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
  1.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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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드는 것> -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는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간장이 쏟아지는 옹기그릇 속에서 엄마 꽃게는 가슴에 알들을 품고 어쩔 줄 모릅니다. 

어둠같은 검은 간장에 묻혀 가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엄마 꽃게가 최후로 알들에게 하는 말입니다.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간장게장'은 이미 간장게장이 아닙니다. 그 시를 읽고 나서 게장을 먹기가 힘듭니다. 엄마꽃게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신용복의 <담론>, p26 


나의 생각

나 또한 저 '스며드는 것'을 읽는 순간 엄마 꽃게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당분간은 간장게장은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간장게장은 평소에 잘 먹지 않는 것이니 일주일에 한 두번은 먹는 돼지나 소에게 감정이입이 될 만한 시를 찾아봐야겠다. (누가 소개 좀..) 

'돼지'나 '소'가 워낙 익숙한 우리네 먹거리 소재이지만 '시'를 통한 상상력으로 그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나부터라도 덜 소비하고 싶다는 생각이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스며드는 것'을 보며 문득 드는 생각이다. 최근 나의 화두는 '공감'이다.부모님(요즘은 친부모님 뿐만 아니라 장인,장모님도 모두 부쩍 생각이 난다, 막상 만나면 대면대면하지만) 에 대한 공감, 딸에 대한 공감, 팀원에 대한 공감, 팀 동료들에 대한 공감, 회사에 대한 공감, 그리고 그동안 만나고 헤어졌던 동료들 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 좌판을 여시는 노인분들, 지하철에서 만나는 정신(?)이 좀 이상한 분들까지 


너무 급하게만 살아온게 아닌가 한다. 혹은 너무 자신만 생각하고 걸어간게 아닌지 모르겠다.

편협되고 순진한 관점은 스스로를 망치는 길이라는 새삼 느끼는 요즘, 그래서 책 속에서 답을 찾으려고 버둥거린다.그 중에서 법륜스님의 '인생수업'이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책을 읽고 사색하고 글을 쓰다보면 정답은 없지만 마음의 평화는 구할 것이라 확신한다. 인생은 그런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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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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