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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sg01
- 작성일
- 2024.1.28
공부하는 삶
- 글쓴이
-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저
유유
도서관에서 수업준비용으로 빌려 읽었다가....북받치는 감동에 '소장해야겠다'로 바뀐 책. 때마침 북클러버활동으로 쌓인 포인트가 있어 얼른 구매했다.
[공부하는 삶] 제목에서 뭔가 거북스러움을 느낄수도 있고 반대로 기꺼운 맘으로 책장을 열수도 있겠다. 공부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에서는 이중의미를 담기 보다 시험을 준비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등의 목표지향을 떠올리기에 뭔가 진절머리가 날 법도 한데 적절한 단어찾기가 쉽지 않았나보다. 그렇다고 공부하는 삶이라니~ 전혀 예상과 다를 내용이라고 희망을 주기에는 책은 좀 혹독한 맛이 있다. 작가도....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앙주라는 어려운 이름을 가지고 계신 신부이자 철학과 교수이신 만큼 글 전반에 경건과 절제와 인내라는 덕목을 바탕한 문장들이 자주 보인다. 종교적 입장을 배제하더라도 책은 고전의 반열에 오를 만큼 깊고 감동있다. 나를 이루는 성격과 재능 환경을 한데 모아 나를 더욱 고취시키며 나아가는 엄중한 숙명적 태도를 일깨우기 때문. 나 자신이 되기 위해 온전히 내게 집중할 의지가 있는가. 내가 살고 있는 삶이 그저 시간의 흐름에 맡긴채인가 아니면 유의미한 시간을 가지고 오늘의 내가 되기 위한 시간을 살려 하는가. 공부하려고 하는 목적과 이유는 지적소명을 가졌기 때문인데 이는, 작가의 말을 인용하자면,
인간이 쌓아온 지혜를 영원히 보존하는 일, 시대의 유산을 모으는 일, 오늘날을 위해 정신의 규칙을 체계화하는 일, 실재와 원인을 발견하는 일, 사람들의 방황하는 눈길을 제1원인으로 향하게 하고 그들의 마음을 지고한 목적으로 향하게 하는 일, 필요하다면 꺼져가는 불길을 되살리는 일, 진리와 선을 선전하는 일에 소박하게나마 동참하고 싶은가? 35쪽
지성인을 향한 촉구는 대단히 명료하고 설득력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지혜와 지식의 영역을 누군가는 인내로서 경주했으며 그 맡은 바 소임과 책무의 짐을 소홀히 여기지 않았다는 건 역사의 산물을 누리며 사는 모두가 알테다. 그렇다면 현재는 그러한 소임과 책무가 없는가? 살아온 짧은 매일에 나만의 공부-개인이되 사회인이며 지성의 한 줄기 혜택으로 사는 자로서의 공부-를 해왔는가에 답을 한다면 부끄럽다. 인내의 경주를 다하지 못함은 다름아닌 무한하리라 믿는 나태한 나. 시간의 유한함을 잊는 어리석은 나. 그런 나의 모습을 끊임없이 보게 만든다. 혹독한 부분이란 다름아닌 이런 부분이다. 문장으로 채찍에 맞는 기분이 들 만큼. 아프지만 이유있는 아픔이라 손에서 떨칠 수 없는 글과 글. 끝나지 않는 떨림과 성찰의 반복.
나는 살아있기에 단순히 반사된 상이 아니며, 살면서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아무것도 내놓지 않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나를 고무하는 저자를 닮은 사유가 아니라 나 자신을 닮은 사유를 내놓아야 한다! 246쪽
저자를 닮은 사유가 아닌 나만의 사유란 그리 멀지 않다. 책을 읽고 난 나만의 느낌과 소감이야말로 가장 나다운 사유일것이고 또 이렇게 리뷰로 남기는 행위는 생각의 틀을 더욱 단단하게 한다. 읽는 이를 반영한 쓰기이면서 나를 비추는데 가감없으니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
반복된 사유와 쓰기는 결국 결실을 맺는다. 아 쓰디쓰다만 나를 닮은 결실의 배경은 결국 인내라는 거대하며 조용한 바다를 거치며 생성된다. 가슴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책읽기와 글쓰기, 고립이 아닌 고독, 삶의 구성과 공부의 영역을 다루고 있다. 그중 고립이 아닌 고독을 일부러 가져야함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공부가 홀로 묵묵히 견뎌야 성취가능하기때문이요 그뿐 아니라 책을 사랑하고 읽는 이라면 지극히 공감될수밖에. 필수불가결한 고독. 그 시간을 통한 사유의 아름다움은 우리의 관계를 오히려 더 내밀하게 하고 만족하게 한다. 풍성한 내면의 성찰은 고독의 시간으로 채우되 관계를 통해 성찰의 반영을 누리니 이 두 밀접한 관계를 통해 결국 성숙에 도달해 간다. 그렇기에 우리는 고독한 나를 그대로 둘줄 아는 건강한 내면유지가 필요하다. 그걸 돕는 것이 독서일테고 나로 계속 나자신이 되도록 달릴 수 있는 힘은 이러한 책을 통해 비춰지는 희망이 별처럼 반짝이기 때문이겠지.
2024년을 마주한지 한달이 다 되어간다.
우리는 어떠한 삶을 반복하고 있는가
그 질문에 고스란히 답할 책으로 공부하는 삶, 이 한 권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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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