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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do08
- 작성일
- 2013.8.23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
- 글쓴이
- 윌리엄 패트릭 외 1명
민음사
21p 고립감을 느끼면 사고의 능력도 손상을 받는다.
22p 사회적 유대감과 단절감은 우리의 행동만이 아니라 우리의 몸 자체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24p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다른 어떤 사람만큼이나 사회적으로 잘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외로움을 탄다는 것이 사교성의 부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외로움은 원래 가진 사교성을 억누를 때 문제가 생긴다.
26p 더구나 인간은 유대감이 충족될 때 기분이 좋을 뿐 아니라 안전하게 느끼도록 진화했다. 이것이 이 책의 핵심 주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필연적 결과는 인간은 고립에 처하면 기분이 나빠질뿐더러 신체적인 위협을 당했을 때처럼 불안감도 느끼도록 진화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감정이 일어나면 사회 인지가 손상된다.
28p 어쩌면 그 상대방이 냉담하거나 자아도취적일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그의 유전자와 인생 체험 때문에 욕구의 수준이 다를 수 있다. 다시 말해 욕구의 수준이 낮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요점은 서로 상대방을 탁하기보다는 성격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파트너는 상대방이 '까다롭다'거나 '요구가 지나치다'거나 '뭔가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도록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면 파트너에게서 더욱 멀어져 이미 외로움을 느끼는 파트너는 더구 더 무시 당한다고 느끼며 소외된다.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불행의 심연으로 계속 빠져드는 것이다.
37p 개인 성격의 가장 기본적인 면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환경에 추가된 유전자가 아니라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유전자다. 외로움에서 유전자의 영향이란 무엇을 말할까? 특정 개인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사회적 유대감을 더 많이 필요로 하거나 그런 유대감이 없는 상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실제로 한 사람이 한순간이든 평생이든 외로움을 느끼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문제는 그 개인이 처한 사회적 환경에 좌우된다. 또 역으로 그 환경은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포함해 수많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74p 사고와 행동 모두를 혼란시킬 정도로 자기 조절 능력을 떨어뜨릴 힘을 가진 것은 단 한가지다. 이 불길한 힘은 인류 역사 초기와 각 개인의 어린 시절에서 기인하는 두려움이다. 그 불가항력적인 두려움은 '속수무책으로 위태롭게 홀로 있다.'는 느낌이 자아내는 공포다.
78p 홉스는 『리바이선(Leviathan)』에서 규제되지 않은 자연 상태의 삶은 "외롭고 빈곤하며, 더럽고, 야만적이며, 짧다(Solitary, poor, nasty, brutish, and short.)"라고 했다.
79p 하나의 종으로서 인간의 발전을 이끈 힘은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잔혹함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협력하는 능력이었다.
92p 자기 조절의 불능화, 신뢰의 추락,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 탐욕, 배반, 살인 같은 문제는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복잡한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큰 뇌, 그리고 그런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외로움의 고통을 피하려는 욕구가 생존을 더욱 유리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사회 친화적인 인간의 특징이 소수를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에게서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외로움을 견디기 어려워하고 다른 사람과 애착 관계를 맺으려는 욕구가 보편화되면서 '환경적으로 안정된 적응'이 생겨났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연합, 신의, 사회적 협력, 상호 보호, 관심에 의존하는 상태를 말한다. 적어도 인간 사회 내부에서는 그런 규칙을 따르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해졌다. 그러면서 사회적 소외감이 더욱 두렵고 파멸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109p 사람들은 고립감과 외로움의 고통을 스스로 조절하는 과정에서 인지력을 잘못 사용하기 쉽다. 그들은 자신이 외부 세계에 보이고 싶어 하는 방식으로 자기 삶을 꾸려 간다. 거짓 인격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기기만'을 말한다. 그런 쪽으로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때로는 스스로 이렇게 말하게 된다. "내가 그렇다면 그런거야." 그러나 아무리 부인하더라도 결국 외로움의 생리적, 심리적 효과는 자신에게 큰 해를 끼치게 마련이다.
109p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회적 만족도를 높여 자신을 좀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바꾸고 싶다면 보편적 요소를 이해하면 도움이 된다. 그 보편적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자아'다. 심리학자 웬디 가드너와 메릴린 브루어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을 묘사하는 방식을 조사했다. 그들은 자기 묘사가 다음의 세 가지 기본 집합체로 나눠진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1. 개인적 또는 일신상의 자아 : 다른 사람과 연관 짓지 않은 개인적 특성으로만 파악하는 자신을 말한다.
2. 사회적 또는 상관적 자아 : 배우자, 자녀, 친구, 이웃 등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바라보는 자신을 말한다.
3. 집단적 자아 : 특정 민족의 일원, 특정 국가의 국민, 특정 직장이나 단체의 일원, 특정 스포츠 팀의 팬으로서 보는 자신을 말한다.
117p 인자 분석(factor analysis) 결과는 외로움과 우울증이 사실상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 외로움은 유대감을 가지려는 욕구를 일으키는 동시에 위협을 당한다는 느낌과 두려움도 유발한다. 그런 느낌이 강해지면 다른 사람을 비판적으로 대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외로움은 자신의 대인 관계에서 갖는 느낌을 반영한다. 반면 우울증은 자신의 느낌 그 자체만 반영할 뿐이다.
121p 상호 연관성을 확인하고 인과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본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는 횡단적 분석(cross-sectional study)이다.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끌어모은 뒤 단일 시점에서 다양한 변수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종단적 분석)longitudinal study)이다. 특정 부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기간의 조사로 특정 변수를 반복 측정하는 방법이다. 셋째는 임의 지정(random assignment)과 실험적 조작(experimental manipulation)이다. 대상을 무작위로 선정해 실험을 의도대로 이끌어 나가는 방법을 말한다.
132p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낸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자주 상호 교류를 하는지와 같은 양적 수준은 외로움을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실제로 외로움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은 질적 수준이었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주관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중요했다.
137p 엄격히 정해진 한계에 머무는 표준을 호메오스타시스(homeostasis, 항상성)라고 한다. 신체 내부의 체온과 화학적 성분 등이 평행을 유지, 조절하는 과정을 알로스타시스(allostasis)라고 한다.
143p 우리가 겪은 일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느냐 아니면 유익한 경험으로 인식하느냐가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의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도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적절한 한도 내에서 관리가 가능한 스트레스는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고 의욕을 북돋우며 더욱 민첩해지도록 자극을 가한다. 그러나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기운 나게 하는 도전으로 여기지 않는다. 외로운 사람은 스트레스를 기운 나게 하는 도전으로 여기지 않는다. 외로운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현실을 인정하고 낙관적으로 받아들이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회피하려 든다. 상황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그냥 버티는 식으로 소극적 대응을 한다는 이야기다.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지만 겉으로는 쓴웃음을 지으며 감내하면 아주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의 연구에서 젊은이의 경우 외로움이 깊을수록 스트레스를 받을 때 더욱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마찬가지로 외로움이 깊을수록 다른 사람들로부터 정서적이거나 실질적인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157p 그러나 사실 정신 그 자체가 육체다. 그리고 뇌 부위에만 제한된 정신 활동은 거의 없다.
162p 우리 인간은 호감이 별로 가지 않는 사람들도 모방하는 경향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서로 라포르(rapport)가 잘 형성된 사람끼리는 자세와 행동 면에서 가장 많이 일치하는 경향을 보인다. '모방은 가장 성실한 아첨이다.'라는 격언이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신의 행동이 모방당하는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다고 해도 모방한 상대를 좋게 평가한다. ... 그리고 일반적으로 상대방과 친분을 맺고 싶은 욕구가 강할 때 상대방의 행동을 더 많이 모방하는 경향을 보인다.
165p 갓난아기는 엄마의 피부와 접촉하면 평온함을 느낀다. 엄마와 자신이 실제로 하나의 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면 시간이 한참 지나야 한다.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의 이런 간극을 메우는 일이 우리 인간의 평생의 과제다. 독립하려는 욕구와 친밀한 유대감의 안락을 바라는 욕구 사이의 갈등을 말한다. 그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데는 자기 조절이 중요하다. 우리의 외로움 경험에서 핵심을 이루는 자신과 타인 사이의 균형 잡기와 조율은 우리 몸 안의 모든 세포에 반영되어 있다. 모든 세포가 우리 진화의 역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171p 그 다음 수백만 년에 걸쳐 척수동물의 뇌에서는 척구 끝에 위치한 신경 세포 덩어리에 더 많은 신경 세포가 모였다. 이것이 고등 동물의 뇌간(brain stem)을 형성했다. 이 부분은 파충류에서 처음 생겨났기 때문에 때로는 파충류 뇌로 불린다. 가장 바깥 층에 있으며 나중에 포유류의 더욱 정교한 뇌로 발전한 부분이 피질(cortex)이다. 때로 이 부위를 신포유류뇌라고 한다. 제일 나중에 '새로운' 피질이 발달 했는데, 바로 고도로 발달한 전전두엽(prefrontal lobe)이다. 더욱 복잡한 메시지와 기호 메시지 또는 '음미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체계화하고 해석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뇌 부위다. ... 여기에는 외로움이 유발하는 문제도 포함된다. 운영 체제가 복수이기 때문에 정반대의 메시지를 동시에 처리하게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포유류로 올라가는 동물적인 뇌간, 때때로 이성적인 피질, 그 중간의 감성적 뇌의 세 가지 사이에서 기이한 제휴가 형성되면 외로운 사람이 실제로는 사랑하는 사람이 안기고 싶은데도 까닭없이 그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게 된다.
185p 첫째, 인간의 놔외 신체의 나머지 부분은 분리할 수 없는 유기 조직체를 구성한다. 그 조직체느 내분비 체계, 면역 체계, 자율신경 체계를 포함해 상호 작용하는 생화학 회로와 신경 조절 회로로 통합되어 있다. 둘째, 그 유기 조직체는 전체가 하나로서 환경과 상호 작용한다. 뇌나 신체가 단독으로 환경과 상호 작용하지 않는다. 셋째, 우리가 마음(정신)이라고 부르는 생리적인 작용은 뇌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뇌와 신체의 구조적, 기능적 일체에서 비롯된다. 정신적 현상은 특정한 환경에서 유기 조직체 내부의 상호 작용이라는 맥락 안에서만이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그 환경이 부분적으로는 유기 조직체의 활동 자체에서 비롯된 산물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상호작용의 복잡성을 잘 말해준다.
186p 1906년 젊은 생리확자 헨리 데일은 모든 포유류의 수유 능력과 관련이 있는 단백질(펩티드)을 처음 분리해 냈다. 옥시토시이라는 그 물질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며 젖 분비 외에 분만을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 후속 연구에서 옥시토신은 사회적 유대감의 주된 화학 물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 안아 주거나 등을 쓰다듬어 주는 행위 같은 육체적인 표현은 접촉되는 부위의 옥시토신 수치를 높여 준다.
187p 몸 속에 있는 대다수 화학 물질이 그렇듯이 옥시토신에도 '길항 물질'이 있다. 상반되는 작용을 통한 조절 기능을 가진 화학 물질을 말한다. 우주선의 로켓이 분사와 제어를 반복해 항로를 조정하듯이 이 두가지 물질이 화학적 상호 작용을 통해 동물의 행동을 조절한다. 옥시토신의 길항 물질은 바소프레신이다. 전반적으로 사회적 유대감에 기여하며 수컷의 경우 다른 수컷에 대한 공격성을 자극한다. 실험실 쥐에게 바소프레신을 주사하면 자기 새끼가 아닌 다른 어린 쥐를 포함해 모든 낯선 쥐를 두려워한다. 반면 옥시토신은 다른 쥐에게 접근하지 않으려는 일반적인 억압 감정을 짓눌러 버린다. ... 옥시토신은 마음을 진정시킴으로써 사회적 조절을 돕는다. ...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따뜻하게 꼭 껴안아 주는 행동"이라고 말하면 회의론자들은 비웃을지 모른다. 하지만 더 많이 안아 주고 체벌은 더 적게 하면 모든 종류의 반사회적 행동이 줄어든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190p 옥시토신의 영향을 받는 뇌 부위는 편도체와 시상 하부, 그리고 뇌간으로, 주로 혈압, 맥박, 민첩성, 움직임, 느낌 등을 관장한다. 뇌와 척수에서 자율신경계와 고통을 감지하는 부분은 같은 신경이 연결한다. 그 때문에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하는 반응은 우리의 신체적 안전과 편안함만이 아니라 사고방식의 여러 면까지도 향상시킬 수 있다.
191p 외로움은 고통을 주고, 스트레스 수준을 높여 주며, 면역 기능을 방해하고, 인지 기능을 손상시킨다. 그와 대조적으로 옥시토신은 스트레스 반응을 줄여주고, 고통을 누그러뜨리며, 주의 집중력을 높여 준다.
193p 소화 기관의 내벽도 피부와 발육적인 뿌리가 같다. 따라서 음식물을 먹으면 소화 기관의 내벽에 마사지 효과를 가져와 옥시토신의 분비가 촉진된다. 따라서 어떤 음식이든 어느 정도는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해 준다. 특히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면 스트레스 해소에 그만이다. 외로움을 느낄 때 과식할 가능성이 큰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실행 조절 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음식물이 몸속에 들어오면 실제로 기분이 나아지기 때문이다.
205p 다른 사람의 생각과 느낌,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을 '마음 이론'이라고 한다. 그런 능력은 인간이 만 두 살정도가 되면서 발달한다. 거울을 보고 자신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따라서 자기 인식과 다른 사람의 느낌이나 의도를 이해하는 능력은 밀접한 관게에 있다.
207p 원숭이들이 땅콩을 쥐는 것 같은 특정 행동을 할 때 F5라고 불리는 전운동 피질 부위의 활동이 증가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예상치 못한 점을 발견했다. 한 연구원이 원숭이에게 주려고 땅콩을 집어들었을 때도 원숭이 뇌에서 같은 부위가 활성화됐다. 원숭이 자신이 땅콩을 집어 들 때와 똑같았다. 마찬가지로 원숭이 자신이 땅콩을 먹을 때 활성화하는 뇌 부위와, 연구원이 땅콩을 먹는 모습을 원숭이가 볼 때 활성화하는 뇌 부위가 일치했다. ... 리졸라티는 이런 구조를 '거울신경세포(mirror neuron)라고 불렀다. 그 부위는 행동의 핵심 부분이 다른 물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을 때도 활성화했다.
212p fMRI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다른 사람을 생각할 때, 또는 사회적 관계를 이해하려고 할 때 뇌의 내측 전전두 피질, 후부 상측두 고랑, 측두정엽 부위가 활성화한다. 과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후부 상측두 고랑의 활동이 증가할수록 이타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발견했다. 뇌의 이 부위는 인간 능력의 인식에서 주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의 개인적 경험을 의미 있는 이야기로 통합시키는 능력이 있다. 따라서 이타주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이해하려고 하는 데서 생겨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타주의는 인간의 능력이나 책임에 관해 우리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220p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기분 좋은 사람의 사진을 볼 대 즐거움을 주는 사물의 사진을 볼 때 보다 복측 선조체의 활동이 더욱 활발했다. 복측 선조체는 뇌의 보상 센터(reward center)로 알려져 있다. 그들에게는 다른 사람의 긍정적 이미지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바로 이 기쁨을 관장하는 특정 뇌 부위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감정의 상승이 일어났다. 반면 외로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긍정적 이미지를 봤을 때 그렇지 않았다. 행복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때 그들의 복측 선조체 활동은 꽃 사진을 봤을 때 보다 오히려 약간 미약했다. 이런 결과는 외로운 사람들이 긍정적 사교활동에서 얻는 기쁨이 외롭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적다고 스스로 인정한 사실과 일치한다. ... 외로움을 느끼면 사회적인 위험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과 느낌에 대한 진정한 우려보다는 자신의 보호에 치중한다는 의미다. 긍정적인 사교 활동에서 얻는 기쁨이 적은 데다가 사회적 상황에서 실제이든 가상이든 윟벼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편협한 시각이 더해지면 결과는 불행할 수 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미숙한 반응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의 고립감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224p 공감에서 네 가지 기본적인 요소, 첫째는 공동으로 갖는 감정, 둘째는 다른 사람이 자신과 별개라는 인식, 셋째는 그런데도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정신적 적응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적절한 반응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정서적 자기 조절력이다.
236p 만성적으로 외로움 수준이 높은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스스로 외부 환경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그런 비관적인 생각에다 언제나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느낌이 더해지면서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 내면으로 침잠한다. ... 외로움은 사회적 회피성이 높고 사회적 접근성이 낮은 전략을 유발한다. 이런 사교 전략은 외로움을 지속시킨다. 외로움이 유도한 냉소적인 세계관은 소외와 불신으로 이어져 실제로 사회적 배척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 여러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그래서 외롭다는 느낌은 '자기 충족적 예언'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주관적인 판단의 배척감을 오래 유지하면 실제로 주변으로부터 배척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263p "사람들이 기준을 공유하고, 그 중 일부가 그 기준을 무시한 사람을 비공식적으로 제재할 도덕적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사회가 가장 이상적이다."
274p 유인원 연구에서 얻어지는 단순한 교훈은 사회적 유대감에서 생겨난 상호 이타주의가 폭넓게 작용할 수록 건강, 부, 행복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특히 인간은 이런 적응에서 다른 유인원을 훨씬 능가한다. 진화생물학자 마르틴 노바크는 사회적 협력의 다섯 가지 차원을 이렇게 정의했다.
- 혈연선택(kin selection) : "형제 두 명과 사촌 여덟 명을 구해야 한다면 강에 뛰어들겠다."
- 직접 호혜주의(direct reciprocity) : "내 등을 긁어 주면 네 등을 긁어 주겠다."
- 간접 호혜주의(indirect reciprocity) : "좋은 평판을 얻으려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겠다. 그러면 다른 사람이 보답을 하게 된다."
- 네트워크 호혜주의(network reciprocity) : "구성원들이 서로 돕는 협력 네트워크에서 배제되지 않으려고 다른 사람을 돕겠다."
- 집단 선택(group selection) : "협력자들로 구성된 집단이 반대자들로 구성된 집단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288p 외로움에 내포된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친절하고 너그러운 행동은 사회적 수용과 건전한 유대감으로 이어지지만 이기적인 반사회적 행동은 건강을 해치고 사회적 고립이라는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290p 외로움은 실행 제어와 자기 조절 기능을 손상시켜 충동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을 촉발하며, 목적의식을 갖고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그 결과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고 때로는 우울증을 앓게 된다. ... 외로움은 자기 조절과 실행 제어 기능을 마비시켜 자제력과 인내력을 저하시킨다. 그렇게 되면 인지와 공감능력이 떨어져 사회적 조절에 기여하는 다른 지각 능력도 타격을 받는다. 여기에는 사회적 동기화의 주고받음에 관한 인식, 적절하게 계산된 복종과 지배, 화해, 사회적 제재, 동명 결성 등의 능력이 포함된다.
292p 3년의 기간에 걸쳐 어떤 요인이 개인의 행복 수준 변화를 예측하는 잣대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종단적 분석을 실시했다. 발견된 요인은 다음 세 가지 였다.
1. 사회적 유대감 : 외로움의 수준이 낮을 수록 가께 소득이 행복 수준이 높아지며 행복 수준이 높을 수록 나중에 외로움을 느낄 확률이 낮아진다.
2. 가계 소득 : 가계 소득이 더 높아진다고 해서 나중의 행복 수준이 더 높아지지는 않았다. 다시 말해 높은 소득이 행복 수준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행복 수준이 높을수록 나중의 소득이 더 높아졌다. 아울로 행복은 부분적으로 외로움의 수준을 낮춰 나중에는 더 높은 소득으로 이어졌다.
3. 나이 : 나이가 많으면 불행하다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더 행복해진다. 두 가지 이유, 첫째, 감정 반응, 특히 부정적 반응을 관장하는 뇌 부위인 편도체가 시간이 갈수록 부정적 자극에 덜 민감해지는 듯하다. 그 결과 일반적으로 나이 든 사람은 예전에 신경을 많이 쓰던 잠재적인 위협에 경계를 늦추게 된다. 둘째, 나이가 많을 수록 쓸데 없는 일에 낭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삶의 측면, 즉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297p 자발적이고 부담 없는 시너지 효과가 참된 사회적 삶이다. 사회적 유대 안에서 안전하다고 느끼면 편견이나 부당한 기대 없이 서로 잘 사랑갈 수 있다. 긴장을 풀면서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 전체의 움직임에 쉽게 맞출 수 있다. 내가 배제당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원시적이고 방어적인 '투쟁-도피' 매커니즘이 쉽게 작동하지 않는다. 그런 불안감에서 해방되면 우리는 새로 시작하는 대인 관게가 바람직할지 아니면 불행으로의 초대인지 좀 더 자신 있게 판단할 수 있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좀 더 침착하게 대응하면 더 나은 선택이 가능해진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우리의 더 넓은 사회적 환경을 개선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301p 호스피스 간호사처럼 선의와 친밀함, 보살핌을 베푼 결과로 갖게 되는 기분 좋은 느낌, 다시 말해 '축복'을 받는다는 느낌이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다. 하지만 봉사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낯선 사람을 도울 때도 똑같은 행복감에 도취될 수 있다.
306p 다시 말하지만 외로움 자체는 병이 아니다. 때때로 외로움을 타는 것은 우리가 때때로 허기와 갈증을 느끼는 현상과 다르지 않다. 인간이면 당연히 그렇다. 다만 이런 신호가 올 때 장기적인 만족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일이 중요하다. 더구나 외로움을 치료하는 문제라면 인지와 행동의 변화만큼 좋은 약이 없다. ... 외로움은 인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많이 의지하는지 상기 시켜 주는 신호이자 그런 면이 부족하다는 경고다. 긍정적인 심리 조절이 우리의 유대감을 강하게 만들어 주고 행복감을 준다. ... 학자들은 외로움의 수준이 낮은 사람을 두고 "사회적으로 재능이 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이 재능은 다른 사람과 나눌수록 상승효과가 있다. ... 외로움을 덜 타는 사람들의 가장 흔한 특징은 순간순간에 적합한 진정한 사회적 상호 작용이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제 3의 적응 방식'을 최대한 활용한다. 사회적 상황과 관계르 자유롭게 찾아내고 충분히 기여한다. 그들은 무슨 모임에 참석하든 마음의 앙금이나 불쾌한 행동으로 분위기를 망치지 않고 오히려 전체 분위기를 띄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반드시 말을 많이 하거나 앞에서 이끌지는 않는다. 그들은 앞에 나가서 발언을 하거나 이끌고 싶어 하는 사람을 뒤에서 조용히 밀어 주는 편에 속한다. 모호한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선의로 해석하려 한다.
309p 외로움의 심한 고통을 겪는 사람은 자신의 존재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먹어서 채워야 하는 '배고픔'에 비유할 만하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가장 넘기 힘든 개념적 장애물은 그러한 배고픔이 '먹는 데'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결코 충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보다는 우리 자신이 처한 상황이 주는 고통에서 충분한 시간 동안 물러나 다른 사람을 '느끼는 일'이 필요하다. ... 자신의 고통에서 물러나 앉아 다른 사람에게 손을 뻗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요구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성공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작은 발걸음과 겸허한 기대로 시작되지 않는가?
311p 외로움의 고통이 유발하는 좁은 관점에서 보면 "나를 먼저 먹여 달라! 나를 보살펴 달라!"라는 쪽이 훨씬 이치에 맞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런 방식은 효과가 없다. 자기 조절이 되지 않고 역효과를 내는 반응일 뿐이다. ... '나를 먼저 먹여 달라.'는 방식이 효과가 있다는 희망을 떨쳐 버리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악갼의 긍정적인 강화와 약간의 '헬퍼스 하이'를 통해 저항을 극복하는 동시에 관점을 기꺼이 바꾸면 보상이 크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316p 치료의 첫단계는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면 문제가 심각하며 해롭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 치료의 그 다음 단계는 그런 생각이나 믿음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 본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실제로 쓰레기에 불과한가"라고 되묻는 식이다. 머리속에서 반복되는 말이 진실이 아니라 현실을 크게 왜곡한 생각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당연히 그런 생각을 고치게 된다. 그다음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는 시점을 정확히 알아 그 즉시 차단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317p 라인홀드 니버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인간은 이깆거인 충동과 그렇지 않은 충동 모두를 타고나지만 인간의 이성이 자기 초월능력을 부여한다."라고 말했다. 자기 초월은 우리가 서로 유대감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각자가 추구하는 목표다.
사회적 유대감을 갖는 간단한 방법 EASE
E(Extend Yourself : 다른 사람에게 손 내밀기) : 식료품점이나 도서관에서 간단한 대화롤 실험을 시작해 보자.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무조건 기대를 품어서는 안 된다. ... 당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수만 가지 요인이 그 사람의 기분과 반응에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이런 새로운 행위를 연습할 때는 마음대로 추정하지 말고 목표와 기대치를 낮게 잡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이 마음을 열 때마다 반드시 인간적인 교감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또 그런 교감을 얻는다고 해서 반드시 절친한 친구를 얻었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 긍정적인 느낌을 갖기 시작하면서 변화의 욕구가 커지는 동시에 자신감이 생기고 자기 조절 능력이 강화된다.
A(Action plan : 구체적인 행동 계획) :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과 기대와 행동을 바꾸면, 우리가 처한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인식하기만 해도 놀라울 저도로 강한 힘이 생긴다. 특히 자기 조절 기능을 유지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에서 큰 효과를 낸다. 둘째, 자신의 사회적 에너지를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문제에서 스스로 재량권을 갖는다는 사실만 인식해도 조절력이 저절로 생긴다. ... 그 목표는 우리가 진정으로 다른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고 그와 의미 있게 교류하는 능력과 의지지를 갖추기 위해 우리 내면을 다지는 일이다. ...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관계는 착취가 아닌 자발적인 주고받기에서 비롯된다. ...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그냥 인간이 되는 것이다. ... 가장 바람직한 적응 모델은 현실적인 기대, 경계심을 유발하는 조짐을 포함한 사회적 단서의 정확한 인식, 그리고 원하는 행동의 종류와 수에 관한 현실적 판단과 결합된 포용력이다.
S(Selection : 선택) : 외로움은 사회적 관계의 양이 아니라 질로 해결해야 한다. ... 인간관계는 반드시 상호적이라야 하며, 양측 모두에 비슷한 수준의 친밀도와 강도가 필요하다.
E(Expect the Best : 최선을 기대하기) : 우리 자시느이 변화를 주변 세계가 인지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두려움과 좌절 때문에 우리는 다시금 외로움이 유발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으로 탈선하기 쉽다. 그럴 때 다른 사람드레게 도움을 주는 행동으로 작은 생리 화학적 보상을 얻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 다시 본궤도로 올라설 수 있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독단적인 행동을 포기하면 일시적으로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사람들이 방어 기제에 집착하는 이유는 방어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방어적 행동으로 얻어지는 일시적 '보호'는 장기적으로 큰 대가를 치른다.
328p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갖거나 그들에게 긍정적으로 보이려 할 때 그 감정을 반드시 말로 표현할 필요는 없다. 대신 옥시토신의 위력을 최대한 활용하자. 언쟁은 냉담함과 분노를 일으킬 뿐이다. 이로써 더 큰 언쟁으로 이어지고 냉담과 분노는 더 커진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 때도 말없이 손을 잡아준다든가 아무리 유치하다고 해도 퐁을 해 주면 악순환의 고리가 저절로 끊어질 수 있다.
사적인 일이든 공적인 일이든, 사회적 고립감에 시달리는 사람을 돕고자 할 때는 다음 두 가지 사안을 추가적으로 명심하자.
- 이면의 현실을 직시하라. 친구나 배우자의 불쾌한 행동 대부분은 이 세상에서 안전하지 못하다는 느낌으로 일어나는 '투쟁-도피'반응의 결과다. 논쟁으로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 그 틀에서 벗어나 왜곡된 인지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는 편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때로는 그 노력 자체가 더 큰 저항을 부른다. 가장 효과적인 방책은 낙담과 두려움 같은 상대방의 원초적 감정에 직접 다가서는 것이다. 종종 우리 인간은 원초적인 감정과 이전의 기대를 합리화하려고 논리를 동원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안전하게 느끼도록 최선을 다하라. 논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위협을 느낄 때도 마찬가지다. 안전하지 못하다는 느낌은 대부분 깊이 내재된 피해 의식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안전한 울타리 안에 있다고 느끼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배우자나 자녀, 애인이 그런 위협을 느낀다면 먼저 나의 사랑이 확고하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노력하다보면 물론 바로 지금의 전투에서 항복을 선언한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궁극적인 승리가 보장된다. ... 친구 사이의 우정이나 부부 사이의 애정이 완벽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 자신을 뛰어넘어 손을 내뻗으면 그 차선은 가능하다. 힘겨운 노력과 인내가 요구될지언정 풍요롭고 만족스러운 사회적 유대감을 맛볼 수 있다.
343p 우리가 인간적 접촉의 대안으로 애완동물과 컴퓨터에 빠져드는 현상을 일컫어 준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라고 한다. ... 연구에 따르면 다른 사람들에게 거부를 당하면 애완동물을 의인화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 외로움의 수준을 불문하고 거의 비슷한 대답이 나왔다. 그러나 한 가지에서 차이가 났다. 외로움의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우주 물체가 인간적인 특성을 갖는다고 보는 경향이 강했다.
347p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이 직접 대면할 때는 그보다 훨씬 많은 무의식적 단서와 신호를 통해 서로 소통한다. 말과 제스처만이 아니라 신체의 화학적 반응, 보디랭귀지, 행위적 의미, 흉내 등 여러 신호가 동원된다. 유대감 형성에서는 몸이 먼저다. 몸을 배제하면 상호 관계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면대면으로 만나기가 불가능할 때는 간단히 전화 통화를 하거나, 인스턴트 메시지를 보내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바라봄으로써 갈망을 만족시키려 한다. 이러한 행위를 사회적 간식(Social snaking)이라고 한다. 하지만 간식은 말 그대로 진정한 식사가 아니다.
348p 인터넷 사용이 늘어날수록 사회적 고립감만이 아니라 우울증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만남의 물리적, 신체적 맥락이 없는 전자 통신의 추상적인 성격이 그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애완동물이나 온라인 친구, 심지어 신과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행동은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방식이 필수인 인간에게 그 강렬한 욕구를 채우려는 고매한 노력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대리 만족일 뿐 실체의 부재를 완전히 채워 주지는 못한다. 서로가 단절된 문화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피상적으로 졉촉하는 사람에게도 마음을 열어 함께 나누려는 노력이 그만큼 더 절실하다.
인간의 외로움에 대한 사회신경과학, 진화심리학, 뇌과학의 연구를 모은 결정판이다. 인간이 왜 외로움을 느끼는지,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우리의 신체와 정신에 가져오는 영향력에 대하여 다양한 실험을 바탕으로 기술하고 있다. 마치 논문 모음집처럼 방대한 양의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놓은 책이라,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다소 딱딱하고 재미 없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인간이 가진 외로움에 대하여 이처럼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기술한 책을 이전에는 보지 못했다.
책의 말미에는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간단한 방법 또한 제시하고 있으며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기술하는 등, 연구 결과를 종합해 놓은 수준을 넘어서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작가의 말대로 외로움은 병이 아니다. 그러나 외로움은 우리의 신체와 정신을 손상시키고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인지하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책을 통하여 외로움에 대한 충분한 지적 배경을 쌓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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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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