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평

march
- 작성일
- 2016.10.29
마리 앙투아네트
- 글쓴이
- 슈테판 츠바이크 저
동서문화사
이 책에는 마리 앙투아네트 외에 <모르는 여인의 편지>가 수록되어 있다. 1922년에 출간된 이 작품은 단편소설로써 연극화 되었고, 낭독도 되었고,1948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작품이다. 영화의 내용을 보니 소설을 많이 각색해서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싶은데,어쨌든 이 소설이 대중화 되는데는 영화의 역할이 컸던 것 같다. 어느 정도 분량이 되는 영화로 만들려면 각색이 필요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소설의 내용은 아주 단순하기 때문이다.
이름난 소설가 R은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한 통의 편지를 읽게 되는데, 편지를 읽고나면 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어떤 편지였을까? 이름 대신에 '결코 저를 모르시는 당신께'라고만 쓰여 있는 20장쯤 되는 두툼한 편지였다. '제 아이는 어제 죽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편지는 절절한 사랑이야기였다.
13살때부터 사랑하기 시작하여 아이가 죽고,자신도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에 사랑했던 남자에게 고백을 하는 편지였다. 엄마랑 단둘이 살던 소녀는 앞집으로 이사온 젊은 작가를 보는 순간부터 사랑하게 된다. 열쇠구멍으로 그가 들고 나는 것을 보고,계단을 오르내리는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남자의 모든 것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가 얼마나 많은 여인들과 관계를 가지는 지,얼마나 자유로운 영혼인지 그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다. 엄마가 재혼을 하면서 이사를 갔지만,일을 한다는 핑계로 다시 남자의 곁으로 돌아와 그의 집을 올려다보고 우연히라도 그를 만나기를 고대한다. 18살이 되었을 때 그와 사흘밤을 보내게 되고,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나서지 홀로 아이를 키운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우연히 만나게 되지만,그는 그녀에 대한 기억이 없다. 또 시간이 흘러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자신을 알고 있을까 확인을 해보지만 그에게 그녀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 여러번을 스쳐 지났지만 철저하게 그에게는 모르는 여인이었던 그녀였다.
그는 과연 그녀가 누구인지 기억해낼 수 있을까? 편지를 받은 그날은 그의 마흔 번째 생일이었다. 끝까지 다 읽고 보니 왜 생일날 편지를 받는 것으로 설정을 했을까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는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 지를 한번 생각해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몇 장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도대체 이게 무슨 사랑일까하고 화도 났다. 그녀는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항상 뒤로 물러났을까 생각해봤는데, 어리석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편지를 읽다보면 그녀의 생각에 동조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아,이런 사랑도 있는거구나'하며 설득당하게 된다. '저는','당신은' 으로 주로 쓰여져 있는 그녀의 글들이 마음을 움직인다. 편지란 형식을 빌어 한 여인의 어리숙하고도 열정적인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츠바이크의 문장들은, 그 자체로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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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