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일기
트리플
- 작성일
- 2014.9.30
논픽션 다이어리
- 감독
- 정윤석
- 제작 / 장르
- 한국
- 개봉일
- 2014년 7월 17일
불과 이십 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1994년 지존파 연쇄살인사건을 맞딱뜨린 한국사회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이상했다. 그 사건으로부터 악의 근원을 갑론을박하는 TV 토론프로그램 속 전문가들의 황당한 언사들은 정말이지 경악스럽다. 일 년 만에 살인자 전부를 사형시켰으니 너나없이 당황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지금에 와서 그 일을 다시 생각해보면 어떨까? 자, 영화는 지존파 연쇄살인사건을 앞에 두고 같은 해 성수대교 붕괴와 다음 해 삼풍백화점 붕괴를 연이어 조명하며 21세기 한국사회의 비극을 향해 렌즈를 넓혀간다.
정윤석 감독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수많은 비극의 씨앗을 90년대에서 찾는다. 거듭 말하지만 불과 이십 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우리는 알 수 있다. 아니, 알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양면성이 사적인 원한이나 동기에 따른 살인보다 더 무시무시한 죽음을 양산한다는 사실을. 사회의 문제를 개인의 악행으로 가두는 일이 반복되는 가운데 우리는 여전히 사회적 불행에 무력하다. 2014년, 우리는 엄청난 죽음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일어난 그 일은 또다시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보지 않으려 해도 볼 수밖에 없는, 듣지 않으려 해도 들을 수밖에 없는. 실패의 역사가 감독의 바람대로 "현재를 반영할 수 있는 거울"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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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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