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

자강
- 작성일
- 2017.7.18
열한 계단
- 글쓴이
- 채사장 저
웨일북

회사에서 채사장 작가의 특강이 있었다.
구내식당을 통해서 건강하면서도 다양한 맛을 제공하는 것에 이어서 이제는 기업의 장기적 비전을 밝혀줄 인문학적 소양까지 축적시켜 주기로 했나보다. 역시나 고마운 회사다.
인문학적 소양을 축적하기 위해 채사장 작가만한 작가가 있을까? 근데 채사장이 누구?
채씨 성을 가진 사장님 말고 '채사장'이라는 필명을 가진 베스트셀러 지대넓얕1,2, 시민의교양, 그리고 열한 계단의 '저자'다. 운영하는 팟캐스트도 인기순위가 탑5 이내의 탑클라스다.
이 대단한 작가를 나는 작년에서야 알았다. 지대넓얕1권을 시작으로 해서 2권, 시민의 교양,열한 계단 순으로 보았고 눈을 떴다. 채사장이 의도한대로 '내가 알던 세계가 전부가 아니었구나'. 그리고 '굉장히 편협된 시선으로 살아왔구나'를 자각했달까.
채사장은 본인이 생전에 처음으로 본 책이 '죄와벌'이었고 그 책으로 인해서 각성을 했다고 했는데 나에게 있어서 그런 각성을 하게 한 책이 '지대넓얕'이었다. 그의 저서로 각성을 했으니 나는 당연하게도 그의 저서 4권 모두를 소장하고 읽은 일종의 팬이기도 하다. 강의시작 전에 강의장에 일찍 도착해서 그에게 싸인을 받았다. 수강자로선 내가 처음이다.(다들 강의끝나고 받았으니 ㅎㅎ) 그리고 영광스럽게도 그와 악수를 할 기회도 맞이했다.


별생각없었는데 강의 전날에 일행이 사인받을거냐고 하길래 '뭘 이나이에 호들갑스럽게 싸인이냐'며 쿨하게 말했다.
그래놓구선 혼자만 책을 들고 온 나만 채사장님의 싸인을 받게 된다. 그래서 심술이 난 일행이 사진을 이렇게 흔들리게 찍어줬나보다. 후...

"성무경님, 인생의 항해를 응원합니다. 7.13일 채사장."

'열한 계단'은 앞서 3권의 저서가 다루었던 '세계'가 아니라 '자아'에 대한 이야기로 저자의 자전적 독서경험과 성찰을 다룬 책이다.

열한계단은 저자를 불편하게 만든 11권의 '책'과 '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오늘 시간에는 도스또옙스끼의 '죄와벌'과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를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강의 시작과 동시에 채사장은 말한다. '오늘 강의는 질문과 대답이 있는 질의응답식이에요.' 헛.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는 나다. (수업은 항상 제일 앞자리)
게다가 강의 전에 '전 당신이 쓴 책 4권 다 가지고 있고요. 리뷰도 썼었고요. 그리고 싸인 좀 해주세요'라고 설레발을 쳐서 다른 수강생들보다 편할 것이다. 이것은 내가 지목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긴장이 되면서 심장이 두근두근되기 시작한다. (다행히도 채사장님의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지명되지는 않았다)
한편으로 마음이 편했다. 왜냐하면 저자의 최신작인 '열한 계단'도 읽었겠다. 그중에서도 강의주제인 '죄와벌'마저도 읽었던 것이 자신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채사장의 특강으로 들어가보자.

'열한 계단'은 앞서 저자의 자전적 독서경험과 성찰을 다루었는데 지혜와 성장을 주제로 한다. 저자 개인적으로는 11개의 계단 중 9,10,11번째의 계단을 좋아하지만 아직 내공이 부족한 우리로선 전반부의 계단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오늘의 강의 주제도 첫번째 계단인 문학과 4번째 계단인 철학이다.
오늘 강의 메인 주제는 '성장'으로 시작에 앞서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항구에 있던 배가 폭풍우로 인해 몇일 동안 수면 위를 떠돌아 다녔다면 그 몇일동안 항해를 한 것이라고 볼수 있는가?' 또는 '나이가 든 노인에게 긴 세월을 사셨네요 라고 말할 수 있는가?'
채사장은 말한다. 배는 그저 '표류'했을 뿐이고 그 노인. 또한 표류와 같이 그저 생존해왔을 뿐이다라고.
표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외부의 자극이 필요하다. 아울러 그 자극은 책과 경험을 통해서만 획득 할 수 있다고 채사장은 덧붙인다.

지금 내가 듣는 강의가 바로 그 자극이 아닐까 한다.
첫번째 계단인 문학,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문호인 도스또옙스끼의 '죄와벌'을 통해서 자신을 성장시켜보자. 우선 '죄와벌'을 읽은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본다.
"혹시 '죄와 벌' 읽어보신 분 계세요?"
"......."
적막이 흐른다.
갑자기 어색하고 숙연해진 분위기를 쇄신코자 채사장은 말한다.
"원래 고전이란 반드시 읽어봐야 하지만 읽은 적이 없는 책이라며 위로해준다."
수백명의 청강자들에게 간략하게 '죄와벌'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재미나게 실감나게 설명해준다. 청강자들은 마치 책을 직접 읽지 않았어도 채사장의 설명만으로 '죄와벌'을 완독한듯한 착각을 하게 될 정도이다. 뒤이어 시작한 질의응답시간의 뜨거운 반응이 그에 대한 방증이다.

채사장은 우리에게 2가지 질문을 한다.
첫번째 질문은 '내가 로쟈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로쟈는 주인공 라스꼴리니코프의 애칭으로 이때의 로쟈는 술집에서 전당포 노인이 엉뚱한 곳에 전재산을 기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를 말함.
다양하지만 심심한 의견들이 나왔다. 나는 뭔가 특별한 의견을 말하고 싶었다. 그럴수록 머리속은 멍해지고 왼쪽 가슴의 심장은 뭐가 그리도 바쁜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어느새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두번째 질문은 '영웅에 대한 로쟈의 사상은 타당한가?' 우선 로쟈의 영웅론을 알아보자.
로쟈는 그의 논문을 통해 사람을 2종류로 분류하다.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으로 말이다. 비범한 사람은 그 숭고한 목적을 위해서는 타인의 인권은 물론 생명까지도 침해할 자격이 있다. 이 비범한 사람을 로쟈는 영웅이라 한다. 자 이 영웅론에 대한 로쟈의 사상은 타당한가?
타당하다와 타당하지 않다라는 의견을 누군가가 발표한다. 나 또한 손을 들어 나의 의견을 자신있게 말하고 그에 대한 논거를 제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앞서와 마찬가지의 증상이 나타났고 어느새 정리의 시간이 되었다.
어느새 2시간의 강의 시간중 1시간30분이 지나는 시점이다.
열한계단의 4번째 계단은 철학으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하 차라투스트라)이다.실존주의 철학자인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아주 어려운 책이다. 하지만 채사장은 이 책을 관통하는 한가지 개념을 꼭 전하고 싶다며 30분의 시간을 안배한 것이다.
바로 니체가 창시한 '영원회귀'라는 개념이다. 일종의 사후세계관이며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3가지 사후세계관 - 기독교의 지속, 불교의 윤회, 과학의 단절 - 에 추가로 '영원회귀'를 이야기한다. '영원회귀'에 의하면 순간(10초정도의 짧은 시간)이 인생(100년이라는 시간)보다 더 길어지게 된다. 따라서 영원회귀에 대한 믿음은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미래를 담보로 살아가는데 익숙한 한국인들이 염두에 두고 살아가면 좋을 개념이라 채사장이 꼭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책벌레지만 저자 강의는 처음이다.
'아 이런것이 저자 강의구나~재미있다. 유익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강의는 저자자신의 지식을 수강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보다는 저자가 읽은 책이야기를 요약해서 알려주고 인물이나 사상에 대해서 수강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쌍방향 전달형태라서 만족스러웠다. 다만, 오늘 집에 가서 잠자기 전에 이불킥할 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채사장이 강의 때 질문을 2가지 했었는데 손들어서 자신있게 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슴이 떨려서다. 참 한심하다. 그래도 오늘 채사장의 강의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했다고 자부한다. (증명할 순 없지만...)
우연하게도 한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을 존경하게 되니 그가 한 말이 진리다 싶었는데 그 한마디가 '책 보세요.(책을 통해서 길을 찾을 수 있어요)'다. 그렇게 시작된 책읽기가 이제는 책중독이 되었다. 이런 중독은 누구나 환영하리라 생각할만큼 행복한 중독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다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책을 읽자.

채사장님 강의는 쫓아다니면서 듣고 후기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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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