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1.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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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미술관에서 만난 범죄 이야기
글쓴이
이미경 저
드루
평균
별점10 (4)
march

 



 작품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알고 나면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그림이 보여지는 경험들이 적지 않은 것같다. 미술 감상이라고 하면 대개는 아름다움을 떠올리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인간의 삶을 담는 것이 예술이기에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의 삶에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저자는 미술 속 범죄를 통해 가해자, 피해자, 피해내용을 살피고, 이로써 일방적인 관람 시점이 아니라 배제되어왔던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있었다. 사기, 성매매, 성폭행, 납치, 살인등 듣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데, 어떤 작품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만나게 될지 궁금해졌다. 



 



18세기 영국 풍자 화가 윌리엄 호가스의 <유행에 따른 결혼 풍속>은 미술책에 자주 등장하는 그림이다. 사기 결혼, 정략 결혼의 폐해를 드러낸 6점으로 이루어진 연작이다. 사기와 불륜, 배반 , 살인, 교수형, 자살등 범죄 종합 세트로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하는 그림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진진했다. 다른 책에서는 이렇게 자세하게 들을 수는 없었다. 결코 아름답지 않은 내용일지라도 인간으로서 도리를 지키며 살아야함을 알려주는 이런 그림은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윌리엄 터너의 <노예선>이 담고 있는 사실과 역사적으로 끼친 영향에 대해 알게 되었다.1781년 노예선 종(Zong) 호는 질병이 아니라 바다에 빠져 사망하게 되면 보험금 수령이 가능한 것을 알고 노예들을 바다로 던져버렸다. 하지만, 보험사는 사라진 항해일지를 문제 삼아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고, 재판을 하게 되었다. 재판 결과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고의적인 화물 파손이므로 보험금을 지불할 의무가 없고, 화물로 기재됨으로써 살인죄도 물을 수 없었다 한다. 터너는 이후에 종 호 학살 사건에 관한 정보를 얻어 <노예선>을 그렸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노을이 붉게 타는 아름다운 바다 풍경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너무나 끔찍한 장면을 담고 있었다. <노예선>은 노예 제도 폐지 운동을 수면 위로 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림이 단순히 보고 즐기는 용도가 아니라 인간의 삶에 있어서도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드가의 발레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발레리나의 모습에 아름답다라는 생각만을 했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19세기 발레리나를 바라보는 시선, 그녀들의 사회적 지위를 알게 되었을 때는 충격이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불필요한 남성들의 목적은 발레리나 중에서 한 사람을 선택해 욕망을 채우려하는 것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드가의 발레 그림이 더이상은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작품 속 발레리나들이 검은색 초크를 두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이미 소녀를 후원하는 귀족 남성이 있다는 뜻이다. 실크 모자를 쓴 남성은 검은색 초크를 하지 않은 발레리나 가운데 마음에 드는 소녀 하나를  골라 값을 치르고 자신의 거처로 데려갈 것이다. 공개적으로 성 매수를 하는 것이다. 발레리나 목에 두른 검은 색 초크는 소녀들의 인생을 옭아맨 올가미였다. -p92



 





 



신화 속 스토킹 범죄의 대상이었던 갈라테이아와 폴리페무스를 그린 그림을 만났다. 폴리페무스는 님프인 갈라테이아를 짝사랑 했다. 끊임없이 고백하고, 주위를 맴돌고 심지어 갈라테이아의 애인인 아키스를 죽여버렸다. 어이없게도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이었다. 고대인들 감성에서 한 여자를 향한 폴리페무스의 지고지순한 순정이 높은 점수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말도 안되는. 현대 사회에서 스토킹은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생각도 하기 싫을 정도로 두려운 일이다. 스토킹은 엄연한 범죄. 그것을 미화시키는 일은 없어야할 것이다. 구스타프 모로의 <갈라테이아>는 폴리페무스가 음산한 곳에 갈라테이아를 가두고 관찰하는 모습을 그려 사랑을 거부당한 폴리페무스의 짝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는데, 폴리페무스의 시선을 피하고 싶어지는 그림이다. 



 





 



지금껏 알지 못했던 불편한 진실들을 만났다. 범죄를 주제로 그림을 보니 평소와는 다른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시선의 차이,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등. 예술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광범위했다. 범죄를 다룬 그림들에 관한 글이어서였을까? 이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미술은 아름다움만을 전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실을 전할 때 더 아름다운 법이다.-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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