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롤러의 리뷰

롤러코스터
- 작성일
- 2021.4.23
마르타의 일
- 글쓴이
- 박서련 저
한겨레출판
박서련 작가의 첫번째 책인 <체공녀 강주룡>을 인상깊게 읽었다. 술술 넘어가는 문장과 역사 속에 존재했으나 알려지지 않은 한 여성을 밖으로 꺼내준 작가. 난 단번에 그의 애독자가 되었다. 두번째 책인 <더 셜리 클럽>이 그랬고, 이번 책인 <마르타의 일>도 좋았다. 세번째로 읽었던 <호르몬이 그랬어>만 조금 달랐다. 어? 내가 읽은 그 박서련 맞아? 단편이라 그런가? 했는데, <호르몬이 그랬어>의 작가의 말에서 '조금 모호해도 아름다운 문장을 쓰고 싶었고 감히 아무나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짓고 싶었'던 때의 글이라는 걸 알고는 다행이다 싶었다. '지금은 정확한 문장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며 누구에게나 공감의 여지가 있는 이야기를 찾아다닌다'고 하니 안심. 내 취향은 장편소설의 문체와 스토리이란 걸 이번 책 <마르타의 일>을 읽고도 깨달았다.
영화 한 편 본 느낌이다. 낯선 듯 낯익은 스토리지만 처음부터 몰입하게 만든다. 어느 부분에 가서는 결말을 상상할 수 있었지만, 과정이 추리 소설 못지 않게 치밀했다.
봉사녀로 불리는 sns 셀럽 동생을 둔 수아. 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현타가 오기도 전에 낯선 이로부터 자살이 아니라는 문자를 받는다. 이후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되면서 수아는 그 비밀을 캐기 시작한다. 사이가 좋은 자매라 해도 각자의 삶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더 많을 것인데 언니인 수아는 경아를 잘 몰랐다. 그 마음이 수아를 죄책감으로 몰아갔을 것이다. 집에서는 경아로 불리고 자랐으나 리아라는 이름으로 개명을 하고 봉사녀 명칭(!)을 받으며 셀럽이 된 리아의 sns로 보여지는 삶에는 죽음의 그림자는커녕 불행의 그늘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언제나 맑고 밝게 지내는 동생에게 오히려 질투가 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알고 보면 경아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서로 경쟁하며 살아온 자매임에도 경아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던 걸 알게 된 언니 수아의 마음은 찢어졌을 거다. 조금만 더 경아에게 관심을 가졌다면, 그랬다면.....더군다나 그 과정을 좇아가면 갈수록 드러나는 일들에 분노하지 않을 언니가 어디 있을까. 가능했다면 나라도 똑같이 했을 것 같다(-.-)
사람들은 소통을 위해 sns를 하고 나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정작 sns에서의 소통은 이루어지기가 힘들다. 배설하듯 내뱉기만 하고 상대의 말은 귀담아듣지 않는 일이 태반이다., 설령 소통이 된다 하더라도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순간, 진실이든 아니든 필요없다. 공격만 있을 뿐이다. 그렇게 공격 당해 삶을 파괴당하거나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하면 공포스럽다.
책을 덮으며 여성의 삶은 왜 이렇게 고달픈 걸까? 언제쯤 나아질까? 나아지기나 할 수 있을까? 의문만 던졌다. 소설이니까, 차라리 소설 같은 느낌이었다면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넘어갔을 텐데, 이 소설은 소설이라 말할 수가 없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일어나는 일이고 일어났던 일인 것만 같으니까. 다만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그래서일까? 마지막 문장이 주는 궁금증보다는 이후의 일은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 그로 인해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렵고 무서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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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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