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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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
글쓴이
캐서린 맨스필드 저
코호북스
평균
별점9.1 (18)
march

 



 맨스필드(1888~1923)는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태어났고, 부유하게 자랐지만 삶이 그리 평탄하지는 않았다. 충동적인 결혼과 파탄, 집안에서 반대하는 이와의 사랑, 임신과 유산, 동성애. 그리고 새로운 연인을 만나 가정을 꾸렸지만 결핵에 걸려 서른 네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작가들의 삶이 작품에 어느정도는 녹아들어가기 마련일텐데, 그래서인지 밝게 느껴지는 작품이 없었다. 뭔가 결핍되어있고, 뭔가를 지속적으로 갈구하고 있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들이 편하게만은 다가오지 않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걸까 이해조차 되지않는 작품들도 있었다. 



 



맨스필드의 작품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데 윌라 캐더의 '마법'이라는 단어보다 적절한 것은 없을 듯하다. 그의 작품에는 복잡한 인물의 발달이나 손에 땀을 쥐게하는 플롯은 없지만, 독자는 무언가에 홀린듯이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리고 모호한 결말과 함께 이야기가 끝나면 꿈에서 깨어난 듯이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이상하다'라고 (맨스필드의 작품에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형용사다) 중얼거릴지도 모른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옮긴이의 글을 읽고 나니 읽었던 작품들을 조금은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1909년작인  <피곤한 아이>로부터 1922년까지 집필한 순서대로 총 15편의 단편과 미완인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었다. <피곤한 아이>,<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 <차 한 잔> 세 작품은 다른 출판사의 책으로 읽은 적이 있다. 맨스필드라고 하면 가장 먼저 <가든 파티>가 떠오르는데 그 작품은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작품은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남자의 시선으로 글은 진행되는데, 쓸쓸하고, 냉정하고,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가을까지는 그들도 행복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내를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 차가운걸까? 미완으로 끝이 났기에 이유는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남자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이 흥미로웠다. 



 



<늦은 밤에>에는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을 받고는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여자가 등장했다. 내 감정 나도 몰라 어쩔줄 몰라하는 여자의 모습에 공감도 되면서, 독립적이기 보다는 누군가에 의해서 변화될 수 있을거라는 마음을 가지는 것에 화가 나기도 하는 얄미운 여자가.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느껴지는 소설도 있었다. <영원한 사랑>에는 아픈 아내를 따라 여행중인 남편이 있는데, 맨스필드는 자신이 아파서 요양중일때 함께 하지 않았던 남편에 대한 원망이 있었다 한다. 이 소설에서 그녀는 자신이 원하던 남편의 모습을 투영한 것은 아닐까싶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지만, 맨스필드는 울고싶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파커 아주머니의 인생>에서 문학가의 집에서 일을 해주고 있는 파커부인은 불행한 삶을 살았다. 너무나도 고달파서 참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싶어 찾아나서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울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은 자신의 고통을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어떠할까? 그런 누군가가 있기는 있는걸까? 



 



오 홀로 숨어서, 누구를 방해하거나 누구에게 방해받지 않고, 원하는 만큼 머무를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이제라도 실컷 울 수 있는 곳이 이 세상에 한 군데도 없나? -p176



 



표제작인 <차 한 잔>에서 로즈메리는 차 한 잔 값을 빌려달라는 여자를 만났고, 집으로 데려왔다. 여자에게 차 한 잔은 삶의 소중한 부분으로 비춰졌지만, 로즈메리에게 차 한 잔은 허영, 그 자체로 보여졌다. 



 



살다보면 멋진 일이 생긴다는 것을, 요정처럼 나타나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또한 부자들도 인정이 있으며 모든 여성은 자매라는 사실을 이 여자에게 보여주리라-p 246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으로 만족감을 얻고, 꽤 괜찮은 사람임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편이 그 여자를 예쁘다고 하자 그 마음조차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서둘러 여자를 내보내고, 화장을 고치고, "나 예뻐"라고 남편에게 물었다. '모든 여성은 자매라는 마음은 어느새 멀리 보내버리고, 자존감은 없고, 남편의 부에 편승해 살아나가는 그녀의 미래는 과연 안녕할지 모르겠다. 나는 순수하게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일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미스 브릴>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을 즐겼다. 많은 사람들을 관찰하고 평가하며 연극 무대를 보고 있는거라고 생각했다.



 



미스 브릴은 어떤 대화를 듣게 될지 늘 기대하며 왔기 때문이다. 미스 브릴은 남들 이야기를 안 듣는 척 하면서 듣는 것에, 타인의 삶에 아주 잠시 머무르는 것에 본인이 생각해도 꽤 노련해졌다. -p160



 



어느 날, 미스 브릴은 젊은이들이 자신에게 하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듣지 못했다면 좋았을텐데.  누군가가 타인인 내 삶에 잠시 머무르는 것이 커다란 타격이 될 수 있음을 미스 브릴은 알았을까? 우리는 종종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게 되기도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살아야하지 않을까?  <만에서>라는 작품도 자전적인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보다도 풍경 묘사, 감정 묘사 부분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장면이 그대로 떠오를듯 섬세한 표현들은 소리내어 읽고싶은 맘이 들게 했다. 16편의 소설은 다양한 색깔들을 지니고 있었다. 이해가 안되는 소설도 있긴했지만, 그런 소설조차도 문장 하나 하나 곱씹어면서 다시 읽어보고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다른 책에서 맨스필드의 글에 대해 의식의 흐름 기법, 다중 시점, 자유간접화법 도입과 같은 혁신적인 기법으로 관습적 감수성에서 벗어나 사건과 플롯에 갇히지 않고 개인의 감정을 중시했다고 했다. ( 궁리 줄판사 가든 파티 옮긴이의 글 중에서 ) 이 문장을 생각하면서 읽었더니 맨스필드의 글이 가깝게 느껴졌다.  버지니아 울프가 질투한 글솜씨의 매력을 내가 다 알 수는 없겠지만, 또 만나게 된다면 지금보다는 더 그의 매력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싶다. 



 







 



 



YES 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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