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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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불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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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응식 저
인간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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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9.6 (11)
march

 



  철학이 왜 필요한걸까? 예술은? 지금까지 철학이라고 하면 뜬 구름 잡는듯한 이야기들이란 선입견도 있었고 어렵게만 느껴졌다. 사실, 철학책을 가까이하고자 노력했던 것은 우리의 삶에 실질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보다는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론적인 것을 이해하려고만 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었는지도. 그런데 전문가도 아닌 비전문가(산부인과 전문의)가 극히 개인적인 관심으로 공부한 예술과 철학에 대해 풀어놓은 글을 읽으며 철학의 존재 이유와 예술의 중요성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하이데거의 실존이라는 말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졌다. 하이데거의 '실존'은 그냥'눈 앞에 있음'이 아니라 '무엇으로 존재하기'를 '결단'내리고 있는가 하는 '그의 존재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겼고, 실존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가 되기로 마음먹은 그 '존재 가능성'을 지금 여기서(결단) 실현해 나가며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삶을 '본래적인 삶'이라고 했다. 삶을 결단하고 존재의 의미를 찾는 것에 시간(유한하기 때문에)은 '본래적인 삶'에 중요한 요소였고, 하이데거는 불안도 인간이 본래적인 삶으로 진입하는 통로로 보았다.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걸까?'하는 자각이 오는 순간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변곡점이 되는 인생의 중요한 지점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하이데거의 '실존론'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죽음, 시간, 불안등의 요소가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같았다.



 



<피들을 연주하는 사신과 있는 자화상>





 



 



  죽음을 의식하지 않고 있는 척하며 죽음을 의식하고 있다. 이는 약 반세기후 하이데거라는 철학자가 말한 실존의 삶과 정확히 포개진다. 우리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어쨌든 죽음을 염두에 두고 결단하는 삶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그의 실존에 대한 정의는 뵈클린이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해 놓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p 26



 



  라캉은 이미지적인 것을 나와 동일시하여 나라고 믿는 것을 '상상적인(이미지적인) 것'이라고 했고, 상징계는 언어적인 질서라고 할 수 있는데, 상상계와 상징계는 인간의 자아와 주체를 구성하는 중요하고도 큰 두 축으로 보았다. 인간은 성장하며 상상계에서 상징계로 적절한 진입이 이루어져야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나르키소스는 상상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성장이 멈추어버린 존재였다. 르네상스와 바로크를 다빈치와 카라바조의 삶과 함께 상징계와 상상계로 비유해서 보여주었는데, 막연히 라캉의 이론만을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재미도 있고, 이해하기도 쉬웠다.  라캉은 '욕망의 환유 연쇄'라는 말로 욕망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어떤 대상이든 욕망을 완전히 채우지 못하는 이유는 욕망이 처음부터 '특정한 대상'의 결핍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그냥 '결핍'에서 생기는데 그 결핍은 메울수없다는 말이라한다. 저자는 욕망 그 자체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삶, 욕망에서 떨어져 자신을 관조할 수 있는 삶에 대해서 말했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자문해보았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헛된 욕망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만족할 줄 모르고 끊임없이 욕망을 늘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니체의 위버멘쉬(초인, 좀 더 높은 인간, 좀 더 강한 인간)이론은 지금까지 너무 너무 어려운 개념이었다. 위버멘쉬의 특징을 화가 앙리 루소를 통해 설명했고, 존 싱어 사전트의 그림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로 니체가 위버멘쉬를 설명하며 들었던 비유(인간 정신의 3단계 변화 :낙타, 사자, 어린이)중 아이의 단계를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학습만화를 통해 어려운 내용들에 쉽게 다가가는 것처럼, 예술가들의 삶과 그들의 그림으로 철학을 이야기하니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철학은 결국 인간의 삶을 다루는 문제였다. 의사인 저자는 환자들의 심리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러한 에피소드들은 철학이라는 것이 학문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살아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예술에 위안을 받는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철학이 위안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플라톤, 니체, 라캉을 통해 위로받았다는 저자의 경험은 신선한 충격이었다.철학의 새로운 효용을 알게 되었다고나할까? 예술은 또 어떠한가? 미술가들은 그림 한 점에 수 많은 이야기를 담는다. 우연히 만난 그림 한 점에, 스쳐 지나가듯 들었던 음악 한 곡으로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예술이 무의식으로의 통로를 열어 우리를 위로한다면, 철학은 나와의 건강한 거리 두기를 통해 우리를 위로한다.-p 124



  철학과 예술은 그렇게 삶의 근본을 어루만지며 생의 상처 역시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도려낼 수 있다고 믿는다, 병듦과 회복, 고통과 치유. 니체의 사유안에서 철학과 예술은 하나처럼 보인다.-p179



 



  어렵게만 느껴졌던 하이데거, 라캉, 니체등 많은 철학자들의 이론들을 그림, 예술가들의 삶과 연결선상에 두고 보니, 너무 너무 재미있어졌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시선으로 풀어주었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철학이 어렵기만 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이렇게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고, 우리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멋진 학문이었구나라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철학은 철학대로, 미술작품은 작품대로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주었는데, 이상하게도 눈 앞이 맑아진 느낌이다. 앞으로 나도 철학 숲과 미술 정원을 산책하며 똑바로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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