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를 나누다
Joy
- 작성일
- 2019.4.30
두 도시 이야기
- 글쓴이
- 찰스 디킨스 저
창비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였고, 불신의 세기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모두 천국으로 가고 있었고, 우리 모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p.15
도서를 구매하고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멈칫해 주니어 버전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결국 중간부터 당초 책으로 갈아타 마지막 장까지 마무리 한,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친 책읽기였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이야기를 2명의 이야기꾼에게 들은 기분 마저 들었다.
이야기는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를 오가며 등장 인물간 촘촘히 얽혀있는 과거와 현재를 풀어낸다. 그 시대의 사람들이 당연히 여겼던 계층 구분,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복수와 사랑이라는 이름을 위한 희생 등 다양한 군상이 지닌 저마다의 이야기를 만나며 그들의 감정에 연민을 느끼기도 분노하기도 했다.
등장할 때마다 오싹함을 느끼게 하던 드파르주 부인, 그녀의 광기 어린 행동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만약 이야기가 루시 마네뜨와 찰스 다네이, 그리고 씨드니 카턴의 시간을 보여주는 대신 드파르주 부인의 시간을, 그녀가 가족을 잃고 오로지 복수의 일념을 마음에 새기게 된, 보여주었다면 나는 그녀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을까.
“그러니까 멈추라는 말은 바람이나 불에게 해.” 부인이 대답했다. “그러나 내겐 멈추라는 말 하지 마.” p.514
멈추어 설 수 없는 그녀에게, 이제 그만 멈추었으면 좋겠다 말 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녀를 그렇게 몰고 간 그 상황들에 같이 분노하지 않았을까?
신분제도, 계급간의 격차, 우리가 지금 당연하다 여기는 것들이 과연 몇 년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당연한 것일까? 대를 이어가는 복수와 이로 인한 죄의 대물림, 어디까지가 과거이고 또 어디서 부터가 새로운 시작일까...이 책을 읽고 일.고.십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내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들이다. 소설을 읽고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이런 저런 많은 생각을 했음에도 정작 리뷰를 쓰기 시작한지는 며칠이 지났는데,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4월의 마지막 날, 이렇게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 책의 리뷰는 짧은 글과 함께 일.고.십 답변으로 대신해야 할 것 같다.
*질문에 답하다 : 당연한 것은 없다(http://blog.yes24.com/document/11267309)
*기억에 남는 문장
국왕은 재판을 받고, 사형선고를 받고, 참수되었다. 자유, 평등, 우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공화국은 무장한 세상에 대항하여 승리 아니면 죽음을 선언했다. p.412
그는 마당으로 들어가 그곳에 혼자 잠시 서서 그녀의 방 창문에 켜진 불빛을 올려다 보았다. 돌아가기 전, 그는 그 불빛을 향해 축복의 인사, 그리고 작별의 인사를 날려보냈다. p.521
그가 이리저리 걸어다니는 동안 시간이 흘렀고, 그가 다시는 등을 수 없는 숫자들을 시계가 울렸다. 영원히 가버린 아홉, 영원히 가버린 열, 영원히 가버린 열하나, 이제 다가왔다가 가버릴 열둘. p.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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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