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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ynyesoo
- 작성일
- 2023.2.28
오빠가 돌아왔다
- 글쓴이
- 김영하 저
복복서가
『오빠가 돌아왔다』는 김영하의 단편들을 모은 소설집이다. 김영하의 시니컬하고 위트있는 지독히 도시적인 문체는 함축적이고 속도감 있는 단편소설에서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그 중 표제가 된 작품 『오빠가 돌아왔다』는 오랫동안 집을 나간 오빠가 애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며 시작하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해체됐던 가족 구성원들이 다시 모여 얼추 가족이라고 부를만한 꼴을 만들어 놓는다. 엄마와 아빠가 계시고, 오빠의 애인은 며느리의 모습을 취하고, 함께 나들이를 가며 가족사진도 남기는.
그렇지만 사실 이들의 모습이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버지는 번듯하게 하는 일 없는 알콜 중독자이고, 어머니는 집을 나갔다가 돌아왔지만 아버지와 재결합하는 것은 아니라며 선을 긋는다. 며느리랍시고 온 여자는 미성년자이며, 오빠는 아버지를 패고 동생을 돈으로 회유하거나 겁준다. 겉만 멀쩡하고(사실 겉도 멀쩡하다고 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속은 엉망인 그런 가족을 우리는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들 가족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가족의 모습을 띄지만 김영하의 시니컬하고 위트있는 문체로 묘사된 그들은 짐짓 만족스러운 듯 보인다. 특히 마지막에 화자인 동생이 고양이라는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만들러 갈만큼 가정이 안정적인 듯보인다. 그들 사이에는 다른 무엇보다도 앞서 가족이 갖춰야하는 유대를 가지고 있는 듯도 하다. 밉고, 싸우고, 욕하지만 결국 서로가 기댈 곳이라는 깊은 확신이 있기 때문에 만족 할 수 있는 걸까?
표피는 가족의 모습이고 그 속에는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가장 깊은 곳은 여전히 가족이 주어야 할 어떤 핵심을 간직하고 있는 듯 보인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가족 구성원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각자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과도하게 노력하고 있는 오늘날, '이 꼬라지여도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이루고 있는 게 진짜 가족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소설은 툭,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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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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