간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림을 만날 의미는 충분한듯합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좋아요
- 6
- 댓글
- 12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