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인류의 영원한 화두이자 욕망이고 그리움이다 이것은 인류가 인간이기 전에 생물이기에 영속적으로 수반되는 상황이다 그런 인간은 자신들의 감각을 개발하여 날이 갈수록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드어 내게 되었으니 바로 요리의 발달이다 그 요리의 발달로 인간은 고급스럽고 쾌적한 생활을 영위하는데 크게 도움을 얻었다

 

 

그뿐만인가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고 혀를 만족시켜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인 혹은 민족이나 국가의 의식 집단무의식 사고 기억 나아가 정체성까지도 형성하고 관여한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잘 만드는 나라일수록 개인과 개인의 유대를 끈끈이하고 튼튼하게 하는 음식들이 발달되어 있다

이 만화 식객은 그런 한국을 형성하고 있는 음식들에 얽힌 추억과 맛 그리고 오감과 감정들을 세밀히 따라가 그 지난 세월의 음식들의 시간들을 복원한다

누구나 잊지 못하는 맛의 음식들은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음식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 음식을 먹을 때마다 그 사람은 그 지난 시간과 대면해 추억을 만나는 것이리라 이렇듯 음식 하나가 가지고 있는 힘은 각별하고 깊다

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 지식을 쌓고 요리법을 익히고 신선한 재료를 공급받는 것도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음식에 얽힌 뜻과 추억을 잊지 말아야겠다

음식은 바로 우리의 영혼이고 피와 살이며 시간이고 추억이고 기억이며 눈물이고 그리움이며 감정들이기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임 음식의 맛을 찾기 위하여 허영만은 전국을 발품을 팔아가며 사진을 찍고 스케치를 하고 탐방을 하고 인터뷰를 해서 이 모든 음식들의 유전자지도를 그려냈다 그것은 한국인의 피 속에 그대로 농축되어 흘러 다니고 있던 가장 원초적인 정의 맛이었고 진한 향수의 음식들이었다 그 음식들 속에 내재된 그리움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을 가장 원초적인 것이며 또한 거부할 수 없는 피의 이끌림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 대장정이 아쉽게도 여건이 허락치 않아 도중에서 끝나게 되었다 그 여의치 않음의 중단이 나는 못내 아쉽다

우리도 우리만의 미슐랭 가이드를 가질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것이 무위로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허화백이 보여준 우리 맛에 대한 집념과 고군분투한 열정은 컷 컷 마다 세심히 살아나 비록 그림으로라도 보는 우리들을 새로운 맛의 경지로 이끌어 간다

그 새로운 맛은 바로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된 오래 된 향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