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
  1. 이야기를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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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그리스인 조르바
글쓴이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8.8 (324)
Joy

많은 사람들로부터 추천을 받아서인지 읽기 전부터 기대감이 많은 책이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겨 만난 조르바는 당최 친해지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혼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아마 1/3을 넘기지 못한 지점에서 다시 책장에 넣지 않았을까?


특히 여자를 대하는 조르바의 태도와 말들은 다른 이야기를 가려버릴 만큼 책읽기를 방해했다. 그는 말한다. “여자란 건강에 해롭고 토라지기 잘하는 동물이랍니다(p.70).” 솔직히 이 정도는 조르바가 한 말 중 아주 양호한 발언이다. 그는 차마 글로도 옮기기 싫은 말을 한가득 쏟아놓는다.


결국 이 책이 쓰여진 시대(1940년대)를 감안하고, 책을 반 이상 넘긴 후에야(어쩌면 조르바의 말투에 익숙해진 것일지도) 조금씩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조르바의 매력으로 언급하듯이, 그는 누구보다 ‘지금’이라는 시간과 장소,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다.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p.391


언젠가 읽은 책에서 인용했던 문장을 책에서 만나니 반갑기도 했지만, 조르바가 이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 오르탕스 부인의 죽음 이후라는 것을 알게 되니 단순히 ‘지금’의 중요성을 논하는 문장으로만은 읽히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며 결국 나는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조르바라는 인물에 완전히 몰입하지 못했구나 싶었다. 아니면, 나의 편협함으로 그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지 못한 듯도 싶다.


그래서일까? 조르바가 처음 화자(話者)를 만났을 때 건넨 말과 그와 헤어지기전 건넨 말은 이런 내게 건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한껏 조롱 섞인 투로 그리고 동시에 안타깝다는 듯이 말이다.


“......당신 역시 저울 한 벌 가지고 다니는 거 아니오? 매사를 정밀하게 달아 보는 버릇 말이오. 자, 젊은 양반, 결정해 버리쇼. 눈 꽉 감고 해버리는 거요.” p.17


“아니요,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 당신이 묶인 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과 다를지 모릅니다. 그것뿐이오. 두목, 당신은 긴 줄 끝에 있어요. 당신은 오고 가고, 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 줄을 잘라 버리지 못해요. 그런 줄은 자르지 않으면......” p.429


특히나,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라 말하는 조르바의 음성은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동안이나 떠올랐다. 나는 과연 자유로운가? 조르바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나는 보이지 않는 줄에 묶여 있으면서도 자유롭다고 여기고 있는 모양새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러면 조르바는 책을 읽는 내내 나를 혼냈듯 이렇게 말할 것이다(아..현실에서는 만날 수도 없는 조르바의 말투가 음성지원이 되어 들리는 듯 하다).


“이봐요. 당신은 자유롭지 않다고요. 저 줄이 안보인단 말이오? 아니, 당신은 그저 보고 싶지 않은 거겠지”


솔직히 나는 많은 사람들이 반한 조르바의 매력에 그리 흠뻑 빠져들지는 못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조르바의 충실함에 놀라기도, 또 한편으로는 슬그머니 부럽기도 했지만,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글을 쓰는 지금, 어쩌면 그러한 감정이 그를 향한 불편함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 한 번의 책읽기로 조르바를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데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나에게 적용하기

1년 후 다시 한번 읽어보기(적용기한 : 2019년 5월)


*기억에 남는 문장

“모든 게 때가 있는 법이지요..(중략)..어정쩡하다 보면 아무 짓도 못하지요.” p.54

*그러게 말이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왜 나는 이렇게 어정쩡하게 서있는가 말이다.


행복이라는 것은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다 소리처럼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건 그것뿐이었다. 지금 한순간이 행복하다고 느껴지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었다. p.119


“......만사는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믿음이 있습니까? 그럼 낡은 문설주에게 떼어 낸 나뭇조각도 성물(聖物)이 될 수 있습니다. 믿음이 없나요? 그럼 거룩한 십자가도 그런 사람에겐 문설주나 다름이 없습니다.” p.321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나는 그것들이 불쌍해요. 모두가 한가집니다. 태연해야지 하고 생각해도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오, 여기 또 하나 불쌍한 것이 있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자 역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한다.” pp.326-327


“......두목! 당신에게 할 말이 아주 많소. 사람을 당신만큼 사랑해 본 적이 없어요. 하고 싶은 말이 쌓이고 쌓였지만 내 혀로는 안 돼요. 춤으로 보여 드리지. 자, 갑시다!” p.416

* 이야기의 곳곳에서 조르바는 자신의 말을, 감정을 ‘춤’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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