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습관

들꽃향기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0.10.5
▨ 조카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모바일 책 기프트권을 갖고 행복한 맘과 가벼운 발걸음으로 서점을 향해 갔다. 이 날(10월 3일) 총 6권을 장만했고, 그중 한 권 고려왕조 실록은 남편을 위한 책 그렇다고 남편만 읽을 책은 아니지만 남편에게 먼저 읽으라고 권하는 책이다. 5권 중 무얼 먼저 읽을까 고민하다 책 표지와 제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와 첫 번째로 당첨된 책이다.(표지가 구매한 책과 다르다)


잠들기 전 조금만 읽어야지 하고 책을 폈다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결국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이미 시간은 새벽 3시를 달리고 있었다. 책 표지는 한지 느낌과 질감이었으며 옛 서책을 엮어 놓은 듯해서 고서를 읽는 느낌이었다.
▨ 책 속 이야기
『책과 노니는 집』은 서학이 들어도고 천주교가 탄압을 받던 조선조 말 전문 필사쟁이 아버지로 둔 장이라는 아이의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천주학 책을 필사한 것 때문에 천주쟁이로 몰려 매를 맞아 죽은 뒤 책방의 심부름꾼에서 전문 필사쟁이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한 아이의 눈을 통해 그 시대상을 잔잔하게 정밀하게 그리고 있다.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어서 인지 역사적 사실을 강하게 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역사를 배운 5학년 이상의 어린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될 수 있도록 이야기는 전개된다. 중간중간 그려진 동양화도 책을 보는 묘미를 더해 준다. 『책과 노니는 집』을 단숨에 읽게 된 것은 첫째 이야기가 재미있다. 둘째 내가 꿈꾸는 책방 이야기가 책 속에 들어 있었다.
은퇴 후 난 책방 주인을 하며 책을 벗 삼아 생을 마감하고 싶다. 현실적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책방 이야기를 요즘 심 심잖게 듣고 있다. 대형서점과 온라인에 맞설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일을 하고 싶다. 우리 집 사람들은 집에 머물러 있는 책들을 보며 조금씩 정리하라고 하지만, 홍 교리처럼 만권의 책을 쌓아두어도 둘 수만 있다면 그리하고 싶다. 우리 집에 책은 들어와도 다시 나가는 책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난 빌려 보는 책보다는 사들이는 책이 더 많다. 서가에 책이 쌓여 있으면 곳간에 양식이 많이 쌓여 부자 인양 그리 가난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요즘은 전에 사둔 책들을 재독을 하며 다시 생각하는 책들도 있다. 그러니 내가 어찌 너희들을 쌓아두지 않은 수 있겠니.
▨ 책 속 문장들
"책방 어른 때문에 아버지가 이렇게 된 거잖아요. 책방 어른이 아버지더러 천주학 책을 베끼라고 시킨 거잖아요. 그래 놓고 왜 도망가요? 왜 아버지만…… 죄 없는 아버지만……."
"책방 어른이 계셨어도 마찬가지다. 그분도 이 아비까지 잡혀갈 줄은 몰랐을 게다. 어차피 양반 세상이니 우리 같은 상놈은 큰 잘못 없어도 재수 없으면 끌려가 매질 당할 수 있……쿨럭쿨럭……." (p13)
"네가 상대하는 손님들은 행세하는 집안에 글깨나 읽는 양반 선비들이다. 손님을 찾아갈 때, 매무새도 단정히 하고 함부로 입을 놀려 귀찮게 하지 말거라. 넌 주막거리에서 술 심부름하는 아이가 아니다. 네가 하는 일은 지식을 배달하는 일이야. 값진 일이다. 명심해야 한다."(p23)

도리원(복숭아꽃 오얏꽃 핀 동산) 장이와 낙심이 만남
"훌륭한 선비님들은 『논어』나『맹자』가 재미납니까? 전 들여다보면 잠만 오고, 봐도 봐도 뭔 소린지 모르겠는데 책방에 서는 그 책이 가장 많이 나갑니다."
"난 훌륭한 선비가 아니라 그런 책은 어렵고 재미없다. 다만 재미는 없어도 곱씹고 새겨들은 말은 있지."
"어렵고 재미없어도 걱정 마라. 내가 아둔해서 그런 것이 아니니. 어려운 글도 반복해 읽고, 살면서 그 뜻을 헤아려 보면 '아, 그게 이 뜻이었구나!' 하며 무릎을 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어려운 책의 깊고 담백한 맛을 알게 되지." (p53)
"간밤에는 무슨 이야기를 쓰셨어요?"
"우리에겐 밥이 될 이야기,
누군가에겐 동무가 될 이야기,
그리고 또 나중에 우리 부자에게 손바닥만 한 책방을 열어 줄 이야기를 썼지." (p75)
"장아, 아비는 책방을 꾸미려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약 값으로 헐고 싶지 않다. 책방을 차려 오래된 종이 냄새를 맡고, 새로 들여온 책의 자리를 찾아 주고 싶구나, 단골손님이 오면 이야기 책도 소개해주고…… 그렇게 사는 게 아비 꿈이다."(p77)
"평생 책 베끼는 일을 하며 책과 이야기 나누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몰랐다. 이렇게 호사스런 직업이 어디 있느냐? 앞으로도 장이 너와 작은 책방을 꾸려 이렇게 살고 싶다." (p77)
☞ 장이 아버지처럼 살고 싶다. 제2막의 삶을 꿈꾼다.
"책을 읽는 재미도 좋지만, 모아 두고 아껴 두는 재미도 그만이다. 재미있다. 유익하다 주변에서 권해 주는 책을 한 권, 두 권 사 모아서 서가에 꽂아 놓으면 드나들 때마다 그 책들이 안부라도 건네는 양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지. 어느 책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는 것도 설레고, 치 책을 읽으면서도 저 책이 궁금해 자꾸 마음이 기리 가는 것도 난 좋다. 다람쥐가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가을부터 준비하듯 나도 책을 차곡차곡 모아 놓으면 당장 다 읽을 수는 없어도 겨울 양식이라도 마련해 놓은 양 뿌듯하고 행복하다."
☞ 책을 대하는 마음이 어쩜 내 마음과 이리도 똑같을까. 이심전심인 마음으로 이렇게 통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홍 교리가 내 마음을 대변한다. 완전 100% 아니 200% 공감 공감한다.
일의 끝이 난 것이 항상 마음먹은 지점에서 딱 끝나지 않았다. 그 끝을 다시 옹글게 마무리하는 일이 더 번거롭고 마음 쓰였다.(p130)
"사람을 사귀는 것도 그렇고, 장사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해."(p139)

도리원에 모여 전기수의 목소리를 통해 흥부놀부 이야기를 듣는 장면
"어려운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느냐?'
"도리원에서 전기수 이야기를 들으니 좋더구나. 아주 재미있었어. 한문으로 된 어려운 소설이라면 그리 재미지게 읽을 수 있겠느냐?"
"양반들이 어려운 중국 글자만 고집해서 이제껏 사람들이 그런 재미난 것을 놓친 듯싶다."
"양반들이 한자 타령하는 거야 다 그럴 만하지.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 평생 일 안 하고, 해 주는 밥 먹으며 글만 파는 어려운 한자를 익힐 수 있지. 나이 스물, 서른이 넘도록 과거 준비한답시고 글방에 앉아 세월을 죽일 수 있는 팔자도 양반뿐이고."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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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