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
  1. 이야기를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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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글쓴이
김호연 저
나무옆의자
평균
별점8.6 (1542)
Joy

   대걸레같이 떡이 져 있는 장발의 사내는 얇은 스포츠 점퍼와 더러워져 베이지색인지 갈색인지 모를 면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런 그가 매우 정성스러운 젓가락질로 도시락 속 비엔나소시지를 집어 먹고 있었다. 확실히, 노숙자다. 염 여사는 마음을 다잡고 다가갔다.



 



잃어버린 지갑을 돌려준 것을 인연으로 염 여사의 편의점 Always에서 일하게 된 노숙자 독고 씨, 그리고 그와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독고 씨의 정체(!)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겨 있는 이 책, <불편한 편의점>을 드..어 만났다.



 



드디어라는 표현을 한 것은 지난 한 해 이 책의 표지와 제목, 그리고 리뷰를 너무나도 많이 마주했기 때문이다. 청개구리 기질이 튀어나왔던 것인지 몇 번이고 호기심이 일면서도 읽지 않았던 책을 얼마 전 후배들의 연이은 추천(나란히 앉은 둘이 번갈아 추천을 해주었다)에 못 이기는 척 읽게 되었다.



그렇게나 추천을 한다면 어디 시간을 내서 읽어주겠어, 조금은 도도하게(이 표현이 맞을는지) 책장을 펼쳤던 나는 멋쩍게도 책을 펼친 그날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어버렸다.



 



   산해진미 도시락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



   삼각김밥의 용도



   원 플러스 원



   불편한 편의점



   네 캔에 만 원



   폐기 상품이지만 아직 괜찮아



   ALWAYS



 



제목마다 염여사독고씨의 인연이 시작되고, 편의점에서 일하는 시현오여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참참참의 조합(참깨라면+참치김밥+참이슬의 만남인데 나는 참참 정도로 한번 시도해볼까 생각중이다)을 찾아낸 경만과 아이들이, 어딘가에서 무대 위에 이 이야기를 올리고 있을 인경씨, 옆에 있으면 등짝을 한 대 쳐주고 싶은 민식과 이제는 누군가의 뒤를 몰래 쫓지 않고 밤의 편의점을 든든히 지키고 계실 곽씨 아저씨 그리고 드디어 베일을 벗은 독고 씨의 이야기가 엮여있다.



 



   “소주 한 병 시켜줘요?”

   독고 씨의 작은 눈이 커졌다.



   “...... 진짜요?”



   “근데 이게 마지막 술이에요. 이거 먹고 술 끊는 조건으로 우리 가게 일 좀 봐줘요.”



   (중략)



   두 사람은 건배로 고용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산해진미 도시락  



 



   순간 시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쨌든 자신이 이 사내에게 진짜 도움을 준 거고, 자신은 그걸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것이었다.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  



 



   “그거예요.”



   “뭐가요?”



   “들어주면 풀려요.”



   선숙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자기 앞에 선 사내의 말을 경청했다.



  삼각김밥의 용도  



 



   오늘 밤은 참참참이다. 지난 몇 개월간 선택해온 경만의 최적의 조합이 바로 이것이었다. 참깨라면과 참치김밥에 참이슬. 이것이 경만의 1선발이자 절대 후회하지 않을 하루의 마감이고 빈자의 혼술상 최고 가성비가 아닐 수 없었다.



  원 플러스 원  



  



   “아니, 죄송할 건 없고요...... 좀 불편하네요.”



   “어쩌다 보니...... , 불편한 편의점이...... 돼버렸습니다.”



  불편한 편의점  



 



   ”장사는...... 내가 좋아하는 거...... 파는 게 아니야. 남이 좋아하는 거...... 파는 거지.“



   ”남들도 좋아한다니까?“



   ”매출은...... 거짓말을 안 해.“



   ”. 두고 보시지.“ 



  네 캔에 만 원  



 



   괜찮냐고? 곽은 고개를 끄덕인 후 정신없이 핫바를 씹어 삼켰다. 그리고 새 맥주를 따 한 모금 크게 들이켠 뒤...... 울음을 터뜨렸다. 자기도 모르게 터진 울음이 그를 그렁거리게 만들었고 어느덧 어깨까지 들썩이게 했다.



  폐기 상품이지만 아직 괜찮아  



 



   역지사지. 나 역시 궤도에서 이탈하고 나서야 깨우치게 된 단어다. 내 삶은 대체로 일방통행이었다. 내 말을 경청하는 사람들이 널려 있었고, 남의 감정보다는 내 감정이 우선이었으며,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내치면 그만이었다.



  ALWAYS  



 



아직 이 이야기를 만나지 않은 분들이 있을 테니 스포일러를 자제하며, 글에서 만난 사람들의 대화를, 그들의 생각을 한 줄씩 적어본다. 아마도 이 글을 읽은 분들이라면 아, 그래 이런 장면이 있어지 하며 반가워할 수도 또 읽지 않은 분들께는 티저영상처럼 호기심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불편한 편의점 Always, ‘에이, 그런 곳이 어디 있어? 소설에나 있는거지소설은 소설일 뿐 오해(?)하지 말자,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묘하게도 나와 내 이웃의 한 단면을 닮아 있다. 어쩌면 그러기에 더욱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따지고 보면 가족도 인생이란 여정에서 만난 서로의 손님 아닌가? 귀빈이건 불청객이건 손님으로만 대해도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없을 터였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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