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과 지성

기쁨주기
- 작성일
- 2015.12.3
글쓰기는 주제다
- 글쓴이
- 남영신 저
아카넷
몇 달 동안 블로그에 글이나 리뷰를 쓰지 못한 이유 가운데 가장 큰 장애물은 부끄러움이었다. “이 정도 밖에 못 쓰는구나?‘ 라는 자기 비하는 점점 더 쓰는 것과 멀어지게 만들었고, ”안 읽고 안 쓰는 것이 더 좋아“라는 합리적인 핑계를 대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가끔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있다. 홀로 깨어 촛불에 불 밝히고 전구색 스탠드를 켜면 한권의 책이 눈에 들어온다. ”제대로 살아야지?“ 이 질문에 대한 올바른 답은 역시 책 밖에 없다. 그래서 유치한 책읽기는 다시 시작된다.
‘글쓰기는 주제다’ 이 책 구입한지 오래 되었지만 이제 눈에 들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좀 더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 남경신은 책 제목처럼 ‘글쓰기는 주제다’ 란 명제를 가지고 확실한 대답을 한다. 이 제목만 본다면 짜증 섞인 질문이 가능하다 “누군들 모르냐고요?”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데 있다.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가오는 부끄러움은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꼼꼼히 읽었다. 저자가 말하는 주제 중심 글쓰기 전략은 ‘주제’와 ‘주제화’라는 두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좋은 글이 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글은 이야기할 주가 되는 내용(핵심)을 정하고 그 내용이 잘 전달되도록 유용한 글감을 단계적으로 연결하여 전개되어야 하는데 이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첫 번째 글을 쓰려고 하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이 글을 통해 독자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가? 란 질문에 대한 답이다.
두 번째 주제문 만들기로 주어와 서술어를 갖춰야 하고 정보가 구체적으로 제시된 문장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나는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세 번째는 주제화로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글의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주제를 구현해 나가는 과정을 말하는데 주제를 내세우고 그에 대한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을 제시해야 한다.
여기까지 글이 구성되면 그 다음부터는 휘파람 불 듯이 글이 써진다고 하는데 정말일까? ^^
내 평생 한 번도 볼펜을 끝까지 써본 적이 없다. 참고서도 마찬가지였다. 앞에만 공부만 흔적이 있을 뿐 뒤로 갈수록 깨끗했다. 이유는 또 다른 책에 마음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요즘 책읽기도 마찬가지다. 집적거리기만 할 뿐 완독한 책이 거의 없다. 책꽂이에 놓여 있는 책읽기와 글쓰기에 관한 수많은 책들은 어느 한권도 버릴 것이 없다. 왜냐하면 그 분야에서 수십 년 활동했고 나름 성과를 통해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 글쓰기나 책읽기가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눈으로 보고 머리로만 이해하기 때문이다. 지식적으로는 많은 것을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문제는 그것이 체득화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주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주제를 정하고 주제문을 만들고 수없이 반복해 쓰는 수밖에 없다. 무의미해 보이는 반복이 습관이 되고 책 한 줄을 읽으면서도 주제를 찾는 훈련만이 좋은 글을 쓰는 이유가 된다.
소설가 김훈은 아직도 몽당연필로 원고지에 한자 한자 글을 써내려 간다고 한다. 이빨이 8개나 빠질 정도로 치열하게 글을 쓴 그는 자전거 여행에서 이렇게 말한다. "새벽 여관방에서 나는 한 자루의 연필과 더불어, 말하여질 수 없는 것들의 절벽 앞에서 몸을 떨었다."
김훈과 내가 다른 것은 난 글을 쓴다는 이유 때문에 이빨 한 개도 빠진 적 없고, 새벽 여관방에서 절망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책꽂이에 놓여 있는 100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글을 쓰기 위한 나만의 아픔, 절망이 있어야 한다. 주제를 정하고 주제문을 만들며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을 토로하는 그 과정만이 좋은 글을 만드는 조건이 된다. 기억하자 이 모든 출발점은 주제로부터 시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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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