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책사랑
- 작성일
- 2023.7.29
고립의 시대
- 글쓴이
- 노리나 허츠 저
웅진지식하우스
잠깐 멈춰서 생각해보자.
질문 1. 오늘 누구와 몇 번 인사를 나누었나요?
질문 2. 오늘 어떤 표정을 가장 많이 지었나요?
질문 3. 오늘 누구의 말에 가장 귀기울였나요?
<고립의 시대> 저자 노리나 허츠는 21세기 현재를 '고립 사회'로 부르고 있다. 경제 학자이며 현재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세계번영연구소 명예교수인 그녀는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특히나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제자들을 보면서 이러한 문제 의식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 말 번역에서 부제는 '초연결 세계에 격리된 우리들'인데, 다른 언어로 번역된 책 표지를 보면
-분리시키는 세계에서 인간 연결을 복원하는 방법
-외로움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위협하는가
-재연결에 대한 요청
-왜 우리는 고독한가 등의 다른 부제가 달려 있다.
그리고 이 부제들은 이 책의 핵심을 관통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저자는 1) 고립의 시대에 우리가 얼마나 외로우며 외로움은 개인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2) 왜 지금의 우리가 외로운지 3) 외로움을 극복하고 서로 연결되기 위해 개인, 정부, 사회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았다.
먼저, 저자가 제시하는 '외로움'은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의 상태나 문제를 넘어서 가족·이웃·직장·사회·정치로부터 홀로 떨어져 있다는 고립감이며 내면적 상태인 동시에 (개인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인) 실존적 상태를 의미한다. 이 책에 의하면 우리는 외로움으로 인해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의 위협을 받고 있고,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위기 상태에 놓여있다. 그 중 한 가지 예로 외로움은 '우리'의 범위에 속하지 않은 타인을 적대시하게 되어 정치적 포퓰리즘에 넘어가게 만든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인 남성 노동자 계급의 마음을 사로잡고 자신의 정치 기반으로 이용한 것을을 실제 사례로 제시한다. 나의 외로움을 누군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한다는 것은 씁쓸함을 넘어 두려운 일이기까지 하다.
저자가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지금 우리가 왜 외로운지, 어떤 모습을 통해 그렇게 생각했는지에 대한 설명 부분이다. 대표적으로 신자유주의는 거대 기업과 거대 금융에 재량권을 줌으로써 소득과 불평등 심화를 가져왔고 사람들이 초경쟁과 이기심의 추구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서로를 협력자가 아닌 경쟁자로 여기게 하고, 개인을 시민이 아닌 소비자로, 공유하는 사람이 아닌 축적하는 사람으로, 돕는 사람이 아닌 투쟁하는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이외에도 앞서 말한 포퓰리즘, 도시화, 스마트폰과 SNS, 일터에서의 소외는 우리로 하여금 이전보다 훨씬 많은 고립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외로움을 느낀다는 응답이 매우 높으며 자신이 사회적으로 지지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노리나 허츠도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이 고립감을 많이 경험하고 있다는 것과 그 원인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이러한 외로움의 공격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리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1인 가구를 위해 '외로움부'를 설치하고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 일본, 호주 등의 정책을 남의 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렇다면 이러한 외로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제안이 나온다. 정치적으로는 시민(특히, 주변화된 사람들)의 발언권을 강화하고, 복지, 사회보장, 교육, 의료보험에 더 많은 투입이 필요하며, 경제적으로는 불평등 해소, 기술발전에 의한 실업 대책, 외로운 노동자 입법, 소셜 미디어 규제, 임대료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 사회적 측면에서는 지역 공동체 복원과 함께 어울리는 공공장소 확대가 외로움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개별 시민 역시 주변에 관심 및 교류, 돌봄의 의무 실천, 공감과 감사의 실천과 같은 미세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해결 제안 부분은 분량에 있어서나 현실성 등에서 앞선 문제 의식이나 원인 분석 부분에 비해 다소 힘이 떨어져 보이기도 하지만 한 권의 책에서 모든 부분을 커버하기는 어려우니 앞으로 같은 문제 의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지혜를 모으고 더 많은 사람들의 연대가 생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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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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