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누구야? 왜 내 슬그머니 따라다니는 거야?”

   “와, 드디어 내가 있는 걸 알아차렸구나. 나는 죽음이야.”

얼마 전부터 누군가 자신을 따라 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던 오리는 마침내 그 존재가 죽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책에는 이후 오리와 죽음의 동행이 그려지고 결국 삶을 떠난 오리의 마지막을 애도하는 죽음의 모습으로 마지막 장을 채운다.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 죽음이라니, 왜 하필 내 뒤를 따라다니냐 묻고싶지만 내가 삶의 한가운데 있는 한 그 옆에는 나란히 죽음이 함께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단지 그 ‘죽음’을 알아채려 하지 않고 또 그 사실을 순간순간 잊어버릴 뿐이다. 마치 나의 ‘삶’이 끝없이 계속 이어지리라 여기는 것처럼 말이다,

삶의 매 순간 죽음을 떠올릴 수는 없겠지만(그것은 또 그것대로 힘들지 않을까?) 이 시간이 어느날 예고도 없이 멈출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나의 하루가 조금은 달라지겠구나 생각해본다.

(물론 이렇게 적어두고도 나는 또 언제 그런 다짐을 했냐는 듯 그저 지금을 달릴 것 같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