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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물살 같은 시간을 보내온 이들의 이야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궁금해한다 그런 궁금증은 SNS 속에서 조금이나마 해소되곤 한다. 우연히 보게 된 《급류》라는 책이 그랬다. 작년에 보게 되었던 이 책을 올해가 되고 나서야 읽어보게 되었고, 읽고 난 뒤 민음사에서 출간하고 있는 <오늘의 젊은 작가>시리즈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다음번에는 어떤 책을 읽어볼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본다.
 
 《급류》는 저수지와 계곡이 유명한 지방 도시 ‘진평’을 배경으로, 열일곱 살 동갑내기인 ‘도담’과 ‘해솔’의 만남과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아빠와 함께 수영을 하러 갔던 도담이 한눈에 인상적인 남자아이 ‘해솔’이 물에 빠질 뻔한 것을 구하러 뛰어들며 둘의 인연은 시작된다. 운명적이고 낭만적으로 보이는 첫 만남 이후 둘은 모든 걸 이야기하고 비밀 없는 사이가 되지만, 그 첫사랑이 잔잔한 물처럼 평탄하지만은 않다. 모르는 사이에 디뎌 빠져나올 수 없이 빨려 드는 와류처럼 둘의 관계는 우연한 사건으로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도담과 해솔의 관계가 연인으로 발전하던 어느 날, 해솔의 엄마와 도담의 아빠가 불륜 관계인 듯한 정황이 드러나고 이에 화가 난 도담은 그 둘이 은밀히 만나기로 한 날 밤 랜턴을 들고 그들의 뒤를 밟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고가 벌어진다. 그날 이후, 진평에서 오직 서로가 전부이던, 나누지 못할 비밀이 없던 도담과 해솔의 관계와 삶은 순식간에 바뀌어 버린다. 해솔의 엄마와 도담의 아빠는 어떤 관계였던 걸까? 그날, 그 밤 도담과 해솔은 어떤 일을 겪게 된 걸까?

🏷️ "사랑이란 건 거대한 마케팅 같아요. 제가 보기엔 잘 포장된 욕망과 이기심인데. 자기들 멋대로 핑크빛으로, 하트 모양으로 정하고. 그게 장사가 되니까요. 사과 로고처럼."  p.197 (승주)

🏷️ "도답아, 슬픔과 너무 가까이 지내면 슬픔에도 중독될 수 있어. 슬픔이 행복보다 익숙해지고 행복이 낯설어질 수 있어. 우리 그러지 말자. 미리 두려워하지 말고 모든 걸 다 겪자."  p.256 (해솔)

 사랑은 과연 무엇일까? 사랑은 어떤 모양으로, 혹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사랑이라고 느끼던 감정이 정말 사랑이었을까? 지독하게도 끊어내지 못하고 돌고 돌아 자신의 앞에 선 상대가 정말 사랑일까? 서로의 상처와 슬픔을 보듬어 안고 도담과 해솔은 행복과 마주할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르고 흘러 그들의 상처가 희미해질 수 있을까? 《급류》를 읽고 난 뒤 사랑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도담과 해솔과 같은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현실에도 존재할까? 소설보다 현실이 더 잔혹하다고 말하기도 하는 속에서 내가 모르는 어디엔가 이런 사랑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이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때로는 다투더라도 서로를 위한 사랑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