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구두 이야기

낭만선생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4.12.13
요즘 몸 상태가 꽤나 좋질 않다. 덕분에 늙었다는 말이 툭툭 나온다.
젊음이 부럽지는 않으나, 밤을 새워 말술을 들이켜도 이튿날 멀쩡하게 천방지축 뛰어다녔던 시절의 몸만큼은 다시 빌리고 싶다.
요즘 들어 더욱 자주 노인들에게 눈이 가고 그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된다. 내게도 곧 다가올 멀지 않은 미래니까!
어제는 분당에 카페 오픈을 앞둔 한 사회적기업과 미팅하러 분당선을 타고 가는 길이나 돌아오는 길 모두 노인들이 꽤 많았다. 오늘도 서대문 구청과 삼성동을 오가면서 지하철을 탔는데 역시 마찬가지.
그리고 새삼 깨달았다. 한국은 이제 고령화사회가 아니고 그냥 고령사회구나! (UN에 의하면,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은 12.2%인데, 이미 고령사회 진입한 거나 뭐...)
문득 12월 12일이라는 사실이 들어오면서, 조영래 변호사를 생각했다. 24주기다. 그는 1990년 12월 12일, 마흔 셋, 폐암으로 세상과 작별했다. 그가 살아있다면 지금쯤 예순 일곱. 음지를 위해 워낙 많은 일을 했던 분이었다. 인권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전태일 전도사.
이 분이 살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부질 없는 상상도 해보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리 존경하고 멘토처럼 여겼다는데.
그의 부재로 가장 아쉬운 것은 '어른' 없는 세상이다.
어른인 줄 알았던 사람들에게 몇 번 얻어터지니 그것도 배신감이라고, 함부로 어른이라고 말을 붙이지 못하겠다. (사람은 실수는 할 수 있다만 결국 실수 이후의 태도가 중요함에도 그들은 어른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더라.ㅠ)
노장에 대한 존경이 없는 사회의 노장은 불행하지만, 존경의 대상을 갖지 못한 젊은이들은 더 불행한 법이다. 어른이 없고, 노장이 없는 세상에서 조영래 변호사를 그리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무렴 어른이나 노장이 되긴 글렀다만, 꼰대만 되지 않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받아줄 수 있을 테니.
나는 그렇게 늙어가고 있다. 한 살 더 빨리 먹으면 좋겠다. 2015년 웰컴!
《노인으로 산다는 것》에서 노인 장 루이 세르방 슈레베르가 말한다.
"노인은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밖에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미래를 보여주니까요. 부당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불평은 그만두고 다른 사람들이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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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