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를 나누다
Joy
- 작성일
- 2019.2.24
산책하는 마음
- 글쓴이
- 박지원 저
사이드웨이
걷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나 마음이 시끄러운 날에는 무작정 걸으며 생각을 지우기도 하고, 햇빛 좋은 날 찌뿌둥한 마음을 뽀송히 만들거나, 비오는 날 커다란 우산에 튕겨오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걷다 보면 뭐가 그리 복잡했던건가 싶게 마음이 한결 편해지기도 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상에서의 산책시간을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인데, 어쩌면 그러기에 이 책에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산책’이라는 단어가 주는 그 느릿함이나 여유로움 그리고 잠시라도 일상에서 비껴 선 느낌 말이다.
저자는 말 그대로 ‘작정하고’ 한 권의 책 빼곡히 산책에찬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음, 어찌 됐든 산책은 멋진 일이라는 걸 참 열심히도 썼군.’이라는 감상을 불러일으킬 수만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결과적으론 산책을 예찬하는 내 진심이 잘 전달되길 바란다는 말이다. p.14
그렇게 책 속에서 산책을 이야기 하며, 산책길의 풍경, '레미제라블'의 미리엘 주교, 하루키의 달리기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을 펼쳐간다(책을 읽었음에도 이렇게 소재들을 적어놓고 보니 정말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이 적혀있었구나, 새삼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길을 걸으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하나, 둘 풀어내듯 말이다.
대개는 현재를, 즉 ‘지금 이 순간’을 누리겠다면서 의식을 잔뜩 벼른 채 매 순간순간을 꽉 움켜쥐려고 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카르페디엠’이란 문구에 가장 환호하고 집착하는 사람들의 내면이 (어쩌면) 가장 팍팍하고 불우한 게 아닐까 싶다. p.80,
저자가 ‘현재’라는 주제에 대해 던지는 화두에서 새로운 시선을 만난다. 블로그의 많은 글들에서도 이미 언급했다시피 나 역시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 항상 다짐하곤 하는데, 내 모습이 그리 보일 수 있겠구나. 아니, 누군가에게 그리 보이는 것은 중요치 않다. 그보다는 나의 이런 다짐으로 오히려 현재를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짐짓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내 조금은 힘이 들어가더라도, 그 역시 내가 지금의 순간을 중히 여긴다는 것이니, 나는 내 나름의 실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 글을 읽으며, 저자가 우려한 것은 과거, 그리고 미래와 단절된 ‘현재’임을 알고 고개를 끄덕인다.
현재는 마음껏 ‘즐기고 말고’할 만한 게 아니다. 아니, 애초에 현재라는 건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무수한 소실점 중 하나일 뿐이다. p.85
그러므로 나의 과거, 나의 미래와 동떨어진 ‘현재란 없다.’ p.85
산책에 대한 많은 이야기 중 유독 공감이 가고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고독’에 대한 부분이었다. 산책은 좋은 사람과 함께 해도 즐겁겠지만, 가끔은 홀로 걷는 것 역시 좋을 것이다. 온전히 나를 향해 마음을 모아 걷는다면 더 많은 풍경을, 무뎌졌던 새로운 감각을 그리고 오롯한 '나' 자신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걷는 나는, 열려있다. 나는 걷는 일에 집중함으로써 나의 세계 안에 닫히고 고립되는 게 아니라 내 주위의 풍경들을 받아들이기에 충분할 만큼 활짝 개방되고 확장되기 시작했다. p.129
많은 사람이 고독의 힘을 예찬하고, 나도 고독의 힘을 예찬한다. 우리는 분명 지나칠 정도로 관계에 중독되어 있고, 혼자 일정한 시간을 버텨내야 한다는 것을 불편하고 어려워하곤 하니까. p.186
고독함. 이것이 산책의 마지막 미덕이다. p.195
앞서도 말했다시피 이 책은 저자의 바램처럼 책 한 권에 빽빽히 ‘산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렇게나 산책이 멋진 일이구나(이 정도면 저자의 진심이 전달된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만, 저자의 산책과 사색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보니 그 이야기들을 모두 알지 못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이야기들의 연결이 수월치 않은 면이 있었다.
*나에게 적용하기
너무 1차원적인 적용하기라 할 수 도 있겠지만, 봄날 혼자 산책하기(적용기한 : 2019년 봄)
*기억에 남는 문장
결국 ‘나’라는 (하잘것없어 보이는) 존재는 그 어떤 외부의 (아름답고 완벽한) 세계보다 깊고, 중층적이며, 아름답다는 진실을. p.29
산책하는 마음은 그처럼 욕심이 비워진 나를 토닥여주는 작은 위안이자 소탈한 격려와도 같다. p.66
더욱이 우리 인생은 한순가에 변하지 않는다..(중략)..나는 나이고, 동시에 내가 수십 년간 살아온 저 단단한 시간의 기록이다. p.205
그는 평면에서 무한한 깊이를 길어 올릴 수 있는 사람이다..(중략)..그는 함부로 말하지 않는 사람이고, 사물을 조용히 관찰하는 사람인 것이다. pp.212-213
산책하는 마음은 오늘의 슬픔 또한 지나갈 것이며, 내일은 세상이 좀 더 멋져질 수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믿는 마음이리라. p.248
우리는, 다정함이란 결국 ‘내가 나 아닌 것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p.252
“견딘다는 것은 부정하는 것이지만,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를 인정하는 것” p.255
나는 규정될 수 없다. 나는 이러저러하다고 말해질 수 없는 사람이다. 나는 언제든 새롭게 태어날 수 있고 태어나고 있는 사람이다. p.264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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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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