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1.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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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배우는 세계 경제사
글쓴이
다나카 야스히로 저
휴머니스트
평균
별점9.5 (22)
march

  그림은 정말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신화, 역사, 문학도 그림을 통해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게 된 나로서는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정말 좋아한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던 당시의 사회상, 사람들의 사고 방식, 당연히 화가가 세계를 바라보던 방향등 그림 한 점을 통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책은 세계 경제사를 명화로 배우자고 이야기했다. 경제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왠지 복잡하게 느껴져 한쪽으로 밀어두었는데 그림으로 이야기한다면 말이 달라진다. 명화를 통해 경제를?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소영 작가의 <그림 속 경제학>이라는 책을 통해 그림과 경제를 이야기하는 책을 만난 적이 있었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책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될까?  



 



 저자 다나카 야스히로는 공인회계사무소를 운영하는 회계사로 비지니스 스쿨과 기업 등에서 회계, 경영 컨설턴트 전문 강사로 활동하는 한편, 만담가와 함께 하는 이벤트 강연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회계사이기에 명화에서 경제가 보인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높임말로 조근 조근 강연하듯 쓰여진 글은 읽기에 편했고, 귀에 쏙쏙 들어왔다.  나라별로 나눠 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구성했다.



 



1. 이탈리아



 



14세기 흑사병이 창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당시 교역과 무역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면서 교회에 대한 불신도 깊어질 수 밖에 없었는데,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은 교회와 손잡고 도시 재건을 꾀하며 젊은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건축물을 장식할 작품들을 의뢰했다, 예술가들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예술품을 모방하고 , 독창성도 발휘하며 흑사병의 폐허로부터 재생을 꿈꾸었고 그것은 바로 르네상스로 이어졌다. 르네상스 화가들이 3차원 세계를 그대로 표현하는 원근법을 고집했던 이유가 원근법에는 인간중심의 자세가 있기 따문이라고 하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를 이야기했다. 단지 종교화로만 보았던 이 그림에서 저자는 인간중심의 르네상스를 말했다.



 





 



2.플랑드르



 



 14세기가 되면서 육로보다는 해로를 통한 교역이 늘어났는데 유통되는 다양한 상품들 중에는 대형 그림들도 있었고, 이렇게 남북 문화교류가 시작되면서 이탈리아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플랑드르에서도 르네상스가 탄생하게 되었다. 플랑드르의 얀 반 에이크에 의해 만들어진 유화물감, 조선업이 성행하던 베네치아에서 돛을 만드는 천을 이용해 만들어진 캔버스는 회화계의 혁명을 일으켰다. 피터르 브뤼헐의  <베들레헴의 인구조사>에는 플랑드르를 지배하고 있던 스페인에서 세금을 걷으러 온 세금 징수원에게 사람들이 인두세를 내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있다. 빈곤, 기근, 무거운 세금으로 피폐했던 당시 사회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면죄부 판매로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신교도가 탄생하면서 종교 갈등은 커졌고, 플랑드르는 신교 국가 네덜란드와 가톨릭 국가 벨기에로 나뉘었다. 네덜란드는 교회라는 후원자가 사라지면서 부유한 시민들이 화가들을 지원하게 되었다. 종교화가 사라지고 집단 초상화와 집안을 장식할 수 있는 풍경화, 정물화, 풍속화로 회화의 변화가 일어났다.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 회사가 설립되면서 증권거래소도 생겨났고 다양한 상품거래도 하게되면서 튤립도 들어오게되는데, 튤립은 세계 최초의 거품경제를 일으켰다. 렘브란트의 <플로라의 모습을 한 사스키아>에서 가장 비싼 것은 머리에 장식한 튤립이었다 한다.  





 



3. 프랑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앙리 2세와 결혼한 카테리나에 의해 이탈리아의 예술, 음식이 프랑스로 전해졌다. 이탈리아에 비해 예술적으로 하위에 있던 프랑스는 1648년, 왕립회화 및 조각 아카데미를 설립해서 이탈리아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다. 아카데미 소속 화가들은 회화 교육을 받고, 아카데미에서 주관하는 전시회 살롱에 작품을 발표했는데, 살롱에서 입선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었다. 프랑수아 부셰의 <퐁파두르 부인>처럼 우아하고 예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로코코 회화가 탄생했다. 귀족들은 로코코 그림으로 장식하고, 호화로운 요리를 즐기며 국가재정을 탕진했고,그 부채 해결을 위해 세금을 만들어냈다. 결국,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다. 로코코 회화는 시들해지고 신고전주의 회화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혁명후 혼란을 해결한 나폴레옹은 전쟁중에 많은 예술품들을 약탈했다. 그 미술품들을 루브르 궁전을 미술관으로 개조해 공개했는데, 이때부터 회화는 사적 소유물이 아닌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갖게되었다. 프랑스 정부는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농민에게 토지를 불하했는데 그러한 농지를 사서 경작하는 소농이 밀레가 그린 사람들이었다.  





 



 살롱 시스템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인상파가 등장했다. 인상파의 대표적인 화가인 르누아르의 그림 <사르팡티에 부인과 아이들의 초상>이라는 그림을 보고 저자는 부르주아 고객을 위한 마케팅 정신만 있을뿐이라고 해서 낯설었지만 생활인으로서의 르누아르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체념했던 르누아르가 자신의 영혼을 팔지않고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렸다고 하면서 저자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돈때문에 일하는가, 아니면 자신을 위해 일하는가. 어느 시대의 예술가도 이 같은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이에 대해 고민하지요. 르누아르가 이 질문에 하나의 대답을 준것 같아요. 무엇을 위해 그림을 그릴까, 그것은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 위헤. 이렇게 생각하면 돈 버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양립할 수 있지요. 돈과 보람의 양립을 몸소 보여준 르누아르, 역시 위대한 사람은 다르네요. 돈과 보람을 나누어 생각하는 우리는 아직 멀었나봅니다. -p 166



이처럼 저자는 그림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 계발서를 읽고 있는듯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했다. 나 자신에 대해서 잠깐씩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강연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저자의 이력이 책에서도 나타나는 것 아닌가싶었다.



 



 



4. 영국



 



 영국은 산업 혁명을 통해 부자가 되었지만 문화 수준에서는 이탈리아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나는 유학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그랜드 투어가 유행했다. 베니치아의 화가 카날레토의 그림을 좋아했던 영국인들은 부지런히 구입해서 영국으로 가져갔다. 이후에도 유럽 대륙의 혁명 전쟁을 피해 영국으로 많은 미술품들이 유입되었고, 미술시장의 중심이 되었다. 윌리엄 터너는 이탈리아 여행후 빛과 공기를 그리기 시작했고, 추상적으로 되어갔다. 터너는 산업혁명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증기 기관차를 그렸는데, <비, 증기, 그리고 속도- 그레이트 웨스턴 철도>가 대표적이었다. 이 그림은 워낙 유명한 그림이라 자주 만났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증기기관차와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산토끼가 있는데,  기술의 진보가 인간을 행복하게 할까? 시간과 효율에 쫓겨 불행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을 담고 있다고 보고 있었다. 정확히 터너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시대 사람들 중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 않았을까? 100년 정도 앞선 1751년 윌리엄 호가스의 <진 거리>라는 작품에서는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모이는 빈민가를 그렸다. 이들의 그림을 통해 우린 당시의 영국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영국 금융시장이 발전하면서 유럽의 금융맨들이 모여들어 그림을 투자 대상으로 인식해 고객에게 구입을 권유하거나 자신들이 직접 사들였다. 소유재에서 거래재로서의 변화라고 말할 수 있다. 나폴레옹 시대에는 미술품이 사유재에서 공공재로, 19세기 영국에서는 소유재에서 거래재로. 이렇듯 시대의 변화에 따라 미술품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영국에 살던 터너, 그의 시대에는 여기저기서 신기술, 신제품이 등장하고 있었습니다. 증기기관차, 카메라의 사진, 튜브 물감등. 거기에 더해 미술시장의 변화도 있었죠. 이러한 급격한 변화를 목격한 인간은 두 유형으로 나뉩니다. 내 시대는 끝났다고 단념하는 사람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투지를 불태우는 사람, 터너는 분명히 후자 쪽이었어요.-P 201



이 문장은 어느 시대에나 통용되는 문장이 아닐까? 현대는 더 심각한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따라가기가 힘이 들지만 그래도 멈춰있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5. 미국



 



 규율 바른 생활과 근면한 태도 덕분에 노동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영국에서 건너온 신교도들이 모여 살던 지역은 보스턴이었다. 보스턴 사람들은 농민화가 밀레의 그림을 좋아했다. 보스턴 정착민들은 밀레의 농민화에서 근면한 자신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미국인들은 위작이 적다는 이유로 인상파 그림을 매력적으로 생각했는데, 내용면에서도  종교적인 그림보다는 풍경화나 인물화를 선호했기때문이었다.  인상파 회화가 미국에 퍼지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사람은 프랑스의 미술상 뒤랑 뤼엘이었다. 화가가 꿈을 좇는 이라면, 그것을 상업적으로 지탱하는 것이 미술상인데 미술상의 본보기로 뒤랑뤼엘을 꼽았다. 현재도 그렇지만 그림 자체로서의 경제적인 가치에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부분이었다.



 



  마네의 그림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은  인상파의 대표적인 그림으로 자주 등장하는 그림인데, 이 책에서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들었다. 카운터에 있는 술병중에는 영국의 유명 브랜드 '바스'맥주병이 있는데, 거기에 붙어있는 라벨은 1876년 1월 1일 영국 최초로 등록된 제1호 상표라고 한다. 그림 속에서 영국의 지적소유권에 대한 법제화를 실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다.



 





 



 19세기 영국, 미국, 아프리카 사이에 삼각무역이 이루어지고 있었다한다. 영국의 자금과 노하우가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 양국의 거대한 '글로벌 돈벌이 프로젝트'.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데려와 면화 농장에서 일하게 하고, 그들이 생산한 면화를 가공함으로써 많은 수익을 거뒀다. 이 삼각무역 시대를 볼 수 있는 그림이 있었다. 에드가 드가의 그림 <뉴올리언스 의 면화 거래소>에서 당시 재배한 면화를 거래하는 사무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미국에서 미술에 대해서 특별하게 느낀 점은  미술관이 시민들의 미술품 기증으로  세워졌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컬렉션을 '공공재'로서 미술관에 기증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 단기간에 경제대국을 향해 달려가는 중에 문득 멈추게 된 순간, 죄책감과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행동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자신의 부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려하는 마음은 높이 사야할것같다.



 



 '경제가 보이는 미술관 투어에 어서 오세요'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미술을 경제의 흐름으로 보자는 취지의 책이었다. 흑사병이 시작되었던 14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커다란 흐름을 보여주었는데 그 방대한 양을 담기에는 부족한 느낌은 있었다. 그리고, 내가 기대했던 것은 한 점의 작품을 두고 그 그림이 그려졌던 시대의 경제적인 상황을 하나 하나 짚어주는 것이어서 조금 아쉬운 면도 있었다.  하지만, 각 나라간의 교류, 종교 갈등,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의 변화등 커다란 흐름을 그림과 함께 볼 수 있기때문에  미술에 대해서, 세계 경제사에 대해서 가볍게 접근하기에는 좋을 것같다. 코로나로 인해 행동반경도 줄어든 이 시기에 이런 그림책 한 권 들고 독서삼매경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YES 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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