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평

march
- 작성일
- 2016.11.29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 글쓴이
- Ian Bostridge 저
바다출판사
이 책을 읽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독일어 원문 보면서 한 곡 듣고, 책 읽고, 다시 번역된 가사를 읽고... 그 과정을 24번 반복했고, 리뷰를 쓰기 전에 이언 보스트리지의 전 곡 녹음을 유튜브를 통해 들었다. 1시간 17분여의 공연을 마쳤을 때의 만족감과 아쉬움이 교차 되는 표정을 보고 나니,이 책도 어떤 맘으로 썼을까 나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이언 보스트리지는 대학에서 역사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스물아홉의 나이에 테너로 데뷔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100차례 이상 <겨울 나그네>를 공연했다는 사실은 이 가곡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그러한 이가 이 책을 써냈다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겨울 나그네>는 슈베르트(1797~1828)가 빌헬름 뮐러(1794~1827)의 시에 곡을 붙여서 탄생한 연가곡으로 24개의 곡으로 이루어져있다. 사랑에 실패한 청년이 방랑의 길을 떠나고,그 이후의 여정을 그려내고 있는 시인만큼 시는 음울하고, 곡은 무겁고 어두운 느낌이었다. (하지만,이언 보스트리지의 음색은 맑았다.)
클래식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입문자에게 <겨울 나그네>는 결코 놓칠 수 없는 레퍼토리다. 소박하지만 마음을 울리고 형언할 수 없는 것을 건드린다. 마지막 노래 <거리의 악사>가 끝나고 나면 손에 잡힐 듯한 침묵이 내려 앉는다. 바흐의 수난곡만이 불러올 수 있는 묵직한 침묵이다. 하지만 '입문자'라는 말이 왠지 목에 걸린다. 내가 이 작품에 대한 책을 보태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설명하고 옹호하고 맥락을 부여하고 예쁘게 꾸며서 <겨울 나그네>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것 말이다.
음악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곡에 대한 설명만 하고 있다면 얼마나 힘들고 지겨울까? 셋잇단음표와 부점등 악보와 연주 주법,G플랫등 전문 용어가 나올 때는 아무리 집중을 해도 이해가 안되서 문턱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너무 너무 높아진다고 느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고비를 살짝 넘기고 나니 끝없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졌다.슈베르트가 활동했던 19세기 초반의 정치적 상황과 그의 정치적 성향, 경제적인 변화등 역사의 단편들을 보여 주었다. 제13곡 우편마차편에서는 곡에 등장하는 나팔 소리와 우편마차에 관련된 이야기들,예를 들면 문학 속에서 나팔이 어떤 의미로 쓰여졌는지,우편마차는 어떻게 변화를 해왔는지등을 재밌게 들려주었다.
얼음꽃,도깨비불,환상의 태양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설명까지 곁들여 주는데,그의 해박함에 놀라웠고, 곡과 접목시켜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역사,문화,경제,문학,과학,미술 여러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여 흥미를 일으켰기에 문턱이 많이 낮아진듯 느껴졌다. 어떻게 피아노와 조화를 이루어 가는지, 각 곡을 어떻게 해석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어떻게 가져 가는지 테너로서의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저런 고민들이 따르기에 완성도 높은 곡을 들려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겨울 나그네>란 가곡을 이 책을 읽는동안 전 곡을 다 들을 수 있었다. 조금은 지루하고 긴 작업이긴 했지만, 그냥 듣기만 했을때 보다는 곡에 대한 설명 (분위기,그 곡에 쓰여진 음악적 기법등) 을 읽고,곡들 들으니 훨씬 더 감동이 커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림이든 음악이든 그냥 즐기는 것도 좋지만, 작품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보고 듣는다면 조금은 더 풍부한 감동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24개 곡 앞에는 각각 번역된 가사가 실려있다.>
<제 14곡 백발 - 백발에 대한 재밌는 에피소드들을 실었다.
타이타닉에 승선했다 살아남은 승무원의 난파전 사진과 사고후 6개월 후의 모습>
< 제 15곡 까마귀 -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숲속의 추격병-그루터기에 까마귀가 앉아 있다.
겨울 나그네의 느낌과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그림은 절묘하게 어울린다.
프리드리히의 그림을 몇 점 더 만날 수 있다.>
<24곡이 마무리 되고나면 전곡의 독일어 원문이 소개 되어있다.
번역문과 원문이 분리되어 있어서 곡들 들으면서 읽기엔 좀 불편했다.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했던 것이 쪼끔은 도움이 되는 즐거운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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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